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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살아도 제주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30년을 살아도 제주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01.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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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향토자원산업과 최원철

나의 본적은 경상남도 고성군 영오면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본적이자 주소지는 제주시 이도2동 0000-00번지이다.

내가 제주도에 첫발을 디딘지는 정확히 83년 1월이다. 제주항으로 처음 들어오면서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눈 덮힌 한라산과 00호텔이었다. 제주시내에 진입하니 1월이라 추운 날씨였지만 길 옆에 심어 놓은 남국의 상징인 야자수가 인상 깊었던 것이 새삼 생각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직장도 갖고 아이들도 어느 듯 성장해서 아들은 이젠 지 아비가 입도의 시발점이 되었던 군 복무를 타지방에서 하고 있다.

얼마 전 모임에 갖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내용인 즉은 제주도 안에서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본적이 제주도가 아니면 제주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그 테이블 이야기의 주제였다.

무슨 대화로 인해 그런 논쟁이 옆 테이블에서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참 황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분 말로는 본적이 제주도가 아니라면 아무리 제주도에 오래 살아도 제주도 사람이 아니란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다.

나도 처음 제주도에 와서부터 학교당이다, 괜당이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지금도 두 당(?)에 열세일 수밖에 없는 한계점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으면서도 굳건히(?)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면 인구의 규모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혼인 간, 학연 등에 따른 자연적 인과관계의 형성적 측면으로 볼 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 도가 이런 지엽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공간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각하는 사고(思考)만은 분명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고가 비단 그 한사람의 문제면 덜하겠지만 많은 제주도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라 생각한다. 국내․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도의 격에 걸맞지 않은 사고임이 분명하다.

우리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고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란 무엇인가? 사람, 자본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말 그대로 글로벌한 국제장터이다.

그런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 도가 30년을 가까이 산 사람에게도 여전히 경계시하고 경계를 긋고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우리 제주도는 영원히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가끔 내륙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거나 힘들어 할 때면 우리가 곧잘 써먹는 단어가 바로 “1%”이다. 우리 도는 인구면에서나 도세면에서나 인정하기 싫지만 규모면에서 여전히 전국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표상 1%는 우리가 부단히 노력하면(우리 세대가 안되면 다음세대가) 분명히 개선될 수 있는 수치라서 논외로 치더라도 정신적 1%의 공황상태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지표는 당장이라도 20%, 30%, 50%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표의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IT기술 발달로 인해 국경 없이 사는 지금 시대에 굳이 제주도 사람이다, 아니다를 구분하며 사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제주도를 사랑한다면 모두가 다 제주도민으로 인정하며 통 크게 살면 정말 안 되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자신들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서 글로벌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 현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지 못한다면 영원한 1%로 남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몇 글자 적어본다.
 

 

* 이 글은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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