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대한민국 국회, 국방부가 ‘개무시’하는 거 아세요?”
“대한민국 국회, 국방부가 ‘개무시’하는 거 아세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1.04 0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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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예산 대폭삭감에도 공사 강행 …“불용액 전액 환수해야”

강정마을 해돋이 축제 전야. 프랑스인 평화운동가 벤자민 모네와 그의 세네갈 친구들이 색다른 연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던 2011년 12월 31일, 다시 강정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해돋이 축제 취재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죄스러움 때문에 어떻게든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날 밤, 생명 평화 기원 해돋이 축제가 열린 강정포구는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바로 그날, 국회에서 2012년 해군기지 예산 대부분이 삭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강정 주민들 얼굴에서는 “이제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며 스스로 기적을 이뤄냈다는 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다음날인 새해 첫날 아침, 강정포구 방파제에서 마을 주민들과 도내·외에서 온 해맞이 방문객들은 생명, 평화를 염원하는 100배 절을 올렸습니다. 두터운 구름과 안개 때문에 해를 볼 수 없었지만 아쉬운 마음보다 모두들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본 듯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불통과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새해 첫날 아침 그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내놓은 ‘2012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예산 관련 설명자료’를 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2012년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예산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1278억원 감액 조정된 것은 그동안 공사방해 등으로 집행하지 못해 이월된 2011년 예산 1084억원을 올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그들이 얘기하는 공사 강행의 근거입니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입법, 예산안 의결 권한을 쥔 국회와 주권자인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당초 정부예산 1327억원 중 무려 1278억원이 싹둑 잘려나갔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공사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 ‘불용액’으로 처리돼 반납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절박감 때문에 더욱 강경하게 공사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방부와 해군에 철저하게 ‘개무시’를 당하고 있는 현장이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인 셈입니다.

그날 밤,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을 강정포구에서 만났습니다. 70을 훌쩍 넘긴 노신부님은 “나도 이젠 좀 쉬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다시 문 신부님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국회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검증하여 불용예산조차 환수해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을 더 이상 낭비해서는 안됩니다”라고.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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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수동 2012-01-04 11:02:43
힘든 싸움입니다.
우리 제주도의 가장 강력한 적은 해군이 아닌 우근민지사죠.
그런 해군과 공사업체들의 개버릇은 결국 김태환과 우근민의 작품입니다.
어쩜 이에 놀아난 제주도의회 통합민주당의원들 덕인지도 모르겠고.
장동훈이를 위시한 한나라당놈들이 문제를 만들고 결국 민주당이 욕먹는 꼴이됐습니다.
그래서 고창후와 문대림은 참. ..

추천 2012-01-04 09:39:20
좋은 글 추천합니다. 어디 퍼 나를 곳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