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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입문 VS 쓸쓸한 퇴임
화려한 입문 VS 쓸쓸한 퇴임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10.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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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10월의 마지막 문턱과 함께 서귀포시는 새내기 공직 입문 37명에게 임용장을 건네면서 화려한 선물로 화답했다. 부모와 친지를 초청한 가운데 축하공연도 곁들여져 나름대로 신선하였다.

합격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는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수 십대의 경쟁을 뚫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고초를 감내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곧게 키워준 부모님 손으로 공무원증을 건네받는 광경은 우리 사회의 정서와 부합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이제 ‘공조직’이란 전방위 부대에 입소한 이상, 피 말리는 고초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어제까지 어깨를 견주었던 동기생과는 좁디좁은 승진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공조직 내부의 암투마저 입이 있어도 함부로 내뱉을 수 없고, 귀가 있어도 주워 담을 수 없는 ‘공무원’이란 특수한 신분의 굴레 앞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는 스스로 터득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합격의 영광은 오늘까지일 뿐이니, 하루빨리 공직문화에 적응하기 바란다. 때를 같이한 청사 정문에서의 1인 피켓시위 현장도 오늘의 공직문화의 현주소임을 생생히 체험했을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는 공직 내부의 청렴봉사자를 임용하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그것을 가릴 수 없어 이분방정식으로 채점을 매겼던 결과의 산물임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제 당신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임용장을 건네받은 단체장을 주인이라 한다면 ‘근무평정점수’라는 올가미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고, 시민이 주인이라 깨우쳤다면 비록 남보다 승진에서 더딜지라도 청렴결백자로 길이 남을 것이다.

입장이 있었으니 살가운 바람이 에이는 12월이면 대거 퇴장도 있을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청춘을 다 바쳐 떠나는 이번의 퇴임식만큼은 도지사실, 시장실 한 구석에서 차 한 잔으로 여운을 달래지 않기를 바란다.

화려한 퇴임식 초대장에 그 분들이 응할지는 현행 공직사회 정서문화상 미지수이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카메라 앵글 속으로만 들어오라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퇴임식 제도의 부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0년 동안 국민 본위에 전념하여 온 공적은 묻어둔 채, 후임 양성이란 허울 좋은 미명과 논공행상에 떠밀려 1~2년 유량세월 끝에 날아온 퇴임식 통고장을 두고 “그렇게 섭섭할 수 없었다”는 고위직의 항변도, 민간세상을 향한 제2의 인생 피날레 첫 출발에까지 붙여진 계급장 앞에 “지난 세월을 보상받고 싶었다.”던 하위직의 항변도 하루빨리 치유하려는 개선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퇴임식은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단체장은 그들의 항변을 치유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며, 동료, 후배는 따뜻한 박수갈채로 화답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리도 머지않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퇴임이고, 그것은 곧 내일의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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