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많은 섬나라에 살줄 몰랐죠. 이젠 제 고향이예요”
“돌 많은 섬나라에 살줄 몰랐죠. 이젠 제 고향이예요”
  • 김정호 기자
  • 승인 2011.09.24 1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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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24일 아름다운 동행-함께하는 제주기행 ‘열번째 이야기’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9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부터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 출신의 이주여성들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동행에 나섰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이주민 7000명시대.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신문사 <미디어제주>가 24일 열 번째 아름다운 동행의 발걸음을 옮겼다.

미디어제주는 지난 2007년부터 매해 2차례 '아름다운 동행'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가족인 제주이주민들과 동행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제주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희정 제주한미모로타리클럽 회장
미디어제주가 주최하고 미디어제주와 국제로타리 3660지구 제주한미모로터리클럽이 공동주관한 이번행사에는 한모미클럽 회원 2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지난 2003년 2월 창립한 한미모클럽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제주도지회와 한국신장애인 제주협회와 협약을 맺고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10회 아름다운 동행 ‘제주 이주민과 함께하는 제주기행’ 행사에는 이주민 가족과 봉사자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오전 9시20분 30분 각각 제주시 애월읍사무소와 하귀 하나로마트에 모인 참가자들은 대형버스를 이용해 동행길에 올랐다.

성일승 미디어제주 대표이사는 “사회의 일원이 된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해 감사하다”며 “그들이 있기에 제주가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 동력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정 제주한미모로타리클럽 회장은 “제주이주민들과 동행을 하게 돼 기쁘다”며 “이주여성들이 제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형버스에 올라 탄 참가자들은 열 번째 동행의 첫 방문지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제주 돌 문화공원’으로 향했다

끝이 어딘지 모를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설레는 기분을 더욱 자극하는 햇살까지, 청명한 가을 날씨가 참가자들을 반겨줬다.

 
말이 트인 이주민 2세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연신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필리핀 출신의 안젤리타(35)씨는 제주의 가을 날씨가 너무 좋다며 동행 내내 함박웃음을 보였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안젤리타는 한일월드컵 준비로 전국이 들썩이던 2002년 대한민국 제주도의 한 마을로 시집을 왔다.

안젤리타는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 추운 날씨 때문에 고생을 했다. 개인적으로 가을이 너무 좋다”며 “이런 날씨에 가족들과 추억의 여행까지 하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당시 김치 등 음식이 입에 안맞아 고생을 했다”며 “언어소통도 어려워 고생이 많았지만 2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도착한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 섬을 창조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돌에 대한 설화를 옮겨 놓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330만평방미터의 넓은 대지 위에 제주돌박물관과 돌문화전시관, 야외전시장, 전통초가 등 8개 건물과 수천여개의 자연석들이 즐비해 있다.

버스에서 내린 참가자들은 2팀으로 나눠, 제주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었다. 문화관광해설자 두 분이 함께하며 이주여성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엄청난 규모에 놀란 참가자들은 수많은 자연석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안내원은 이주여성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느린 말투로 설문대 설화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돌이 탄생하는 근원부터 제주의 조상들이 돌이 어떻게 이용하고 의미를 부여했는지에 대한 설명에 다들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돌하르방과 동자석 앞에서는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손을 갖다 대며 역사와의 소통에 나섰다.

제주생활 6년차인 베트남 출신 호우티김쭝(31)씨는 수많은 돌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호우티김쭝씨는 “고향인 베트남에는 주위가 모두 흙이다. 돌이 없다시피한 곳이다”라며 “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본다. 제주의 돌은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들뜬 마음 만큼이나 한미모클럽 회원들은 손길도 빨라졌다. 야외 박물관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과 유모차를 끄는 일도 쉽지 만은 않았다.

돌문화공원의 규모도 클뿐더러, 야외공간의 특성상 땅도 고르지 못해 안전을 위한 도우미들의 눈길은 쉴틈 없이 이곳저곳을 향했다.

같은 여자이기에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가족관계와 주부의 고민거리, 육아의 어려움, 시어머니와의 관계 등 주제도 다양했다.

오전 내내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허기진 배를 달랬다.

제주산 돼지고기와 고사리, 콩나물 등이 풍성했으나, 제주인이 된 이주여성들의 손길이 지나가자 빈접시가 늘어났다. 입맛도 제주인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식사 후, 2번째 여행지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제주조랑말타운 몽골리안 마상쇼를 찾은 순간, 한미모클럽 회원들이 준비한 깜짝 쇼가 벌어졌다.

김희정 회장의 사회가 시작되자, 준비에도 없었던 이주민 2세들의 장기자랑이 펼쳐졌다. 고사리 손을 흔들며 율동이 이어졌다.

현장에 있던 참가자들의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여행지를 찾은 관광객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박수를 함께 치기 시작했다.

필리핀 출신 마일라(34)씨 두 자녀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이계화(86)할머니의 웃음이 가장 컸다. 이 할머니의 손자가 이주여성과 결혼하자, 인형같은 증손자를 품에 안았다.

이 할머니는 “외손자가 결혼하면서 애기를 낳자, 내 손으로 키우고 있다”며 “아이들을 보면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보면 좋고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에서 아이는 찾아보지도 못했는데 최근 국제결혼으로 세집에서 아이울음 소리가 들렸다”며 “늙은이들만 있던 마을이 덕분에 젊어졌다”고 소개했다.

 
장기자랑이 끝나자, 장애인 참가자들을 위한 경품행사가 펼쳐졌다. 한미모클럽 회원들의 깜짝 이벤트에 참자자들의 웃음 소리는 더 커졌다.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식사권, 여행지 입장권 등 풍성한 선물이 전해지면서 또 하나의 재미가 더해졌다.

이벤트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몽골리안 마상쇼 실내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쇼에는 몽골에서 건너온 20여명의 기예단들이 직접 마상무예와 기예를 선보였다.

칭기즈칸 일대기를 비롯해 전쟁때 말을 사열했던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참가자들은 생동가 넘치는 공연에 연신 박수를 쏟아냈다.

공연이 끝나자, 몽골리안 마상쇼 관계자들의 배려로 공연 출연진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별도의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신기한 듯 말을 연신 만져대기 시작했다. 이주여성들과 동심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현철 제주조랑말타운 본부장
부현철 제주조랑말타운 본부장은 “이 곳은 과거 원나라가 제주를 침범했을 당시 말사육이 이뤄지던 곳”이라며 “지금은 몽골현지의 마상기예를 그대로 옮겨 완벽히 재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조랑말타운에서도 소외계층을 위해 사랑의 열매에 기부를 하고 각종 공연지원도 하고 있다”며 “이주민여성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전했다.

제주조랑말타운의 특별한 배려로 단체사진을 찍은 참가자들은 버스를 이용해 출발지인 하귀하나로마트에 다시 모였다.

김희정 제주한미모클럽 회장은 “이주민이 아닌 같은 도민으로서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며 “같은 여자라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굴이나 말투가 조금 달라도 생각은 갖고 서로가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앞으로도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가 끝난 후 미디어제주와 한미모로타리클럽은 참가자들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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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2011-09-25 21:33:18
밝은 미소의 어린이들이 동참하니 아름다운 동행이 더욱 빛났습니다. 미디어제주 대표님이하 여러 임직원 여러분 감사하구요..동참해주신 우리 한미모로타리클럽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동행하며 만났던 많은 이주민 새로운 가족 여러분들..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