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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미래에 대하여
제주의 미래에 대하여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08.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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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기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제주가 아름답다는 것을 부인할 제주도민은 아마도 없다. 모르긴 해도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제주만큼 매력적인 곳을 본적이 없다.

지금 제주도정은 준전시상태다. 응대 없고 메아리 없는 전화기와 전쟁에 돌입했다.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판다’고 우근민 제주도정이 전형적 관제몰이 쓰나미가 제주지역을 휩쓸고 있다. 공무원을 필두로 맹목적 자연경관 전화 투표가 지나치게 도를 넘고 있다.

자율적 목표란 미명하에 직원 1인당 하루에 500통 이상 전화투표와 부서별 무한경쟁, 전화료 기탁 성금 모금 독려, 임시반상회 개최, 과도한 혈세 낭비 등 해도 해도 막 나가는 제주도정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

자연경관 그 자체에 전혀 과학적이지 않는 인기투표 방식으로 등수를 매기고 이를 상술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탓할 생각은 없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제주도정이 객관적 판단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포장된 장밋빛 환상으로 도민들을 집단적으로 우매화 하고 공직사회를 황폐화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의 미래가 단순히 전화질 횟수로 결정된다고 믿는 제주도정과 이를 위해 올인하는 제주공직사회를 보면서 당혹감을 버릴 수 없다. 가볍게 즐겨야 할 이벤트 행사에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제주사회 현주소가 슬프다.

전략적으로 제주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세계가 공인하는 타이틀 ‘인증샷’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도민들에게 세계7대경관 선정에 관한 허와 실에 대하여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솔직히 이해와 동참을 구해야 옳다.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내야 할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해 어떻게 도민의 합의를 이루어내고 가꾸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담론과 대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장사꾼이 차린 밥상 그릇에 제주 미래의 명운을 담기에는 제주의 자연경관은 너무나 아름답다.

세계7대 경관 선정과 관련하여 제주도정이 보여준 전근대적 행태에 대해 제주사회는 준엄한 비판과 냉철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공직사회 역시 무조건 순종하는 연약함에 더 이상 제주의 미래를 황당한 감언이설로 포장하고 도민을 기만해서도 안된다.

요즘 나는 일과시간에도 모자라 퇴근 후에도 하루 500통 목표 달성을 위해 전화기를 누르는 동료들에게 실적 까먹는 죄인이 되어 버렸다.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부풀려진 기대효과와 왜곡된 불편한 사실들에 대하여 과감히 ‘NO'라고 브레이크를 걸고 멈출 수 없는 공직사회 분위기가 너무 우울하고 안쓰럽다.

제주도정은 과부하 걸린 전화투표에 순수한 공직자들의 열정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고 차분히 제주미래의 알찬 주춧돌을 쌓을 수 있도록 원래 자리로 하루속히 되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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