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도민 구한 그에게 해 줄 건 ‘독립유공자’ 타이틀”
“제주도민 구한 그에게 해 줄 건 ‘독립유공자’ 타이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8.14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15 특집] ‘4.3 쉰들러’ 문형순 자료미비로 ‘독립유공자’ 번번이 퇴짜

제주도민들에게 문형순 선생(1897~1966)은 점차 각인되고 있다. 그는 4.3과 한국전쟁 와중에 일어난 예비검속의 정점에 선 인물이기에 그렇다. 당시 성산포경찰서장인 그는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명령을 내린 문서에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는 서명을 해 도민들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낸다.

4.3이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오면서 그의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는 건 다행한 일이다.

4.3도 있지만 사실 문형순 선생에게 더 중요한 건 그의 정체성 회복이다. 다름아닌 ‘독립유공자’의 지위를 얻는 일이다.

문형선 선생의 기록을 포함해 일제 당시 만주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행적을 그리고 있는 '만주벌의 이름없는 전사들'. 하지만 일제 당시 자료엔 문형순 선생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아 독립유공자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김재승 저서 '만주벌의 이름없는 전사들'에 문형순 선생의 행적이 나타나 있다.

# 2006년이후 세차례 심사 모두 ‘탈락’

하지만 독립유공자로서의 길은 멀기만 하다. 제주도보훈청은 지난 2006년부터 국가보훈처에 문형순 선생의 정부 포상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제외되고 만다. 이유는 자료 불충분이다.

평남 안주 출신인 문형순 선생은 신흥무관학교를 나와 1930년대 만주 한인사회 준자치정부인 국민부 중앙호위대장 및 조선혁명군 집행위원으로 적극적인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고 알려져 있다. 2006년 8월 첫 공적조서를 올릴 때도 이같은 내용으로 정부 포상을 신청했다.

그런데 늘 되돌아오는 건 ‘자료 미비’였다. 제주도보훈청은 지난해 4월 추가자료를 확보해 국가보훈처에 올렸으나 다시 ‘재심사’였다.

제주도보훈청이 올해 재차 올린 자료 역시 최근 ‘불가’ 판정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자료 미비’를 이유로 꺼내들었다. 국가보훈처는 현재 존재하는 자료가 아닌 일제당시 일본 정부문서와 신문자료에 문형순 선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 일제당시 자료에 ‘문형순’ 없어

문형순 선생의 행적을 풀기 위해서는 당시 인사들이 원래 이름외에도 다른 이름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문형순 선생이 쓴 다른 이름은 ‘문시영’이라고 한다. 국가보훈처도 이 점에 유념을 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몇몇 자료엔 문형순과 문시영이라는 이름이 동일인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으나 지난 1960년대 펴낸 「한국독립사」엔 문형순이라는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기에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한국독립사」는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한 김승학 선생의 저술이어서 국가보훈처가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책이다.

국가보훈처의 조철행 연구관은 “(한국독립사 이후에 나온) 몇몇 책에는 문시영 선생을 문형순 선생과 동일인으로 취급해 그가 중앙호위대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동일인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일제 당시 자료엔 문시영이라는 인물은 있지만 문형순이라는 인물은 확인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나이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문형순 선생은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이라며 강조하고 있는 이대수 전 제주도보훈청장.

#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은 포상 대상”

문형순 선생의 기초적인 자료를 만든 이대수 전 제주도보훈청장은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은 다들 포상을 받는다. 자료가 없다고 하는데 시국이 어떻게 될지 몰라 뒤늦게야 재조명됐을 뿐이다”며 아쉬워했다.

문제는 국가보훈청이 요구하는 추가자료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문형순과 문시영이 동일인물이라는 점만 확인이 된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 확보에 또다른 걸림돌이 있다. ‘동북공정’이후 중국측으로부터 자료확보가 어려워졌다.

조철행 연구관은 “국가보훈처에서도 문형순 선생의 추가자료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 자료수집위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중국측이 동북공정이후 아예 문을 닫아버려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형순과 문시영 두 선생의) 동일인 여부만 확인되면 심사할 수 있다. 내년 3월 대상에 포함되려면 오는 9월말까지는 자료가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문형순 선생의 호적.

# 제주도 차원서 추가자료 확보 노력해야

국가보훈처에 대한 취재 결과 제주도에서 문형순 선생에 대해 정부 포상을 신청한 것 외에도 개인 자격으로 문시영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해 줄 것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역시 보류 상태라고 한다. 기자가 문시영 선생을 신청한 이에 대해 묻자 국가보훈처는 “개인 신상이기에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이제 공은 제주도로 넘겨졌다. 문형순 선생은 ‘4.3 쉰들러’라고 불릴 정도로 제주 도민들에겐 은인과도 같은 인물이다. 제주도가 그에게 줄 선물은 ‘독립유공자’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는 일이다.

이대수 전 청장은 “살았으면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며 제주도가 나서서 문형순 선생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건 이대수 전 청장 개인의 마음이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의 마음이 그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