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일하라!
제대로 일하라!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08.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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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홍기확

7월 정기 인사를 하고 나서 잠시 제주도 공무원 조직이 어수선했다. 이제 인사를 한 후 열흘이 지났으니 조직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일해야 하는 ‘시점(始點)’이다

내가 모 기업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나는 이 회사를 다니는 9개월 동안 가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평일에 11시에 끝나는 것은 보통, 술자리는 일주일에 4~5번, 주말에는 이틀에 하루 출근해서 역시 저녁 11시 퇴근.

전무와 상무는 직원들이 저녁까지 남아서 일을 하는지 9~11시 사이에 수시로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댔다.

이 때문에 모든 직원들은 정규 업무시간인 오전 9시~오후6시까지를 1차전,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술을 먹는 시간을 2차전, 9시부터 11시까지 졸면서 ‘일다운 일’을 하며 상무, 전무의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을 3차전으로 명명했다.

물론 나는 이 회사를 9개월밖에 다니지 않았다. 가정생활이 되지 않다 보니 집사람이 먼저 그만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비한 공무원, 세간에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높은 연봉을 발로 차고 나선 공무원 9급을 한다고 하니 다들 미쳤다고 했다. 부모님은 쓰러질 뻔 하셨다. 단 한사람, 집사람만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들어간 9급 공무원. 처음에는 읍사무소에 발령이 나서 참 재미있게 일을 했다. 그러다 10개월 만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행운인지 시청의 기획계로 발령이 났다.

이런! 전에 다니던 사기업보다 더 했다.

그 당시 담당 왈, “기획계는 밤12시 이전에 불 꺼지면 안 된다.”

나도 변명은 있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10시 40분에 끊기는데요.”

그러자 다시 담당 왈, “그럼 매일 막차 타고 가.”

결국 나는 대부분 아침 6시40분 첫차를 타고 출근해 저녁 10시40분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래도 첫 직장과는 달리 나도 요령이 좀 생겼다. 우리계 대부분의 직원들이 주말에 출근했지만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끔씩만 나갔다.

물론 이 곳은 할 일이 좀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저녁 6시 이전에는 거의 매일, 모든 업무를 끝마칠 수 있었다.

왜 저녁에도 할일 없이 남아있고, 왜 주말에 출근해서 시장, 국장의 전화를 기다리는가? 업무시간에 일하면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제대로 일하자!

파이낸셜 뉴스의 기자이며 5권의 책을 쓴 정보철 기자의『승자,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의 조건을 말하다』에 나온 “의정부 삼식이”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아버지가 말했다. "내일 아침 의정부에 다녀오렴"

아들 삼식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삼식이를 찾았다. 삼식이는 그러나 새벽부터 보이지 않았단다. 점심이 지난 후에 삼식이가 헐떡이며 집에 들어왔다,

"어디 갔다 왔냐?" 아버지는 조금 역정이 났다. 아침에 중요한 일로 의정부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려는데 없었기 때문이다. 삼식이가 의아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의정부요. 의정부에 다녀오라면서요?"

삼식이는 쓸데없는 일에 열중한다. 남보다 부지런을 떤다. 새벽부터 의정부에 다녀올 정도로 열성이다. 단지 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말이다. 의정부 삼식이 이야기는 어느 조직에나 있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조직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삼식이의 한계다.

잘 돌아가는 조직과 잘 안돌아가는 조직은 삼식이의 존재여부다. 삼식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은 항상 빠듯하게 돌아간다. 돌아가는 속도가 점점 늦춰지고, 시간이 지나면 움직임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영자들은 바삐 움직이는 조직원이 어여쁜가보다. 새벽부터 밤늦게 일하는 조직원에게 많은 점수를 준다. 그들이 왜 바쁜가는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말이다. 그들은 서쪽으로 가야하는데 동쪽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결코 선(善)이 아니다. 제대로 일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삼식이를 가려내는 게 경영자의 안목이다. 삼식이를 가려내지 못하면 그 조직은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

불행하게도 삼식이를 가려내는 안목을 가진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삼식이를 격려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경영자 자신이 삼식이인 것도 많이 보아 왔다.

이 책을 인용하고 나니 어떤 사람은 반감을 가질 수 있겠다.

가령 ‘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정말 바쁘다. 내가 고생하는 것을 폄하하는 것이냐? 내가 저녁까지 앉아서 일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라고 말이다.

나의 답변은 이렇다.

첫째, 일이 많아 바쁘다면 빨리 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기계발이든 업무숙지를 통해서든 말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업무분장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이므로 기관장에게 정식으로 업무분장의 조정을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이 모두 다 바쁘다면? 이 조직에서만 있을 것은 아니니 나중에는 좀 더 업무가 적은 곳으로 갈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 다른 사람은 가벼운 업무를 맡고 있는 것 같은데 자기한테만 업무가 가중된 것 같고 기관장도 계속 업무를 던져준다면?

이 경우에는 도리어 감사해야 한다. 자신을 믿고 일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전에 근무하던 읍사무소에서의 일이다.

읍장은 단체장과의 식사나, 각종 회의 후 외부인과의 식사 때 항상 부읍장에게 식사 장소를 선정하고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부읍장이면 체면도 있을 텐데 이 분은 항상 자기가 직접 고민해서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나는 부읍장에게 사석에서 ‘왜 이런 사소한 걸 밑에 직원 시키시지 직접 하시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이 참 멋있었다. "야! 인마! 답이 나올 사람한테 일을 시키는 거다. 다른 사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나만이 정확한 답을 제시할 것 같으니 나한테 시키는 거야. 너도 누가 사소하고 시시하고 잡다한 일을 시켜도 군소리 없이 일해라. 그럼 점점 큰 일을 맡게 될 거다. 물론 이렇게 되면 네가 하는 일이 남들보다 점점 많아지겠지. 하지만 일을 주는 사람에게 고맙게 생각해라.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너는 어떤 조직에 속하든 제일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될 거다. 게다가 네가 어떤 조직을 가든 어떤 조직에 있던 누구보다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따라 다닐 거다.”

이 이야기가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맞는 얘기인 듯 싶다.

셋째, 그래도 힘들고 저녁에 늦게 가는 것에 지쳤다면?
어쩔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솔직히 나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일찍 끝나고 편한 직장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이번이 무려 6번째 직장이다. 하지만 모든 직장들이 비슷했다. 왜냐면 조직은 바뀌어도 사람은, 사람이 일하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의 세 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로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있다.

위로 먼저...

대한민국의 직장, 조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젊은 직원들의 개방성을 이해하고 좋은 점을 수용하려는 직장상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과거보다 차츰 자기계발, 가정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정착되고 있다.

다음으로 해결책.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없지만, 이 글을 지금 읽는 기관장이 스스로 바꾸면, 지금 읽는 실무자들이 나중에 승진하고 기관장이 되어 자기가 지금의 불만 있는 기관장과 다르게 행동하고 직원을 대한다면 전체 조직은 결국 바뀌게 될 것이다.

실무자라면 저녁까지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는 동료직원이 있다면 왜 바쁜지, 지금까지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자. 그리고 당장 빨리 퇴근할 수 있도록 직장 동료를 도와주거나, 장기적으로 일을 빨리 처리하고 집에 갈 수 있도록 직장동료의 일을 가져오자.

관리자라면 늦게까지 일을 하는 직원을 보면 ‘조직 진단’을 해 봐야 한다. 혹시 조직의 업무가 개인에게 편중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후에는 ‘개인 진단’을 해야 한다.

개인 진단을 해서 개인의 정보화 능력이 떨어진다면 당장 정보화교육을 보내자.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면 잘 하는 다른 실국과, 읍면동 직원을 초빙해서라도 일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설사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듯한데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는, 하는 척하는 직원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늦게까지 남아 조직에 맹목적인 충성을 한다고 격려하기 이전에 격렬하게 야단을 쳐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기관장 자기 자신은 왜 지금까지 직원과 함께 사무실에 남아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만약 하는 일이 없이 습관적으로 늦게까지 남아 있다면 밑의 직원들을 위해서 일찌감치 사무실에서 퇴근하자.

어쩌면 이 직원은 기관장 본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집에 갈 때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앞에서 제시한 위로와 해결책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통할지는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위로와 처방이기 때문이다.

행정학에서 가장 다양한 이론이 바로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론들이다. 그만큼 ‘조직문화’는 다양한 이론만큼이나 설명하는 틀,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이 넘쳐난다.

돌리고 돌려가며 설명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딱 두 가지다.

첫째, 사무실에서의 불필요한 ‘대기(낭비)시간’과 그에 따른 ‘대기(낭비)비용’을 줄이자.

이는 가족과 직장의 균형을 맞추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계발 및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더욱 활력 있는 조직문화를 창출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둘째, 제대로 일하자!

업무시간에 집중하자. 그리고 내 일이 적으면 남의 일을 좀 더 도와주고, 내 일이 많으면 남에게 일을 분배하자. 괜히 일하는 척하며 눈치 보지 말고. 힘들게 일하는 직원 나 몰라라 하지 말고.

물론 제대로 일하려면 기관장들의 도움과 격려, 관심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가족과의 휴식, 자기계발, 자아성찰의 시간을 주자.

제주도 공직문화의 혁명, 변혁, 혁신이 아닌 ‘변화’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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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1-08-10 16:36:20
직장인으로서 공감 가는 글이네요.. 예전에 어떤 사장님이 "모든 일은 근무시간 안에 끝내라..남으면 쓸데없는 전기료만 나간다"라고 말한 게 불현듯 생각나네요. 생각해보니 그 분이 멋진 리더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