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이 자체를 추론하고 사유(思惟)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영국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이코노미스트 베르 반 랑드흐헴은 연령별로 직면하는 환경적 특징을 분석하여, 삶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삶에 대한 만족감은 20대 후반부터 점점 하락해서 45세 즈음에 최저점을 찍고 50대부터 다시 서서히 회복, 전체적으로 U자 곡선을 그린다고 한다.

그 이유는 20대에는 근심걱정이 비교적 적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지만,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책임이 늘어나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삶의 만족감은 인간의 사고가 무한하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해서 어느 나이가 제일 불행하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삶의 만족감을 어디에 두며, 삶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또 국가마다 처한 현실과 문화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터. 여기에서 우리나라라면 20대 후반까지 과연 근심걱정이 적을까. 심각한 청년실업, 무한경쟁만 있는 각박한 현실. 아마도 그들 입장에선 저희들이 제일 불행한 세대라 주장할지도 모른다.

45세에 만족감 하락의 정점을 찍는다고 했는데, 그 시절은 중후함이 넘쳐나는 중년세대이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꿰차 명예도 획득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를 느끼며 살만한 인생의 황금기는 아닐까.

반면에 가정적,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하고, 직장에서 은퇴를 고민해야하는 갈등의 시절인 것만은 틀림이 없을 듯.

랑드흐헴은 50대가 되면 인생을 수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20대에 맛 봤던 인생의 만족감을 되찾고, 65세 즈음에는 자신 그대로 모습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45세를 만족의 최저정점으로 50대가 되면 삶의 만족감을 되찾고, 노년이 되어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장년과 노년 세대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연구결과는 아닐까. 50대 후반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기로에선 어정쩡한 세대이다. 직장을 퇴직하고 양육하던 자식들은 성장하여 하나둘 둥지를 떠난다. 자식들이 떠나고 없는 자리에 엄습하는 빈둥지증후군에 몸을 떨며,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외로움을 겪는 세대이다.

실버세대는 어떤가. 준비된 노후라면 몰라도, 대다수가 준비하지 못한 우리나라 노년세대의 현실. 길거리와 공원으로 내몰리는 처연한 노년의 군상들. OECD국가 중 제일 높은 노인의 자살률. 어찌 삶에 만족을 느낀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중년 때 짊어졌던 책임감이 줄어들고 즐길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노년행복의 비결이라는 주장은 음미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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