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제주어’를 보존하려면 제대로 쓰는 게 우선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제주어를 사라져가는 언어로 등록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1%인 제주어의 가치가 그만큼 의미를 가지는 것과 아울러 보존하지 않으면 당장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존재한다.

유네스코는 무형유산 등재에 원칙을 갖고 있다. 우선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하고, 이와 더불어 해당 지역민들이 그 무형유산을 지키는데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고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제주어는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우선 유네크스 기준에 부합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민들이 그 무형유산을 보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최근 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제주도는 지난해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은 제주어 간판 사용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였다.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은 옥외광고물 가운데 제주어를 쓴 간판은 60개로 조사됐다. 그러나 절반 가까이는 제주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무턱대고 내걸었다.

대부분은 ‘아래아(ㆍ)’ 표기를 ‘ㅗ’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원래 제주어가 갖고 있는 음가를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관광객 유입이 많은 제주도로서는 잘못 쓰여진 글자가 자연스레 홍보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간판만이 문제는 아니다. 더욱 중요한 건 교육 현장과 가정내에서의 제주어 쓰임이 있지 않고서는 ‘제주어 보존’은 허공에 해대는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제주어 교육은 어느 정도나 될까.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에 그대로 투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아쉽다.

오히려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어마을이다' 하며 제주어보다는 영어가 득세를 하는 세상이다.

아울러 도정에서는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제주어를 온라인상에서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멀티미디어 민속관광 대사전’ 외에는 제주어의 제대로 된 활용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제주어를 써야 할 이들은 나이든 어르신들의 몫이 아니다.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에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제주어를 쉽게 접하고 쓸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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