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는 올 한해 연중기획으로 ‘이주민, 그들을 말한다’는 주제를 설정했다. 단일민족으로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이주민들은 이제 우리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 그들이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문화, 앞으로 제주사회에서 이주민들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쳐온 게 있다. ‘단일민족’이다. 단군조선이래 7000만명이 하나의 핏줄로 내려온 한민족이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숱한 외세의 침략을 받아오면서도 한 핏줄을 이어왔다는 것을 내세우기에 여기에 이의를 달면 뭔가 이상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 제주도의 시작도 다문화 사회
하지만 하나의 민족이 한 핏줄을 이어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흐름에서 수백번에 달하는 전쟁이 이어졌고, 그 전쟁의 와중에 피는 섞이게 마련이다.
다만 하나의 민족을 강조한 데는 중국와 기타 세력에 대응하려는 보이지 않는 민족의 정체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민족이 한 핏줄인가라는 물음은 제주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제주도의 역사가 그걸 말해준다. 고·양·부 삼성신화를 들여다보자. 고·양·부 삼성이 배필을 맞아들이는 장면이 있다. 고·양·부 삼성은 동해변(지금의 온평리)에 떠오른 석함 속에서 나온 벽랑국 공주 셋을 배필로 삼아 자손을 번창시킨다.
삼성신화는 다양한 민족이 섞인 과정을 표출하는 방법의 하나인 셈이다. 그러니 단일민족이라는 건 예전부터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세계화 개방화 시대다. 국경의 개념은 지도상에 보이는 선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인적 구성은 자연스레 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며 심각한 노동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이 촉발됐고,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성들이 우리나라에서 배우자를 구하지 못해 동남아 등지의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보편화되고 있다.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22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26만명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 순혈주의를 버리고 다문화 인정할 때
‘단일민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정체성은 급격히 늘어난 이주민들을 수용하기에 버거웠다. 이주노동자들의 불안한 현실과 착취 등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이는 단일민족과 순혈주의라는 혈통에 집착해 온 한국사회의 문화였기에 다른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과의 합일이 어려웠다.
제주도의 외국인 주민 비율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제주도의 주민등록인구수는 56만2663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주민 비율은 전체의 1.3%인 734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혼인 귀화 등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이들은 551명,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들은 5502명이다.
전체 7343명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단연 외국인 근로자다.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2563명으로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들의 절반을 차지하며, 한국국적을 가진 이들까지 포함한 비율에서도 35%를 점유하고 있다.
다음은 결혼이민자로 이들은 1164명이며, 유학생의 숫자도 갈수록 늘어 857명이나 된다.
국적도 다양하다.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제주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적별로는 중국이 가장 많은 2390명, 베트남 1076명, 필리핀 507명, 미국 448명 등이다.
특히 외국인 주민 자녀들의 증가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 자녀는 1290명으로 17.5%에 달한다. 결혼이주여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녀수는 급격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다. 이젠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피부색을 놓고 다른 이들처럼 치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문화가족, 더 나아가 이주민 그들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이웃이며 제주도 발전을 위해 공생해야 할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