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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역시 '책' 소풍이 최고에요"
"가을엔 역시 '책' 소풍이 최고에요"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10.17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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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책들의 가을소풍' 제주책축제, 나들이 인파 '북적'

내리쬐는 햇살이 여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창한 17일. 주말을 맞아 가족, 친구, 삼삼오오 나들이를 나섰다.

발길이 향한 곳은 멀리 떨어진 관광지나 명소가 아닌, 제주시 일도동에 위치한 제주영상미디어센터.신산공원 인근.

그 곳에서 소풍나온 '책'들과 나들이 인파가 한데 어우러져 책을 읽고, 행사를 즐기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16일부터 17일까지 '책들의 가을소풍-책을 가까이, 더 가까이'를 주제로 제주책축제를 개최했다.

지난해 신종플루 여파로 한해 걸러 올해로 4번째를 맞은 행사에는 제주중등국어교육연구회(회장 고병석)와 제주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회장 변순자)가 공동 주관해 참여했다.

이 밖에도 제주도내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그리고 제주종이문화교육원, 제주북아트연구회,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등 독서 관련 단체 31곳이 함께했다.

# 눈길 가는 곳곳마다 책책책

책축제는 전시마당, 체험마당, 나눔마당, 놀이마당, 공연마당, 책교환 마당 등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영상미디어센터 입구에 서있는 이동도서관 차량을 포함해 축제장 이곳 저곳에 좋은 글귀, 시, 그림 등이 전시돼 있었다.

어느 곳에 눈길을 두어도 책과 관련된 요소들이 즐비해 '책 읽는 분위기'가 절로 샘솟았다.

특히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에서 부스 한켠에 전시해 놓은 점자 명함은 오고 가는 이들의 발길을 끌었다.

점자 명함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눈을 감고 손 끝으로 느껴보는 학생들.

"우리가 쓰는 ㄱ(기역)이랑 점자에서 쓰는 ㄱ이랑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신기해요."

# "동화 속 백설공주 됐어요"

체험마당에서는 참가자 저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길게 줄을 섰다.

노형꿈틀작은도서관은 '동화 속 의상을 입고 주인공 되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단연 인기 만점.

대기표를 끊고 30-4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오고, 백설공주 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노형초 고지연 학생.

"제가 진짜 백설공주가 된 것 같아 너무 기뻐요"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제주서중이 운영한 '시가 있는 나만의 T셔츠'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좋아하는 시 구절을 골라 펜으로 직접 쓰며 자기만의 T셔츠를 만들었다.

새하얀 T셔츠에 검은 펜으로 한글자 한글자 조심스레 적어가던 남광초 김수연 학생은 "이쁘게 만들어서 오래 오래 입을 거에요"라며 글쓰기에 집중했다.

# 부자(父子) 간 퍼즐 만들기 삼매경

놀이마당에서는 온 가족이 무언가에 골똘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제주독서교육연구회가 운영한 '인상 깊은 장면 퍼즐로 만들기' 부스였는데, 부자(父子) 간 퍼즐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안주현 어린이는 책 속에서 본 바닷가 풍경을 고사리손으로 직접 그렸다. 퍼즐 만들기는 아빠의 몫. 그렇게 만들어진 퍼즐을 부자가 함께 끼워 맞췄다.

안 어린이는 "재미있어요"라는 한 마디를 하곤 완성된 퍼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켠에서는 '퍽 퍽'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은 제주교육박물관의 전통 딱지 접기 부스.

딱지를 접해보지 못했던 아이를 대신해 아버지가 능숙하게 딱지를 접어줬다.

튼튼하게 완성된 딱지를 바닥에다 쳐 보던 어린이는 아버지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였다.

고형민씨(42)는 "우리 어릴때야 딱지 가지고 많이 놀았지만 요즘 애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아들과 함께 딱지 놀이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책교환 마당에서 "골라 골라~"

축제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사람들이 한손에 책을 한웅큼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보였다.

따라가보니 그 곳은 아라중학교에서 운영한 책교환 마당.

헌 책 3권을 가져오면 새 책 1권과 바꿔주는 곳이었다. 헌 책끼리는 맞교환도 가능했다.

읽지 않고 집에서 먼지만 쌓이던 책을 들고와 새 책으로 바꿔가는 행렬이 이어졌다.

비록 낡고 오래된 책이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찬스. 책 한권 한권을 꼼꼼히 살펴보며 교환할만한 책을 찾는 모습이 자뭇 진지했다.

"엄마 이거, 이거, 저것도"라며 재촉하던 한 어린이는 예쁜 표지의 동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책을 가까이 더 가까이'란 주제의 이번 제주책축제. 동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어린이부터 아이에게 딱지를 접어주던 40대 아버지까지 모두가 한데 어울려 책과의 소풍을 즐기며 책에 가까이 다가간 듯 보였다.

고병석 운영위원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책과 친근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남녀노소 모두 책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왜 쓰였는지는 묘연하지만, 이날 제주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에 어울릴 만큼 책으로 인해 풍성한 하루였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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