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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은 도의원 해외연수 이야기
말도 많은 도의원 해외연수 이야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0.10.16 10: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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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지난 7월 제주도의원으로 당선돼 새로운 의회가 꾸려진지 불과 3개월도 안 된 시점에 대부분 도의원이 한꺼번에 우르르 해외여행을 나선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주도의회 전체 41명의 도의원 가운데 개인 사정이 있는 3명을 제외한 38명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 말자 지난 9월 25. 26일부터 5∼6일 일정으로 해외연수에 나섰다.

거의 모든 의원이 같은시기에 해외여행에 나선 사례는 30여년 제주도의회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번 해외연수에는 도의원 이외에도 모든 6개 상임위의 사무처 소속 전문위원과 행정직원 등 각각 2명이 동행해 총 50여명이 참여했다.

이 기간 제주도의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의정활동은 365일 연중무휴로 이뤄져야 하는 법이다. 설사 회기가 끝나도 의회 안팎에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동시다발 해외여행으로 그 기간만큼 의정이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의원들이 없어도 제주사회엔 아무런 일이 없었다. 의회의 직접 상대 파트너인 제주도청(제주시청. 서귀포시청 포함), 교육청은 물론 민간단체 및 일반도민사회에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제주의회라는 논리다. 이런 논리를 의회가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의회라면, 연간 150억원이 넘는 막대한 도민혈세가 들어가는 의회의 존재이유가 있을까.

의원들은 ‘해외연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공부하러 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행일정을 보면 주로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의원들은 의회 예산에 해외연수비로 예산이 책정돼 있어, 이걸 쓰는 게 뭐 잘못이냐고 반문한다.

문제는 시기다. 양식있는 모 전직 도의원은 “임기를 시작한 지 최소 6개월간은 도정파악은커녕 어떻게 도정과 의회가 돌아가는지 조차 몰랐다"고 회고했다. 특히 매년 11월부터는 집행부(제주도청. 제주시청 서귀포시청. 교육청)에 대한 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실시되고, 도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의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심의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회기도 40여일 지속돼 지방의회로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프로급인 공무원에 맞서 행정감사나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려면 아마추어인 의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야 할 입장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섰다는 건 마치 기말시험을 앞둔 학생이 오락실 출입하는 거나 매 한가지라면 지나친 비유일까. 중요업무가 끝난 12월 중순 이후에, 한꺼번에 몰려가지 말고 좀 띄엄띄엄 나갔더라면 모양새도 덜 거슬렸을 터.

해외여행은 다른 문화와 제도를 직접 체험하고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급변하는 세상에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선 안 된다. 지방의원들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이 각 고장과 도시를 어떻게 꾸려가는지 살펴보고, 선진국의 우수 경험을 습득해 의정에 반영하는 것은 마땅히 필요하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등을 떠밀어서라도 의원들을 해외로 자주 내보내야 한다. 마땅히 의원들의 해외연수비도 늘려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주로 ‘외유성’(外遊性) 연수라는데 문제가 있다. 주로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노닌다. 구색 맞추기로 연수 일정에 하루 정도를 공식 연수행사로 끼워 넣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의원들이 외국 유명 관광지마다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것도 볼성스럽다. 어느 여름철 외국  여행 때 호텔에서 술에 취한 A의원은 잠옷바람으로, 살찐 복부를 드러낸 채 배를 두드리며 호텔안을 돌아다니다가 호텔측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몇 년전 B 의원은 잔뜩 술에 취한 나머지 방을 잘못 찾아 들어갔다가 투숙한 외국인을 놀라게 해 경찰까지 출동, 어글리 코리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동료의원들과 화투장을 놀리다 시비까지 벌인 C의원은 아예 다음날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호텔에서 백주에 혼자 고독을 씹었고, 귀국길에 D의원은 항공기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피우다가 항공기 보안요원에 적발되는 망신을 겪었다. 의회 F 간부는 해외 공식행사 때 부인을 동행, 주변 참가자들로부터 눈총을 사는 등등.

여태까지 ‘쉬쉬’하며 공개되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참 많다. 

연수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나간 의원들이라면 이래도 될까. 물론 열심히 선진 견학지를 노트하고 공부하는 의원들도 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여행)에 정당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떳떳하게 나가는 그런 해외연수다. 그러려면 외국 나가는 것을 숨길 이유가 없다. 가끔 의회 간부나 홍보책임자가 필자에게 의원들의 해외여행과 관련된 보도를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가 사라지면 된다.

의회 홈페이지에 외국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토의했는지, 경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여행일정과 다녀온 연수 내용(보고서)도 함께 밝히면 된다. 제주도의회는 몇 년 전 이와 비슷한 공개 제도를 만들었지만, 나는 아직까지 도의회 홈페이지에 이런 해외연수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접해본 일이 없다.

의원들은 의회 차원에서만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집행부(도청, 교육청) 공무원의 해외출장에도 자주 동행한다. 물론 해외여행 예산은 집행부 부담이다. 지난 7대 의회 때 한 도의원은 4년 임기동안 최고 13번이나 해외를 다녀왔다. 동료의원들조차 잘 몰랐던 이야기다.

 세계에서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 등 동유럽에서 국회의원은 요즘 기피직종이라고 한다. 개인 비서도 없다. 그래서 이들 나라 국회의원은 우편이나 메일을 직접 챙김은 물론, 자료를 뒤지고 연구하느라 밤잠도 설친다. 그래서 외국 여행은 물론 친척 방문, 지인과 맥주 마시기, 취미생활 등 사생활은 아예 접어두기 일쑤다.

격무로 건강도 나빠져 의원 생활을 더 오래 지속하지 않으려하는 국회의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단다. 바로 며칠 전 이 나라를 취재해 우리나라 TV에 방영된 장면이다. 이 나라에선 '의원=사회봉사' 일뿐이다. 의원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자기사업을 하며 부정부패를 키운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방의원 감투 썼다고 마치 큰 권력이나 잡은 양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행사장에 나타나 VIP 행세하고 싶어 앞줄 가운데 좌석이나 차지하려는 우리의 지방의원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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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2010-10-18 23:03:55
말로만 도민위한다며...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