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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상담하는 청소년들..."그들이 위험하다"
'자살' 상담하는 청소년들..."그들이 위험하다"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9.2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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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Wee센터 이용 현황을 통해 본 청소년들의 위기

영화가 시작되고, 주인공인 '해결사'는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총을 쏘아 댄다. 폭력이다.

이어진 내용에서는 한 여자가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비관해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진다. 자살이다.

여자가 차에 치이며 4중 추돌 사고가 발생, 모두 11명의 피해자들이 경찰서로 연행된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강간 미수 범죄 전력이 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성폭력이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강간 미수 전과를 가지고 있는 사실에 모든 이들이 아까와는 다른 시선을 보내고 그를 배척한다. 집단 따돌림이다.

4중 추돌 사고의 자초지종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잘했네, 잘못했네 하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곱지 않은 말들이 오고간다. 욕설이다.

방송 이래 단 한번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133억원짜리 퀴즈쇼, 우연히 마지막 정답만 알게 된 이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 '퀴즈왕'의 전반부 내용이다.

이 영화를 헐뜯으려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의 등급, 그리고 영화 속 유해 요소에 노출된 청소년에 대한 얘기다.

영화 '퀴즈왕'은 15세 관람가로, 고등학생 혹은 일부 중학생까지도 관람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영화나 방송 등이 그들에게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5세 관람가 영화에서조차 자살, 폭력, 성폭력, 집단 따돌림, 욕설 등 10대 청소년과는 어울리지 않고, 어울려서도 안되는 요소들이 곳곳에 보여진다.

제주도내 청소년들은 이같은 요소들에 대한 고민을 안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학생 통합 안정시스템인 'Wee센터'를 찾아갔다.

제주도교육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8월 말까지 Wee센터에서는 학생 상담, 집단 상담, 학부모 상담 등 총 2915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개인상담'보다 심도있는 상담이 오고 간 '개인위기상담'은 668건으로 나타났다.

개인위기상담에서 이뤄진 상담 내용은 위 영화에서 드러난 소재와 비슷하다.

자살 11건, 가출 155건, 폭력 70건, 성폭력 21건, 비행 34건, 집단 따돌림 75건, 인터넷 중독 86건, 기타 210건 등.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미래를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Wee센터 이용 현황 조사 결과, 일부 청소년들은 자살, 성폭력 등과 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더이상 자살은 인터넷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의 얘기가 아니다. 성폭력은 가끔가다 언론에 보도되며 손가락질 받던 몹쓸 어른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위험하다. 문제가 뭘까? 왜 그들이 자살을 고민해야 하고 성폭력에 골치 아파야 할까?

이번 Wee센터 이용 현황 조사를 담당하던 제주도교육청 관계자조차 상담 내용이 분류된 자료를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최초 Wee센터 이용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준비해 배포했다.

개인위기상담을 내용별로 분류해놓자, 교육청 관계자는 "(상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상담 자료 등을 토대로 해 생활지도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교육 당국의 뒤늦은 대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한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후에 원인을 알아내 대책을 마련한다한들 이미 늦는다.

영화나 방송 등 매스컴을 통해 노출되는 자살, 성폭력 등으로부터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이들 내용에 신경을 끄고 학업에만 전념하라는 식의 충고도 그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시기는 그들이 스스로의 꿈과 미래를 설정하고, 그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들이 꿈을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자살, 성폭력 등으로 인한 고민에 얽매여 있기에 청소년 시기는 너무도 짧기 때문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상담 전문가 수보다 많은 전문가가 채용돼 학교별로 전문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Wee센터의 상담 실적을 홍보하기보다는 앞으로 보다 심도있는 상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책적 홍보가 바람직하다.

청소년들에게 학력 향상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그들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진지한 자세로 다가가 도와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상담 자료 등을 토대로 해 생활지도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노력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이뤄져 결실을 맺을지 두고볼 일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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