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제 정신 아니었다”…재판부 호통

20대 피고인 29일 첫 재판 ‘자백’ 의견서 통해 피력 “성적인 문제 때문·잘못이라는 자각 없어” 취지 주장 재판부 “읽기도 괴로운 사건 알고는 있느냐” 꾸짖어 피해자 상태·치료 계획 등 제출 주문 엄격 심리 예고

2020-06-29     이정민 기자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전국을 돌며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다 제주경찰에 붙잡힌 20대가 첫 재판에서 뒤늦은 반성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크게 호통쳤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29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강요,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29·경기 안산)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제주지방법원은

배씨는 지난해 9월 초부터 올해 5월까지 제주를 포함, 전국에서 4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 100여개를 제작하고 일부를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성착취 영상물을 미끼로 협박해 성관계를 요구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 나이는 만 12세부터 만 16세까지에 불과했다.

배씨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붙잡혀 전국이 떠들썩할 때도 일부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제주경찰로부터 피해자가 11명인 배씨의 사건을 넘겨받았고 이 중 4명의 사건을 우선 기소했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부분은 보강 조사를 벌여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 추가 기소 시 배씨에 대한 범행 내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배씨는 최근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반성한다는 의미다. 배씨는 의견서에서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만 12~16세 청소년 대상…영상 미끼 성관계 요구도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 사건 떠들썩할 때도 범행

검찰 피해자 4명 외 7명 ‘보강 조사’ 추가 기소키로

검은색 뿔테 안경과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출석한 배씨는 재판부가 "이 같은 행위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무엇이냐"고 묻자 "당시 제 성적인 문제 때문인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재판부가 "피해자들이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냐"는 말엔 "당시 생각하지 못했고 이제서야 피해자 입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이 조주빈 사건으로 떠들썩하고, 언론에 크게 보도될 때도 이 사건 일부를 범행했는데 안 잡힐 것이라 생각했느냐"는 물음에는 "당시에는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다"는 취지의 대답을 내놓았다.

27일

재판부는 배씨의 진술을 들은 뒤 "(재판을 진행하며) 형량을 정하려면 기록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괴롭다.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사람이 보기에도 매우 괴롭다. 알고는 있느냐"고 크게 호통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배씨에 대해 현재 기소된 4건 외에 검찰이 조만간 추가 기소할 예정인 7건을 병합, 오는 23일 오전 10시 30분 2차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배씨에 대한 형량 결정 시 참고를 위해 피해자 변호인들에게도 피해자들의 상태와 향후 병원 치료 계획 등을 담은 의견서 제출을 주문하며 엄격한 심리를 예고했다.

피고인 배씨의 성장 환경과 범행 동기, 성적 왜곡도 조사 등을 내용으로 한 '판결전조사'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