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벗겨진 채로 발견됐던 제주 후박나무, 결국 고사 시작

지난 6월 143그루 후박나무 무차별 박피 상태로 발견 5개월여 지나 5~6그루 나무 고사 확인돼 ... 더 심화될 듯

2025-11-25     고원상 기자
지난 6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 임야에서 껍질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가, 최근에 고사가 확인된 후박나무. /사진=제주자연의벗.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에서 나무의 껍질이 대부분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던 100여 그루의 후박나무 중 일부가 고사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내 환경단체인 제주자연의벗 등에 따르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 임야에서 나무의 껍질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던 143그루의 후박나무 중 5~6그루가 결국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지난 6월17일이었다. 제주자연의벗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당시 40여 그루가 넘는 후박나무의 껍질이 벗겨진 것이 확인됐었다. 

당시 껍질이 벗겨진 나무은 둘레 70~280cm, 높이 최대 10~15m에 달하는 거목이 여러 그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령되 최소 70년에서 80년 이상이고, 어떤 나무는 수령이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자치경찰단은 서귀포시 공원녹지과와 함께 현장에 나가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피해규모가 기존에 알려졌던 40여 그루에서 100여 그루가 더 늘어난 143 그루로 집계됐다. 

수사진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하고 주변 토지주 및 관련자를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또한 통신 조회 등을 통해 다각도로 수사력을 집중한 결과 약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가 확인된 후 10여일이 지난 지난 6월 27일 후박나무의 껍질을 무차별적으로 벗긴 50대 남성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수사 결과 A씨는 약으로 달여 먹기 위해 후박나무의 껍질을 벗긴 것으로 전해졌다. 후박나무의 껍질이나 잎 등은 민간요법에서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귀포시는 이 사건 이후 나무의사 등을 통해 껍질이 벗겨진 부위에 황토를 바르는 방법으로 응급치료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껍질이 벗겨진 나무의 대부분은 고사할 것으로 추측이 됐었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껍질에는 나무 전체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물관 등이 많이 분포해 있다.이 때문에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게 되면 나무 전체로 영양분의 공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나무가 점차 메마르고, 종국에는 죽게 된다.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더라도 벗겨진 부위가 크지 않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을 하긴 하지만, 이번에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은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의 모든 껍질이 벗겨지다시피했다. 

그로부터 5개월 정도가 지난 이달 23일 제주자연의벗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실재로 고사하는 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장 확인 결과 고사가 확인된 나무는 5~6그루 등이었지만, 껍질이 벗겨진 모든 나무를 확인하지 못한 것을 고려할 때 고사한 나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