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화 원칙은 어디에 ... 제주도, 아무나 지하수 개발 가능하게?

제주도, 지하수 개발 제한 조항 법에서 삭제 움직임 정민구 "공수화 원칙 포기하려는 것" 강한 질타 내놔

2025-11-21     고원상 기자
제주도의회 정민구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제주특별법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담은 조항을 제주특별법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은 21일 열린 제444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제주도 기후환경국을 상대로 제주특별법 제도 개선 과정에서의 지하수 공수화 원칙 조항 삭제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현재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개선과 함께 포괄적 권한 이양을 염두에 둔 제도개선도 병행하고있다. 

정민구 의원은 이중 포괄적 권한 이양을 둔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안에 대해 지적을 했다. 정민구 의원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포괄적 권한 이양을 염두에 둔 제도개선안에선 제주특별법 제377조, 제379조, 제380조 등이 삭제된다. 그리고 제주도는 권한 이양을 통해 이 삭제되는 조항의 내용을 조례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삭제되는 조항의 내용이다. 이 조항은 제주 지하수의 공수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제377조는 제주의 지하수가 공공의 자원임을 명시하는 조항으로, 지하수 관리와 관련한 제주도지사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379조는 지하수 개발 및 이용허가 등에 관한 특례 조항으로, 제주도내에서 지하수를 개발하거나 이용하기 위해선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제380조는 지하수개발 및 이용허가를 해서는 안되는 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제380조는 특히 제주의 지하수를 뽑아 '먹는 샘물'로 판매 및 제조하려는 경우에는 허가를 내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며, 제주도의 공기업만이 예외적으로 지하수를 뽑아 먹는 샘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제주도내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가 지하수를 뽑아 제주삼다수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제380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이 제380조가 있기 때문에 현재 제주도내에선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와, 이 조항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허가를 받은 한진그룹 산하 주시회사 한국공항만이 제주 지하수를 뽑아 먹는 샘물을 만들고 있다. 

정민구 의원은 이 점을 지적하며 "제주도가 1991년부터 지하수 공수화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2006년 제주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법으로 명문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 지하수 공수화 개념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개념이 제379조와 380조의 강제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런데 이 조항들이 삭제되고, 조례로 만들어지게 되면 강제 규정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해당 내용을 조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례에는 강제 규정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정민구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현재는 제주특별법에 지하수를 개발해 먹는 샘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선 제주도내 공기업을 제외하곤 허가를 내줄 수 없지만, 이게 삭제되면 조례에 관련 조항이 들어가더라도, 조례에는 강제 규정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조례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더라도 도지사에게 허가를 받고 의회 동의를 받으면 지하수 개발을 통한 먹는 샘물 개발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아무나 지하수를 뽑아 먹는 샘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지하수 공수화 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정 의원도 이와 관련해 "이는 공수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대로 개정이 되어버리면, 도지사의 허가와 의회의 동의만 받으면 일반 기업에서 개발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하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명문화된 것을 왜 풀려고 하는 것인가? 그 이유가 뭔가"라고 거듭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강애숙 기후환경국장은 "절대 공수화 원칙을 포기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제도 개선이 공수화 원칙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