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기면서 자료 제출 안한 제주도교육청? 도의회서 질타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서 교육청의 법 위반 지적돼 김광수 교육감, 지적에 '공부 잘 됐다' 문제 없다는 태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교육청이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관련 법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료를 줄 수 없다"며,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거부' 입장을 보이면서 관련 법을 어기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내용의 지적이 제주도의회에서 나오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태도로 넘기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향후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 고의숙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중부선거구)은 17일 오전 열린 제444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 자리에서 김광수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을 통해 제주도교육청의 법 위반 내용을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최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제주의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부분이다.
제주에서는 앞서 지난 5월22일 제주도내 한 중학교의 창고에서 4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어 같은 날 밤 A씨의 유서도 발견됐고, 해당 교사가 담당하던 학생의 보호자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제주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이와 관련해선 진도를 내기는커녕 교육청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사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제출 요구가 있었지만, 교육청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 10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동갑)은 제주도교육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교장 및 교감의 경위서를 제출받았다.
해당 경위서에는 A씨가 지난 5월19일 전체 회식 중간에 귀가하며 교무부장에게 전화해 "두통이 심해 2주간 병가를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 적혀 있었고, 또한 교무부장은 바로 병가를 사용하라고 권했지만 A씨가 직접 "이번 주는 할 일이 있어, 다음주에 병가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고 적혔다.
또한 해당 학교의 교감 역시 A씨에게 전화를 걸자, A씨가 교감에게도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에 병가를 쓰겠다"는 답을 했다는 내용이 경위서에 담겼다.
하지만 유가족은 이와 다른 주장을 내놨다. 고인이 "할 일이 있어 다음주에 병가를 쓰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교감 등이 "민원을 해결한 후 병가를 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학교로부터 제공받아 국회에 제출한 '경위서'에 허위 사실이 담긴 정황 나타난 것이다.
이 사안이 불거지고 다음날인 10월23일, 제주도의회에선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던 가운데 고의숙 의원이 '허위 경위서'와 관련된 통화 녹음 파일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선 정보공개법에 따른 사생활 보호 등을 명분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같은 날과 그 다음날인 10월24일 국회에서도 추가 자료 제출 요구가 있었다. 진선미 의원과 강경숙 의원(조국혁식당, 비례대표) 등이 허위 경위서 문제를 지적하며 관련 통화 녹음 파일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교육청은 이에 A씨의 유가족에게 '국회에 통화 녹음 파일을 제출해도 되겠는냐'고 물었고, 유가족 측은 '제출해도 좋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유족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역시 정보공개법에 따른 사생활 보호 등을그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법 위반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의 자료요구에 대해 피감 기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응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는 제출을 요구받은 자료가 군사 및 외교, 대북관계와 관련된 국가 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그 발표로 인해 국가의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한다. 이 경우에도 주무부서 장관이 직접 '왜 이 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지'에 대해 국회에 소명한 후에야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특별법'으로, '일반법'인 '정보공개법' 보다 상위의 법률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정보공개법보다 우선된다.
교육청이 핑계를 댄 정보공개법으로는 국회의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정보공개법을 이유로 국회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17일 열린 교육행정질문 자리에서 고의숙 의원이 김광수 교육감을 상대로 이 내용을 지적하자, 김 교육감은 도교육청의 법 위반 의혹이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라는 듯 "아주 공부가 잘 됐다"는 답변을 내놨다.
법 위반이 아무렇지 않은 가벼운 사안이라는 태도로 보일 수도 있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답변이자, 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행정기관의 수장이 꺼내기에 부적절해보일 수 있는 답변이기도 했다.
김 교육감의 이와 같은 태도에 고의숙 의원은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본다"며 강기탁 제주도감사위원회 위원장을 향해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이에 "해당 사안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식으로 감사 청구가 들어오면 그 때 감사 진행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