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 무료 버스', 교통복지의 성공 모델이 되기를 바라며!
글 : 송규진 제주YMCA사무총장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이용' 정책이 3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정책 시행 후 청소년들의 주말 대중교통 이용자가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는 소식은, 이 정책이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청소년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신호다. 이는 재정 투입의 효과를 넘어, 제주의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이자 전국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교통복지의 우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제주연구원의 분석 결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말 이용률'의 폭발적인 증가다. 주중 이용률이 13% 증가한 데 반해 주말이 26% 급증했다는 것은, 이 정책이 등하교라는 의무적 이동을 넘어 청소년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촉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청소년들의 이동은 부모의 자가용에 의존하거나, 제한된 용돈으로 교통비를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제약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이제 청소년들은 시청, 칠성로, 동문시장 등 도심 상권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다양한 문화·여가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청소년들의 사회성을 함양하고 지역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
이번 정책은 '이동권'을 보편적 복지의 개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교통은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 아니라, 교육, 문화, 경제 활동 등 삶의 필수 요소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다. 특히 청소년기에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것은 '포용적 생활복지'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김영길 교통항공국장의 말처럼, 이번 정책은 "청소년이 배우고, 누리고, 참여하는"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동시에 각 가정의 교통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 청소년들이 도심 상권의 주요 소비 주체로 등장하며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이 정책이 가져올 장기적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대중교통 이용을 습관화한 세대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가용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제주의 고질적인 문제인 도심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청정 제주의 가치를 지키는 '녹색 투자'이기도 하다. 제주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환경적 가치를 몸소 실천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물론 10월 이용률이 추석 연휴로 인해 다소 완만해지는 등,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일 수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 9월에 보여준 44%의 주말 이용률 급증은 이 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뜨거운 호응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제주도는 이 성공적인 첫걸음을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들의 주된 이동 경로와 시간대를 면밀히 분석하여, 이들의 필요에 맞는 노선 개편이나 배차 간격 조정 등 '수요자 중심'의 교통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이동을 위해 버스 정류장 환경 개선, 야간 조명 확충 등 세심한 부분까지 정책적 배려를 넓혀가야 한다.
제주의 청소년 무료 교통 정책은 단순한 '공짜 버스'가 아니다. 이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동의 자유'를, 가정에는 '경제적 여유'를, 지역사회에는 '미래의 활력'을 선물한 입체적인 복지 정책이다. 재정을 투입하여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이번 사례는, 예산이 어떻게 시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본보기다. 제주가 선도적으로 시작한 이 '사람 중심' 교통복지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