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두드림 따스한 햇살을 품은 최남단 해변 쇠소깍

제주도문화관광해설사협회 '문화 두드림' (17) 제주도문화관광해설사 선미경

2025-11-06     미디어제주

제주 남부에 위치한 서귀포는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 사랑을 받아왔다. 높고도 단아한 한라산을 배경으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다채로운 화산지형 절벽과 검은 현무암 기암들이 조간대를 형성하고 있어 빼어난 절경이 펼쳐져있다.

▪ 제주의 숨어있는 비경 쇠소깍

서귀포 바닷가 중에서도 특별한 모습을 띤 곳이 있다. 하효마을 해안에서 내륙으로 약 300m에 걸쳐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그늘에 숨어있는 신비로운 호수가 있으니 바로 쇠소깍 이다. 쇠소깍은 백록담에서 남동쪽으로 용암이 흘러 내려간 용암길인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소(쇠)가 누워있는 모습의 연못(소)이 계곡 끝자락(깍)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쇠소깍풍경

 

제주전통고깃배 테우

 

쇠소깍은 올레5코스 종점이자 올레6코스 시작점에 있다.

호수는 주변 바위 틈새와 바닥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와 바닷물이 섞여있어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매우 맑다. 주위에 도열한 기암괴석과 그 위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호수는 늘 잔잔하고 고혹스러운 에메랄드 물빛을 발산한다. 쇠소깍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암벽 표면에 생긴 구멍들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풍화혈(타포니)로 목포나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쇠소깍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도 아름답지만 테우나 카약을 타고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기암괴석과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 안으로 물길과 하늘길을 가르며 나아가면 아늑하면서도 신비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목포의 갓바위와 카프리섬의 푸른동굴을 한곳에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은 물고기들에게도 별천지이다. 봄에 이곳에서 부화한 어린 숭어들이 바다로 돌아가기 전에 수면위로 뛰어 오르며 헤엄치는 모습은 또 하나의 장관이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반 이다.

▪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효돈천

백록담과 쇠소깍을 연결하는 물길이 효돈천이다. 한라산 화산활동으로 생긴 가파른 용암계곡으로 한라산 정상에서 해안까지 이어진13km의 물길이다. 계곡을 따라 난대, 아열대, 온대, 고산지대의 동식물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게다가 곳곳에 작은 소와 웅덩이가 있어 다양한 생명체를 불러 모은다. 그래서 효돈천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천연보호구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과 바다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효돈천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말라있어 용암의 흐름과 물의 흐름을 모두 살펴 볼 수 있고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영천(돈내코) 일대에는 천연기념물 한란이 자생하고 있으며 효돈천 주변에는 난대상록활엽수림대, 온대낙엽활엽수림대, 아고산관목림대 등 한라산의 모든 수직 식물군이 분포하고 있으며, 법정 보호종인 한란, 솔잎난, 고란초, 으름난초 등이 자생하고 있다.

생태계의보고 효돈천상류

 

폭우직후 효돈천

 

하늘에서바라본 효돈천하구/사진:김도경

 

효돈천은 우리나라 최다우지인 한라산 동남쪽에 내린 빗물을 갈무리하는 최대의 천연배수로 역할을 한다. 여름날 폭우가 쏟아질 때 쇠소깍으로 이어지는 효돈천 끝자락에 나아가 보라. 세상의 모든 소리를 압도하는 우렛소리와 모든 것을 거침없이 휩쓸고 가는 물보라를 마주하면 대자연 속 아주 작은 존재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검은모래해변

쇠소깍을 시작으로 검은모래해변, 하효항, 게우지코지를 지나 서귀포로 가는 해안도로는 정말 아름답다. 한쪽으로는 바다가 크게 열려 있고 한쪽으로는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똑 같은 한라산 이지만 제주시에서 보는 한라산은 위용이 느껴지지만 서귀포에서 보는 한라산은 길고 고운 곡선이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설문대할망이 쇠소깍을 품고 있는 듯 포근하게 느껴진다.

쇠소깍 산책로를 따라 해안길로 접어들면 검은 모래로 유명한 해변에 이른다.

쇠소깍해변 검은모래는 효돈천을 따라 한라산의 현무암 부스러기가 하류로 떠 내려와 파도에 씻기고 쌓인 것이다. 검은모래해변을 걷다보면 해변 아래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크고 작은 돌들이 많다. 맨질맨질 둥근 돌에서 파도와 바람에 씻긴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늘 보아도 평온한 효돈마을의 명소이다. 해변에서 멀리 태평양을 바라보면 지귀도와 맞닿는 수평선,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은빛물결 윤슬이 춤추는 눈부신 곳,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여행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운 좋은 날에는 바닷가 벤치에 앉아 바다멍을 하며 돌고래들의 향연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검은모래해변에서 바다멍

 

검은모래해변에서 맨발걷기

 

쇠소깍물에 발담그기

 

올레5코스를 마무리 하면서 검은모래 해변에서 맨발걷기와 쇠소깍 물에 발을 담그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 지귀도(무인도)

검은모래 해변에서는 작은 섬인 지귀도가 지척으로 보인다.

지귀도 주변은 서귀포의 다른 섬과는 달리 수심이 얕고 섬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갯바위 낚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해녀들의 불턱도 있다고 한다. 이형상목사가 지은 남환박물에는 지귀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기록 되어 있으나, 일제강점기인 1937년 서정주는 화사집에 지귀도의 보리농사를 언급했다. 그리고 지귀도에서 만난 여인을 소재로 고을나의 딸이란 제목의 시를 짓기도 했다. 서정주 시인은 조선의 어머니들에게 아들을 일본군에 지원 입대 할 것을 독려하는 시나 글을 쓰라는 총독부의 압력을 피해 그해 여름 서귀포로 와서 6개월 동안 지귀도에 머물며 ‘고을나의 딸’등 시 10편을 썼다고 한다.

▪ 하효항과 게우지코지

하효항은 아담한 지방어항으로 빨강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보고 서 있다. 이곳 등대는 전국 등대스템프투어 장소이기도 하다. 하효항에서 게우지코지 가는길 중간쯤에서 하얀등대와 빨강등대를 모델로 사진을 찍으면 멋진 작품이 나온다. 게우지코지는 기암들이 엮어내는 경치와 탁 트인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다. 용암이 흘러내린 곳에 밀물과 썰물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바위의 형상이 전복의 내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안개가 끼는 날에는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하효항

 

전국등대스템프장소 하효항등대

 

새들이 쉬어가는곳 게우지코지

 

▪ 검은여 조간대

쇠소깍 동쪽 해변에는 조간대가 잘 발달되어있다. 쇠소깍에서 동쪽으로 다리를 건너 바닷가에 다다르면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준 또 다른 세계로 접어든다. 용암이 흘러내린 모양이 해변의 바위들에 그대로 살아있다. 이곳을 우금포라고 한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미역을 채취하여 걷어 올리는 중요한 생활의 터전이었다.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과 숨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다.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와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신혼부부들이 사진 찰영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 트멍길(효돈9경)

트멍길은 올레5코스 종점을 시작으로 올레길을 벗어나 틈새로 효돈마을의 명소를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는 사이길이며 마지막에는 올레6코스와 이어진다. 트멍길코스 월라봉에서 쇠소깍까지 효돈마을의 숨겨진 아홉가지 보물들을 찾으며 놀멍쉬멍 걷다보면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제주의 마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스템프를 찍고 협업업체를 방문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 받을 수 있다.

■ 자연, 생태, 관광자원 해설이 있는 ‘쇠소깍’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국가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쇠소깍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자연경관을 즐기는 곳이다. 지질학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흥미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쇠소깍은 제주의 속살을 드러내는 곳 중에 하나이며 서귀포의 숨은 비경중 하나이다.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골짜기에는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져 있는데, 푸르고 맑은 계곡물까지 신비로운 절경을 뽐낸다. 쇠소깍에서는 테우와 카약을 체험하고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이 빚은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탐방로가 절벽위에 되어 있어 안전하게 자연의 가치를 소중히 담을 수 있는 곳이다.

※ 쇠소깍을 즐기는 법

•검은모래해변 즐기기:맨발걷기와 물에 발 담그며 하루의 피로 풀어주기

•전통 고깃배 테우를 타고 용암이 만든 미지의 세계로, 카약, 제트보트, 깡통열차

•트멍길 스템프찍고 협업업체에서 할인받기

•쇠소깍 주변에는 망고쥬스카페, 유명브랜드 찻집과 빵집, 이색박물관카페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근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와 제주흑돼지를 맛 볼 수 있는 음식점, 한라산과 태평양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숙박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쇠소깍을 즐긴 후 15분 거리에 서귀포 3대 폭포중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