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탐라문화제, "화려한 준비 속 남은 질문들"

제64회 탐라문화제 기자간담회 주제관 신설, 야간 볼거리 등 변화 도모 예산 논란, 용어 정립 등 해결 과제 있어

2025-09-23     김은애 기자
2024년에 열린 제63회 탐라문화제 프로그램 등 내용이 담긴 도록.

[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

모호하다. 석연치 않다.
화려해보이는 행사 소개, 하지만 석연치 않은 물음도 존재했다.

9월 23일 오전 11시,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이하 ‘제주예총’) 사무실에서 열린 탐라문화제 기자간담회 자리. 주최 측인 제주예총에서는 축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설명하려 했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못한 의문이 남는다.

올해 64회를 맞는 탐라문화제는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탑동 해변공연장과 탐라문화광장, 산지천 일대 등에서 펼쳐진다. 

아쉬움을 짚기 전, 축제 개요부터 살펴보자.

제주예총은 올해 축제를 '제주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장으로 만들겠다며 여러 시도를 내놨다. 예를 들면, 탐라문화제 주제관이 있다. 주제관은 △제주 신화 △해민정신 △탐라문화제 역사 등 각 주제별로 전시 공간이 꾸려진다.

개막식은 10일 저녁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린다. 제주 신화 ‘영등할망’을 소재로 한 주제 공연,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국악인 김덕수 명인의 축하 무대가 마련돼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올해부터는 퍼레이드가 개막식과 분리돼 11일 별도 행사로 진행된다. LED 장식을 활용, 야간 볼거리도 강화한다.

오래 명맥을 이어 온 민속예술 경연(탐라민속예술제)에서는 도내 읍면동 민속보존회에서 참여해 전통과 창의성을 겨룬다. 단순 반복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의도를 발굴한 팀’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역대 대통령상 수상팀들의 특별 시연도 준비됐다. 

국제 교류 무대에는 해외 7개 도시와 국내 5개 도시가 초청됐다. 청년·대중 참여 프로그램으로는 K-POP 랜덤플레이댄스, 버스킹 공연, 청소년 예능 경연 ‘꿈빛 라이팅 스타’ 등이 기획됐다. 먹거리 장터에는 푸드트럭, 향토 음식 부스, 청년·부녀회가 참여해 지역성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여기까지 보면, 축제 내용 자체는 꽤나 풍성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은 있다. 주최 측의 설명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다.

2024년 10월 5일, 제주시 원도심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63회 탐라문화제 퍼레이드.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먼저 축제 퍼레이드의 선봉에 설 상징물, 대형 조형 배 ‘덕판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작년(3,000만원)에 이어 수천만 원(올해 3,500만원. 물류비 등 포함하면 4,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했지만, 구조물 특성상 재사용이 불가능해 매년 해체해야 한다. 제작 역시 제주가 아닌 뭍에서 들여오는 형국이라 “도민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탐라문화제의 총예산은 약 17억 원. 이중 4,500만 원은 약 2.65%에 불과하다. 비율로만 보면 크지 않은 몫이다. 하지만 단일 조형물 제작비로 책정된 금액 치고는 결코 적지 않다. 웬만한 소규모 공연 한 편을 꾸릴 수 있는 수준이기에, ‘상징성’이라는 이름 아래 지출되는 비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단일 구조물에만 4,500만 원이 쓰였다는 점에서, 매년 같은 비판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의 본질은 주최 측이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상징물에 힘이 실리다 보니, 그만큼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와 지원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러한 우려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축제에서도 같은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에서는 구조물 관리, 안전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활용이 어려운 사정을 전했다.

그렇다면 작년에 비슷한 비판이 나왔으니, 올해는 '관리 가능한 구조', '안전을 담보할 활용 방안'을 사전에 논의해 볼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문제는 반복됐다.

축제 슬로건으로 내세운 ‘해민 정신’이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주최 측은 '해민 정신'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제주인의 강인한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이와 관련, 간담회 자리에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축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는 있어 보이지만, 다수의 공감대를 사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퍼레이드의 불빛은 찬란하고, 무대는 화려할 테다. 그러나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탐라문화제가 도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는 ‘잔치’로 남을지, 아니면 해마다 예산과 논란을 소모하는 ‘행사’로 반복될지. 아직은 물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