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제주 기초자치단체 도입, 정말 가능? 물음표만 키우는 도정
내년 기초 도입, 남은 시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 제주도는 지속적으로 "내년 7월 기초 도입할 것" 입장 동시에 시기상 맞지 않는 공감대 형성 나서 '빈축' '내년 7월 기초지자체 도입 포기?' 의구심만 증폭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내년 6월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 지방선거 이후 민선9기가 출범하는 내년 7월에 맞춰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이는 지방선거일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물리적으로 점차 '불가능'을 향해 가고 있다.
도정은 그럼에도 "내년 7월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굽히고 있지 않지만, 이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기보다는 진작에 끝났어야 할 '공감대 형성' 등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내년 도입이 안되는 거 아니야?"라는 의구심만 키우는, 혼란의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민선8기 제주도정은 현재 내년 7월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 모두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체제개편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주민투표가 필요하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는 과정에서 이를 주민투표로 결정했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도 주민투표를 통해야 하는 것이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상 행안부 장관이 지자체에 실시를 요구해야만 실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지난해 행안부에 기초자치단체 출범과 관련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제주도는 당초 지난해 주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했다.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이뤄지면 후 30일 이내에 지방의회의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준비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중에 주민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선 최소 10월 중에는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민투표 실시 요구는 없었다. 이 주민투표 실시 요구는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의 데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뒤로 미루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주민투표가 2024년을 넘기면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이 힘들 것으로 봤다. 주민투표 이후 사무 및 재정 배분, 관련 법 개정, 선거구 획정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준비 작업이 이뤄져야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제주도는 올해 2월 "올해 상반기 중에 주민투표가 이뤄지면 된다"며 데드라인을 연장했다.
상반기 중에 주민투표가 불가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자, 도정은 다시 한 번 8월까지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이뤄지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이 8월 중 주민투표 실시 요구도 이뤄질 기미가 없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중이다.
설사 8월 남은 기간 중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이뤄지더라도 문제다. 지방선거까지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광역 사무와 기초 사무의 배분, 재정의 배분은 물론 관련법 개정과 기초의회 설립을 위한 선거구 획정이 쉽지 않다.
사무 및 재정 배분이 어찌어찌 이뤄지더라도 날림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관련 법 개정이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구 획정의 기한이 오는 12월2일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도의회 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기초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구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의 과정에서 선거구 1개를 줄이고 늘리는 과정에서도 지역 내에서 상당한 진통이 나오곤 했고, 이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기한을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선거구 1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나타나는데, 도의회 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기초의회 선거구를 다시 만드는 것이 빠르게 끝날 기한내에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기한을 넘기더라도 언제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여전히 "내년에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일 내보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이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고 있는 사안을, 가능하더라도 향후 상당한 날림의 절차 처리와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제주도는 다른 대안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하겠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더군다나 제주도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정말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움직임이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제주도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28일과 29일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관련한 토론회를 갖고,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높이고 공감대를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진심으로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이와 같은 관심 제고와 공감대 확산은 진작에 끝났어야 할 일이고, 지금의 시점에선 모든 역량을 아직도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행안부와의 협의와, 그 후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후속조치에 쏟아부어야 한다.
제주도는 현재 행안부와의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의회에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하고 있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공감대 형성에 나서겠다는 것은 외부에 '사실 내년 7월 출범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줄 뿐이다.
더구나 도의 이같은 행보는 도민 사회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 불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