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에이스 안우진, 소집해제 앞두고 부상으로 또 수술대
[스포츠와 세상] 인재 육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 관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가깝다. 좋은 인재들을 잘 가꾸고 활용하면서 최상의 상품성 구축을 도모하는 육성 방향은 미래 지향적인 가치 창출에서 핵심이다. 이를 통한 이미지 제고는 기관과 분야의 생명줄과도 같다. 인재 육성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인재 관리다. 인재 관리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명확하게 갖춰졌을 때 인재 관리의 유연성이 더해지며, 순환 구조 확립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인재 관리의 미진함이 노출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구색이 잘 갖춰져도 기관의 오판함, 안일함 등에 의해 빚어지는 관리의 미진함은 개인과 기관을 넘어 해당 분야에도 큰 마이너스를 초래한다. 이처럼 인재 관리는 인재들의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야구 대표 에이스로 불리는 안우진(26. 키움 히어로즈)의 어깨부상도 인재 관리의 미진함이 빚어낸 촌극이다. 소집해제를 1달 여 앞두고 팀 훈련 도중 불의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팀과 개인, 한국 야구 모두에게 미치는 손실도 이만저만 아니다.
이 땅에 모든 분야의 인재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인 탈랜트 표출과 숙성, 기관의 체계와 지원, 환경 완비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야 된다. 기관과 분야 색채에 맞게 육성 방향이 원활하게 작동되야 인재들의 상품 가치가 배가된다. 그러나 현 사회적 동향은 이러한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개인의 니즈 불일치, 적성 부조화, 구성원과 불화 등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개개인의 성향과 특색, 기관과 분야 방향 등의 불일치가 심화되는 나머지 정작 가진 탈랜트를 표출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저마다 부푼 이상향을 가지고 해당 분야에 뛰어들고도 각 분야별로 인재들의 이탈 러시가 가속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관이나 분야들은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온갖 당근책을 내놓으면서 인재 유출 방지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땜질에 불과하다. 일부 기관과 분야의 수동적인 문화, 폐쇄적 분위기, 제도적 모순, 인수인계의 허점 노출 등 각기다른 요인들이 발목을 잡는다. 또, 성인이기에 개인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막을 수 없는 애로점 또한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인재 관리가 원활하게 될리 만무하다. 사회 발전의 큰 ‘암’으로 자리한다.
스포츠 팀은 인재 육성과 관리가 팀 이미지와 브랜딩 등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에 매년 이적과 방출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치지만, 젊은 피들을 수혈하면서 중-장기적 로드맵 수립, 미래 지향적 가치 창출 등을 도모하려는 공통분모가 확실하다. 당장 눈 앞의 성과에 옭아맬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구조라고 한들 인재 육성과 관리는 포지션 별 경쟁 구도 확립을 통한 팀 뎁스 강화에 큰 열쇠다. ‘리빌딩’ 완성의 핵심 퍼즐이기도 하다. 일반 사회와 기관,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재 육성과 관리의 미진함이 스포츠 팀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던 자원들의 아이덴티티 혼란과 성장 저하는 물론, 특정 선수 의존도 심화 등의 악순환을 잔뜩 초래한다. 성과에 의해 무리하게 인재들을 기용하다가 육성과 성과를 놓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는 관리 체계의 미진함, 프로세스 전무 등에서 비롯된다. 팀 기본 뿌리와 아이덴티티, 운영 플랜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팬심까지 들끓게 한다. 인재 육성과 관리의 방향성과 프로세스 없이 중구난방 식으로 팀 운영을 꾀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낳는 팀들이 허다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 와중에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의 어깨부상은 팀 인재 관리 미진함에서 비롯된 ‘블랙 코미디’와 같은 사건이다. 발단은 자체 청백전에 있었다. 지난 2일 휴일을 이용해 팀 청백전에 합류한 안우진은 컨디션 점검차 등판한 청백전으로 워밍업을 했다. 라이브 피칭을 거친 상황에 청백전은 몸 상태나 구속 등을 체크하는데 최적격이었다. 문제는 팀 청백전 직후 터졌다. 안우진이 속한 팀이 청백전을 패하고 벌칙으로 추가 훈련을 받았다. 여기서 하나 의문점이 발생한다. 바로 안우진의 현 신분에 있다. 안우진은 2023년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21개월의 군 복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사병들과 달리 출-퇴근으로 복무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 군 복무라는 골자는 같다. 오는 9월 17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현 신분은 엄연히 군인이다. 이미 오른쪽 팔꿈치 수술로 기나긴 재활을 겪었던 안우진의 이력과 함께 퓨처스 선수들 대상의 추가 훈련에 안우진을 넣은 것도 의문을 더 증폭시킨다. 당연히 추가 훈련 소화는 무리수에 가까웠다.
모든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다. 안전 불감증에서 오는 사고는 곧 대형 참사로 직결된다. 안우진의 황당한 부상도 마찬가지다. 부상 위험도를 이유로 추가 훈련 제외를 요청했지만, 코치의 권유로 훈련을 진행하다가 기어코 탈이 났다. 징벌성 펑고 훈련 도중 넘어지면서 어깨부상을 입었다. 주로 펑고 훈련이 내-외야수들에게만 진행되는 훈련인데다 부상 이력이 있는 투수가 펑고 훈련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납득이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펑고 참여의 대가는 큰 참사로 돌아왔다. 어깨부상과 함께 진단 결과 오른쪽 견봉 쇄골 관절 인대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1년간 기나긴 재활을 해야되는 처지가 됐다. 훈련병들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훈련 지시를 강행하는 군 간부들의 일방통행식 지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애지중지 키운 에이스를 보호해도 모자랄 판국에 소중한 자원의 앞날을 구덩텅이로 내몬 키움의 행태는 거센 비난 세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당연히 구시대적 발생이며, 관리의 미진함을 자인하는 격과 같다.
안우진의 부상에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안우진의 탈랜트가 확실하다는 것에 있다. 그도 그럴것이 안우진은 휘문고(서울) 시절부터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자랑해온 자원이다. 고교 2학년이던 2016년 봉황대기 대회에서 1년 선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년 후배 김대한(두산 베어스) 등과 함께 팀을 챔피언으로 이끌고 대회 MVP를 수상하며 에이스로서 지배력을 입증했다. 봉황대기 대회를 거울삼아 고교 3학년 때 투수 최대어로 불린 안우진은 2018년 1차 지명으로 넥센(키움의 전신)에 입단하면서 시장성을 검증받았다. 프로 입단과 함께 부침은 제법 컸지만, 2022년 에이스로서 지배력과 가진 포텐을 제대로 폭발시켰다. 2022년 특급 에이스의 상징인 15승을 달성한 안우진은 224개의 탈삼진과 함께 평균자책점 2.11로 리그 탈삼진왕, 평균자책점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게임 체인저’의 위엄을 뽐냈다. 150km대 중-후반을 찍는 패스트볼과 140km대 후반의 변화구의 위력은 타자들이 쉽게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2022년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안우진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2023년에는 팔꿈치 수술로 이탈하기 전까지 9승7패 평균자책점 2.39 164탈삼진으로 팀의 에이스 노릇을 다하는 등 군계일학에 가까운 활약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를 앞두고 부상은 단순히 1년간 재활로 공백기를 가지는 것 이상을 잃게 했다. 고교시절 학교 폭력 이슈로 대한체육회로부터 국가대표 영구제명의 철퇴를 맞은 안우진이지만,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KBO가 관리하는 무대라 영구제명 징계와 무관하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연이은 참사를 겪은 한국 야구가 내년 3월 펼쳐지는 WBC 무대에서 안우진에게 거는 기대치가 남다른 부분도 안우진의 강력한 퍼포먼스가 한 축을 이룬다. 김광현(SSG랜더스)과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손색없다. 더군다나 WBC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선수들의 확실한 ‘쇼 케이스’라는 상징성 또한 지니고 있어 부상에 의한 쓰라림이 더 크다. WBC 출전이 물거품된 것은 물론,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등도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2023년 투-타 기둥인 이정후와 안우진의 부상 낙마로 리빌딩 노선을 탄 키움이 안우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 시즌과 그 이후 포커스를 맞추려는 계산 또한 어그러졌다.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오르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 번에 확 물을 주는 것이 아닌 단계에 맞게 꾸준하게 물을 줘야 된다. 그래야 줄기가 잘 자라면서 꽃의 빛깔이 살아난다. 소장 가치 또한 더 치솟는다. 관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이 땅에 모든 기관과 분야에서 인재 육성과 관리도 마찬가지다. 많은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육성하는 것 못지 않게 모든 인재들이 가진 탈랜트와 특색 등을 표출할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하게 가져가는 것은 상호 ‘윈-윈’의 지름길과 같다. 당장 눈 앞의 성과에 눈멀어 무리하게 인재들을 갈아넣는 것이 아닌 관리 프로세스와 내부 방향성 등에 맞게 인재들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기관이나 분야의 내실을 더하는 잣대다. 키움과 한국 야구 대표 에이스인 안우진의 부상도 인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재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사지에 내모는 행태가 각 기관이나 분야에서 반복되면 소중한 자산을 잃는 것 뿐만 아니라 신뢰 저하, 이미지 훼손 등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