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결여의 선택은 결코 환대받지 못하는 법!
[스포츠와 세상]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코치 시즌 도중 최강야구 감독 이동에 비난 폭발
모든 신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될 덕목이 하나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주어진 롤이 많고 적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개인과 집단의 포지션은 분명하게 다르다. 신분의 특성, 구조 또한 제각각이다. 그러나 하나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다. 어떤 신분이든 책임감이 개인과 집단의 가치, 품격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신분에 따라 맡는 보직의 수행을 충실하게 가져가는 것은 책임감 고취 뿐만 아니라 한 신분을 가지면서 필히 가져가야 하는 사명과도 같다. 이러한 책임감은 개인의 워크에식과 함께 직업 윤리, 도덕성 등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책임감을 걷어차는 순간 개인의 이미지는 물론, 신의와 신뢰 등이 나락으로 향하는 것 또한 너무나 자명하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55) 전 KT 코치의 시즌 도중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직 이동은 책임감 결여라는 측면에서 많은 비난과 아쉬움 등이 한데 묻어난다. 한창 시즌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뤄진 결과물이라 더욱 납득이 안갈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씁쓸함이 더하는 이유다.
일반인과 공인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책임감은 살아가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어떠한 신분을 부여받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될 핵심이기에 그렇다. 개인 탈랜트나 스탯, 커리어 등보다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요소들이다. 신뢰와 신의 등을 입히는 부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로도 자리한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과도 연결된다. 개인의 도덕성이 한 개인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에 가깝다. 도덕적 가치를 표출하면서 주어진 책무에 열성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작든, 크든 부여된 책임감이 마땅히 해야 될 핵심 도리라는데 이의를 달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러한 개인의 책임감은 곧 집단에서 가치를 더 높인다. 직업 윤리와 개인 워크에식 등의 극대화는 덤이다. 주변 구성원들과 개인을 향한 신뢰, 믿음 등이 어우러지는 것도 개인의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묘하게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각기다른 이해관계에 있다. 이는 개인과 집단 간 관계에서 더 도드라진다. 이직을 바라보는 개인과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집단의 니즈가 핵심이다. 이직을 통해 새 터전에서 가진 역량을 쏟아내는 개인으로 하여금 새 출발의 적임자로 모색하는 집단의 이해관계는 서로 간 니즈를 대변한다. 특히 소위 ‘빅 네임’ 인물일수록 니즈는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커리어나 탈랜트, 스탯 등 모든 면에서 ‘빅 네임’ 인물들의 아우라는 쉽사리 놓치기 힘든 매력적인 카드다. 타 집단과 경쟁 우위, 성과 쟁취 등의 시장 논리가 곁들여진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물론, 겉만 가지고 모든 것을 논하기는 어렵다. 제각각인 개인의 캐릭터가 융화에 있어 의문부호를 짙게 만든다. 실제로 ‘빅 네임’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게 형성된 나머지 불협화음이 빚어지는 일들도 허다하다. 이를 놓고보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괜한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책임감을 등한시하는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게 한다. 그간 쌓았던 이미지는 물론, 신뢰와 믿음, 신의 등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주변 구성원들이나 가까운 지인 등으로부터 비난 세례도 거세게 날아온다. 더군다나 한 집단에 속하면서 책임감 결여가 빚어질 때 더 심화된다. 모든 직업적 신분에서 개인의 책임감 등한시는 나머지 구성원들에게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심리적 동요를 넘어 수행 롤 과부하, 시스템 붕괴 등 요소가 많다. 스포츠 팀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어느 한 개인의 책임감 결여가 사공을 산으로 가버리게 만든다. 더군다나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 뜻을 모아 최상의 성과, 시너지 창출 등에 안간힘을 쓰는 스포츠 팀 특성을 감안하면 개인과 팀 모두 엄청난 치명타를 낳는다. 한 배를 탄 상황에서 책임감 결여에 따른 이탈과 선택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뒤따르게 만든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코치의 시즌 도중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직 이동은 최악의 자충수에 가깝다. 왜 자충수에 가깝다고 하는 것일까?. 다름아닌 현재 상황에 있다. 올 시즌 KBO리그는 유례없는 순위 싸움이 하루살이처럼 고착화되고 있다. 자고 나면 순위가 요동치는 판세에 매 경기, 시리즈가 살얼음판에 가까운 상황이다. 각 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일들도 예삿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 1군 타격코치가 예능프로그램 감독으로 옮긴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함께 땀 흘리고 열정을 쏟아낸 팀 구성원들의 신의와 믿음 등에도 금가게 한다. 제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 ‘빅 네임’들로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야심이 가득하다고 한들 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를 감독에 앉히는 일도 ‘코미디’에 가깝다. 1군 타격코치로서 맡은 소임을 다해야 될 시점에 이 전 코치의 ‘최강야구’ 감독직 이동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도의와 윤리 등을 저버린 최강야구 측의 비난 화살이 쏟아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또 하나 이 전 코치의 신분에 있다. 2023년 LG트윈스 1군 주루코치에서 물러나고 1년간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로 코치 연수를 떠난 이 전 코치는 지난해 10월 초-고교(서림초-광주일고) 4년 선배이자 해태 왕조 구축에 함께 힘을 보탰던 이강철 감독(現 KT위즈 감독)의 부름을 받고 KT 1군 외야-주루 코치로 부임했다. 2012년 현역 은퇴 이후 한화 이글스 주루코치(2013~2014),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2015~2018), LG트윈스 2군 총괄코치, 1군 작전코치, 퓨처스 감독과 주루코치, 타격코치(2019, 2021~2023) 등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은 이 전 코치에게 KT 코치직은 지도자 커리어에 또다른 이정표였다. 올 시즌 1군 외야-주루 코치로 팀 수비와 기동력 강화의 중책을 맡은 이 전 코치는 지난 5월 1군 타격코치로 보직을 옮기면서 팀내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지난 6월 27일 사직 롯데 전을 앞두고 대형 사건이 하나 터졌다. 이 전 코치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KBO리그에서 코치진 보직 이동과 말소 등은 행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전 코치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엔트리 말소가 최강야구 감독 이동이라는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부분이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 최강야구가 은퇴 선수들이 한 팀으로서 야구의 열정을 불태운다고 한들 예능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한다. JTBC와 최강야구 제작사 스튜디오 C1 간 저작재산권을 향한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시즌 도중 프로팀 코치에 솔깃한 제의를 보낸 최강야구 측의 행보 역시 당연히 이해가 어렵다. 광주일고-건국대 시절부터 ‘슈퍼스타’의 남다른 기백을 뽐낸 것은 물론, 지도자로서 여느 지도자 못지 않게 경험치와 내공 등을 착실하게 쌓은 이 전 코치였던 만큼 프로팀 코치라는 직업 신분을 가지고 책임감 결여와 직업 윤리 구현 등의 비난을 더 들끓게 한다.
개인과 집단 모두 선택의 기로에서 수많은 고뇌에 휩싸인다. 이는 세상 불변의 진리다. 앞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선택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논하는 것 또한 당연히 넌센스다. ‘모 아니면 도’의 선택적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럼에도 책임감과 직업 윤리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는 사실은 굳건하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책임감과 직업 윤리는 개인과 집단의 얼굴이다. 이 부분 자체가 개인과 집단이 한 통속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요소의 무게감이 많은 이들이 필히 인지, 수행 등으로 이어져야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타이밍과 상도의 등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법이다. 타이밍과 상도의 등을 무시한 선택은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한다. 부여된 신분에서 책임감과 직업 윤리 결여 등의 재만 잔뜩 뿌린다. 이 전 코치의 시즌 도중 최강야구 감독직 이동이 야구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겼다는 점도 지워지지 않는다. 프로야구 코치직과 최강야구 출연의 급여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주어진 신분을 등한시하는 선택은 이미지에 침 뱉는 격이다. 모든 선택에서 책임감과 직업 윤리 등을 지나쳐서 안된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한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