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상상력과 옴니보어적 문학성

2025-06-23     송미아

[송미아의 독서칼럼] <27>

김도경의 생태동화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

 

1.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의 옴니보어적 문학성
2. 멸종위기 생명, 생태계의 경고를 말하다
3. 김도경 작가 문체의 독특성
4. 독서지도 관점에서 접근한 생태 동화 읽기
5. 어린이 문학에 스민 생태적 상상력과 실천의 윤리

김도경 작가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자다. 고정된 형식이나 장르를 넘나드는 옴니보어적 문학 세계를 꾸준히 가꾸어 왔다. ‘옴니보어(omnivore)’란 본래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갖고 수용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문학에서는 장르나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창작 방식과 표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문학적 지향은 복수의 정체성과 감각을 품은 현대인의 다층적인 삶과도 맞닿아 있으며 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융합적 사고와 다각적인 상상력을 추구하는 흐름과 연결된다

시집 ≪서랍에서 치는 파도≫와 ≪어른아이들의 집≫,장편동화 ≪할머니의 숨비소리를 찾아라≫, 단편동화집 ≪마음의 장식깃≫, 생태동화집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 제6회 제주어문학상 수상작 중편동화 ≪용왕황제국 홍보대사≫ 발간까지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고 유연하게 확장시켜 왔다. 이들 작품을 통해 그는 생태계의 조화와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감각적인 언어와 섬세한 문체로 풀어내는 면모를 갖추었다.

그녀는 시인으로 출발했다. 이후 동화 작가이자 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문학 안팎의 다양한 언어 층위와 사회적 감각을 탐구해 왔다. 최근에는 제주어 문학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지평을 넓히며 긴 시간에 걸친 사유와 성찰을 바탕으로 유연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서사 세계를 구축해 왔다. 아동문학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생명과 언어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력은 김도경 작가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 정수는 생태동화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본 평론에서는 이 작품집에 담긴 옴니보어적 서사 구조와 생태적 사유 그리고 각 단편이 지닌 문학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독서교육적 확장 가능성과 지역 생태 교육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함께 모색하며 오늘날 생태문학이 지닌 교육적 가치와 문학적 전망을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의 옴니보어적 문학성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생태 상상력의 집합체다. 수록된 세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서사적 기법과 상징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옴니보어적 역량을 보여준다. 이는 다층적 의미를 가진 생태 서사를 창조한 문학적 상상력과 생태적 통찰을 결합한 작가의 독보적인 성취로 평가할 수 있다.

<루다 물장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보호받는 물장군을 주인공으로 유약한 존재가 책임감 있는 강인한 캐릭터의 전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비단벌레가 사는 팽나무>는 의인화 기법을 통해 인간과 자연 속 생명체 간의 소통과 교감을 강조하며 생태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굴뚝나비의 여정을 통해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회복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1) <루다 물장군> 성장 캐릭터의 전형을 제시한 생태동화

캐릭터는 서사의 중심축이다. 한정영의 ≪동화·청소년소설 쓰기의 모든 것≫에서는 캐릭터의 설정과 발전이 이야기 구조와 플롯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특히 유약한 주인공이 책임감과 리더십을 지닌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자기 발견과 성숙의 의미를 전달하는 주요 장치로 언급된다.

김도경 작가는 루다의 성장 과정을 통해 캐릭터 중심 서사를 견고하게 구축한다. 루다는 현실적이면서도 감정 이입이 가능한 인물로 섬세하게 형상화되며, 독자는 그를 통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감정적으로 체험하고 동화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된다.

① 루다, 성장과 책임의 서사

루다는 연약한 알로 등장한다. 그러나 아빠 물장군의 헌신적 사랑 덕분에 세상에 나온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부모의 희생을 떠올리고, 부화 순간을 기억한다. 이후 동생들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드러내며 먹이를 익히고 전하는 모습에서 리더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웅덩이에 황소개구리가 나타나자 “그래, 난 할 수 있어. 웅덩이의 주인은 물장군이니까”라며 위협에 맞선다. 동생들과 함께 싸운 뒤 “용감한 너희가 힘을 모았기 때문이야. 고마워.”라고 말하며 공동체를 이끄는 포용력 있는 리더로 성장해 간다.

성충이 된 뒤 암컷 물장군에게 춤을 추며 구애를 시도하는 루다는 사랑과 책임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나도 우리 아빠처럼 훌륭한 아빠가 될 거야.”라는 다짐은 부모의 헌신을 이어받아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생명의 순환 속에서 자연과 공동체를 돌보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루다는 초기 → 성장기 → 성숙기 → 성인기를 거치며 점차 완숙한 리더로 변모한다. 유약한 알의 상태로 세상과 처음 마주한 그는 불안정한 존재로 출발하지만, 아빠 물장군의 헌신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보호 본능을 배우며 점차 단단해진다. 동생을 챙기고 먹이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타자에 대한 책임감을 내면화하고, 외부의 위협 앞에서는 공동체를 이끄는 강인한 리더로 성장한다. 이 변화는 성장 그 자체를 넘어 도덕적 책임과 공동체적 연대를 품은 리더로서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②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롤모델 제시

이 동화의 문학적 가치 중 하나는 관계 회복과 연대의 메시지다. 루다는 처음엔 물방개 애벌레를 경계하지만 결국 서로 협력해 웅덩이를 지킨다. 이는 ‘다름’을 수용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루다와 물방개 애벌레는 생존을 둘러싼 본능적 갈등으로 인해 적대적으로 대립한다. 물방개는 배고픔에 이끌려 루다의 동생을 공격하고 그 결과 동생은 비바람에 휩쓸려 사라진다. 이러한 본능의 충돌은 루다와 다른 물장군들이 물방개에 대한 원망을 품는 계기가 된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이제야 나타나서 뭐라고? 성충이 되면 다야? 내 동생은 너 때문에 비바람에 휩쓸려 갔어!” -본문 중

이 대사는 루다의 내면에 쌓인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며 인물 간 관계 변화의 계기를 예고한다. 동시에 자연 속 생명의 이별과 재회를 인간적인 감정으로 옮겨와 작품의 정서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루다야, 미안해. 내가 네 동생 배를 물지 않았다면…. 그날 밤, 네가 동생을 따라갈 때 나도 따라갔었어. 하지만 나도 물살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말았지. (생략) 나는 어른이 되려면 열흘 동안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하거든.”-본문 중

진심이 담긴 사과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물방개는 자신이 겪은 과정과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루다의 오해를 풀고자 한다. 그의 고백은 두 인물 사이의 관계 회복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이후 루다와 물방개는 생존을 위한 협력으로 자연 속 경쟁을 넘어선다. 특히 물뱀과 황소개구리 같은 외부의 위협에 맞서는 장면은 연대가 지닌 힘을 보여준다.

“얘들아, 우리가 힘을 합쳐 물뱀을 쫓아내자. 웅덩이에서 힘자랑하면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어!”-본문중

이 대사는 물방개와의 갈등이 협력으로 전환되는 극적인 순간이며 공동체 연대가 갈등을 뛰어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두가 함께한 힘으로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장면은 사회적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드러내며 이야기의 정점을 이룬다.

<루다 물장군>은 적대 → 신뢰 회복 → 연대 전환이라는 서사 구조를 통해 ‘성장’과 ‘공존’이라는 핵심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한다. 각 장면은 생존 본능에서 시작해 상대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며 갈등 해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서사는 타인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공동체적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작가는 루다와 물방개의 관계 변화를 통해 개인을 넘어서는 연대의 상징을 그려내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생태적 철학을 이야기 깊숙이 새겨 넣는다.

2) 의인화적 상상력의 생태 감수성 <비단벌레가 사는 팽나무>

단비는 창밖 팽나무를 바라본다. 그곳에서 마주친 비단벌레와의 교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작품은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비단벌레를 소재로 삼아, 관용적 은유와 판타지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과의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생태적 상상력의 깊이를 더하며, 어린이 독자에게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① 팽나무와 비단벌레가 전하는 기억, 비판, 그리고 신뢰의 회복

팽나무는 마을의 시간을 품고 서 있다. “나무 몸통을 보면 이 마을 역사만큼이나 오래 살았을 것 같다만….”이라는 대화는 팽나무가 오랜 세월 마을의 기억과 시간을 간직한 생명을 드러낸다. 그러나 인간은 채광을 가려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고 결국 나무는 제거 위기에 놓인다. 이는 편의와 효율을 앞세운 인간의 이기심이 생명은 물론 공동체의 역사와 기억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단벌레는 “신라시대에는 우리 날개로 장식품을 만들었어. 그때 ‘말안장뒷가리개’를 만들기 위해 우리 조상님들이 천 마리씩이나 목숨을 잃었다면 믿을 수 있겠어?”라는 말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단비와의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젠 별님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네 마음이 별처럼 느껴졌거든.” 이 말은 단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비단벌레가 신뢰를 회복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인간의 작은 실천과 공감이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전하며 생태적 공존의 희망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② 심리적 성장과 서사적 전개

단비는 엄마의 빈자리와 팽나무 보호라는 이중의 시련 앞에 선다. 병원에 계신 엄마를 떠올리며 겪는 내면의 갈등과 그리움, 그리고 팽나무를 지키기 위한 실천은 단비가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단비야, 엄마 보고 싶지?”라는 아빠의 질문에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장면은 아이의 여린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단비가 점차 자연과 사람을 향한 책임감을 키워가는 감정적 성장의 여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행동에 나선다. “비단벌레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귀한 곤충이래요. 이 팽나무를 베지 말고 치료해야 해요.”라는 말은 아빠의 설명을 떠올리며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전한 결과이며, 결국 팽나무를 베려던 계획은 철회된다. 이 장면은 어린 주인공이 환경 지킴이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작은 실천이 가져오는 변화의 힘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③ 비단벌레와 단비, 기억과 공감으로 이어진 연대

비단벌레는 텔레파시를 지닌 특별한 존재로 등장한다. ≪비단벌레가 사는 팽나무≫에서 비단벌레는 의인화된 곤충으로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상징하며 “우리 곤충 세계에서는 텔레파시로 과거를 알려줘.”라는 대사는 생명의 기억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강력한 서사 장치로 작용한다. 단비는 이 경험을 통해 비단벌레의 고통과 자연의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단비는 “넌 신비한 느낌이야. 귀한 보물 같아.”라고 말하며 비단벌레의 아름다움을 인식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보호종조차 위협하는 현실을 자각한다. 이 장면은 자연과 인간이 공감과 기억을 통해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서사는 의인화된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비단벌레와 단비의 관계는 생태적 책임과 인간적 연대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단비야, 이 팽나무를 베지 않게 도와줘.”라는 비단벌레의 말은 단순한 부탁을 넘어 자연 보호를 위한 연대의 요청이자 인간에게 보내는 신뢰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잇는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단비의 상황과 비단벌레와의 환상적 교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독자의 감정적 몰입을 이끈다. “별님, 내일은 저도 엄마 보러 가요.”라는 단비의 기도는 아이의 간절함과 비단벌레의 믿음이 겹치는 장면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신뢰 회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비단벌레가 사는 팽나무』는 자연 보호와 생명의 소중함을 시적인 언어로 전하며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3) 자연과 생명의 서사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의 여정

이 작품은 산굴뚝나비의 생애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으로 지정된 산굴뚝나비의 삶을 중심에 둔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한라산 깊은 숲속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짝짓기 후 알을 낳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짱이의 여정은 생명의 의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자연과 생명의 순환 속에서 피어나는 시적 아름다움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① 자연과 생명의 순환 서사

짱이의 여정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상징한다. 짝짓기를 마친 짱이는 알을 낳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며 부모가 되는 순간은 생명과 책임의 순환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아가야, 짱짱하게 건강한 나비가 되어야 해. 그래서 이름을 짱이라고 지었단다.” 짱이는 알을 품으며 어머니의 말을 되새긴다. 작품의 시작과 끝에 반복되는 이 대사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함과 동시에 세대를 잇는 사랑과 책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며 작품의 주제를 깊게 각인시킨다.

② 자연을 향한 책임과 연대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인간의 책임을 일깨운다.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우리의 몫을 시적인 장면과 서정적인 서사를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연구자가 짱이에게 “너희는 멸종위기에 놓인 천연기념물이야. 귀한 나비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생명의 존귀함을 환기시키며 인간과 자연이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부각한다.

생존 경쟁은 조흰뱀눈나비와의 갈등을 통해 드러난다. “내 자리야.” “햇볕 쬐려고 맡아놨던 자리야.” 같은 대사는 자연계에서도 나름의 질서와 절제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짱이와 사시랑이의 동행은 생존과 희생,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품고 이어지며 “짱아, 나와 함께 와줘서 고마웠어.”라는 작별 인사는 짱이의 내면에 흔적을 남기고 부모로서 생명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비바람 속에서 알을 품는 짱이의 모습은 생명에 대한 헌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살려줘!”라는 절규는 생존을 향한 본능과 희망을 응축해 표현한다. 이 작품은 곤충의 시선을 통해 자연 보호와 생명의 연대, 살아가려는 의지를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김도경 작가는 세 방향을 동시에 걸었다. 그녀는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에 수록된 세 편의 동화를 통해 성장의 서사, 생명의 윤리,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유기적으로 풀어낸다. <루다 물장군>은 유약한 존재가 책임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며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하고 <비단벌레가 사는 팽나무>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통한 생태 감수성의 회복을 그린다.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헌신과 순환을 통해 생명의 지속 가능성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각기 다른 생명체의 시선을 빌린 세 작품은 옴니보어적 문학성과 생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힘 있게 제안한다.

 

2. 멸종위기 생명, 생태계의 경고를 말하다

멸종위기 동물은 자연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동식물의 감소는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도경 작가의 동화는 이러한 환경 위기를 주요 갈등 요소로 삼으며 독자에게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질문한다.

<루다 물장군>에서는 중산간 마을의 개발과 농약 사용으로 웅덩이 생태계가 위협받는다. “우리 중산간 마을만 해도 도시처럼 변했잖니?”라는 아빠 물장군의 말은 인간의 개발이 곤충 서식지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비단벌레가 사는 팽나무>에서도 비단벌레는 팽나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명과 조화롭게 살아가지만 인간의 편의 중심 개발은 그 터전을 위협한다. “팽나무를 베겠다니까 화가 나”라는 대사는 생존의 공간이 사라지는 위기를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에서는 기후 변화가 중심 갈등으로 등장한다. “여긴 너무 더워”라는 짱이의 말은 한라산 생태계가 기후 변화로 인해 달라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산굴뚝나비에게 더운 기온은 생존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김도경의 생태 동화는 곤충의 눈으로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위협받는 작은 생명체들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서 자연의 고유한 질서와 조화를 성찰하게 된다. 특히 개발과 기후 위기를 배경으로 생명 간의 연결성과 상호 의존성을 드러내며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서사는 어린이 독자에게 환경 문제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나아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천 의지와 생태적 감수성을 함양하도록 이끈다. 
 

3. 김도경 작가 문체의 독특성

김도경 작가 특유의 시적 표현과 관용적 은유는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시적 표현(Poetic Expression)은 시적인 언어로 감정을 고조시키고 심미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문학적 기법이다. 관용적 은유(Idiomatic Metaphor)는 일상적이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관용적 표현을 통해 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아래에 몇 가지 예시를 제시한다.

김도경 작가.

▶ 시적 표현(Poetic Expression)

“뒷골목 가로등 불빛에 팽나무가 거인처럼 보였다”
→ 팽나무는 어둠 속에서 고독과 보호, 경외의 감정을 환기시키며 초월적 존재로 그려진다.

“비단벌레 넌, 신비한 느낌이야. 귀한 보물 같아.”
→ 작은 곤충에 대한 경이와 존중이 담긴 시적 고백.

“이젠 별님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 ‘별님’은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은유하며, 작은 실천이 큰 희망이 됨을 상징한다.

“창밖 팽나무가 잠자는 것처럼 보였다.”
→ ‘잠’은 재생과 평온을 상징하며, 자연과 인간의 친밀감을 담는다.

“번개가 번쩍 빛을 냈어요. 천둥소리가 산을 울렸어요.”
→ 강렬한 자연의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묘사하며, 긴장과 안정을 함께 전달한다.

▶ 관용적 은유(Idiomatic Metaphor)

“옷을 여러 번 갈아입어야 해.”
→ ‘옷을 바꿔 입다’는 표현은 변화와 성장을 의미하며, 어린이의 정체성 발달을 상징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을 매섭게 떴다”
→ 감정의 변화와 결단의 순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아빠 물장군의 의지를 드러낸다.

“발톱을 치켜세우고 덮칠 자세로 소리쳤습니다.”
→ 공격을 앞둔 결연한 의지 묘사로, 긴박한 장면의 긴장감을 전달한다.

“이 나무는 마을 역사만큼 오래된 것 같다”
→ 나무에 마을의 기억과 역사를 투영시키는 상징적 은유이다.

“마음에서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 이타적 마음을 ‘빛’으로 형상화하여 감정의 깊이를 표현한다.

“기억 속의 목소리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포근했어요.”
→ 과거의 따뜻한 기억이 현재 정서에 안정과 위로를 주는 장면으로, 어린 독자들의 감정을 환기시키는 문장이다.

이처럼 김도경 작가는 시적이면서도 관용적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독특한 문체를 형성한다. 이러한 문체는 이야기의 서정적 깊이와 철학적 울림을 더해주며 어린이 독자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계기를 제공한다. 동시에 자연 보호와 생명의 가치를 성찰하게 하는 하나의 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4. 독서지도 관점에서 접근한 생태 동화 읽기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초등 고학년을 위한 생태 동화집이다. 짧은 분량 속에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 환경과 생명의 존엄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며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감정 서사를 구축한다. 특히 <루다 물장군>은 캐릭터의 성장과 공동체의 의미를 서정적으로 풀어내어, 향후 장편 동화로의 확장 가능성도 엿보인다. 세 작품은 다양한 생명 요소를 중심에 두고,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성찰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성인 독자나 가족 단위 독서에도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의 문학적·교육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본 동화집은 ‘한우리 제주지부와 미디어제주’가 공동 진행되는 2025년 제주시민 독서 캠페인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의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PD) 이론은 학습과 발달이 개인 내부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되고 확장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ZPD는 아이가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어른이나 더 능숙한 또래의 도움을 받으면 수행할 수 있는 과제의 영역을 뜻한다. 이 영역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전혀 할 수 없는 것 사이에 있으며 발달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 즉 잠재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적절한 지원과 안내를 받으며 이 영역에서 활동할 때 한 단계 높은 사고와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이론에서 교사나 부모의 질문, 대화, 시범, 피드백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김도경의 생태 동화를 읽은 뒤 “루다는 왜 동생들을 도우려 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줄거리 이해를 넘어 책임과 연대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아이의 사고를 넓히고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독서는 읽기에 그치지 않고 사고와 성찰을 이끄는 통로가 된다.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을 바탕으로 독서지도 관점에서 제안한 사고력 유형별 발문 예시이다. 이 발문들은 독서 지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교사는 이를 적절히 응용하거나 새로운 질문으로 확장해 어린이들의 사고를 더욱 깊고 다양하게 자극할 수 있다. 아래 발문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분석해 정리한 것으로, 온가족 독서 시간이나 독서지도사 또는 학교 교사의 주도 아래 이루어지는 독후 활동과도 효과적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발문 중심의 독서지도표는 제주지역 생태교육 프로그램과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으며, 실제 학교 수업에서도 국어·과학·도덕·창의적 체험활동 등 교과와 통합하여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지역의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호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아동들이 지역 생태를 자기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적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5. 어린이 문학에 스민 생태적 상상력과 실천의 윤리

과학자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머지않아 기후 재앙과 생태계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인간 활동이 초래한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은 이미 수많은 동식물을 멸종의 길로 내몰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과 극단적 기후 변화는 지구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 위기를 막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 해양 보호 구역 확대,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한 삶을 향한 작은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거창한 구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 때 미래는 분명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농약 사용의 위험을 알리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인위쩐 여사는 ≪사막에는 숲이 있다≫를 통해 사막을 푸른 땅으로 바꾼 이야기를 전하며 생태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두 책 모두 청소년을 비롯한 넓은 연령층에게 읽혀 왔지만 김도경 작가의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그보다 어린 독자들을 향해 쓰인 생태 동화다. 대상 독자층은 물론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과 이야기의 결도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작품들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모두가 환경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문학이라는 언어로 생태계의 소중함을 전하고 우리 삶의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이들은 깊은 울림으로 이어진다. 김도경 작가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환경 감수성과 삶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이들이 문학으로 전한 생명의 메시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이끌며 지구환경을 함께 지켜내는 따뜻한 마음의 힘이 되어 준다.

김도경 작가 특유의 관용적· 시적 문체는 동화라는 장르에 깊이를 더한다. 아울러 어린 독자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에도 잔잔한 여운을 남기게 하는 ≪산굴뚝나비 짱이의 모험≫은 생태 동화가 지닌 문학적 힘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생태적 상상력과 옴니보어적 문학성을 조화롭게 결합하며 어린이 독자의 마음에 환경을 생각하는 씨앗을 심는다. 그 씨앗은 언젠가 실천으로 자라나 지구를 위한 희망이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깊고 따뜻한 선물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할 변화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