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 축적은 성장의 날갯짓에 큰 자산

2025-05-09     허지훈

[스포츠와 세상] <49>

제주 출신 강상윤, ‘녹색 군단’ 전북 새 엔진으로 폭풍 성장

모든 경험에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상황, 환경 등의 요인에 의해 각자 축적되는 경험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크나큰 자산으로 자리한다. 그러면서 성장의 깊이가 더 채워지고, 속도 또한 가파름을 더하게 된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상황에서 동반되는 시행착오가 큰 경험이자 자양분이다. 커리어 연명을 꾀하는 과정에서 성장과 발전 등에 큰 동아줄로 자리한다. 그래서 경험과 성장은 한 인간의 생애 주기 그래프에서 상관관계를 지닌다. 20대 초반의 청춘들에게도 그렇다. 이상과 현실의 거대한 장벽 앞에 부딪히고 깨지는 부분은 필연적이다. 아직 여물지 않은 연령대이기에 더 대두된다. 그러나 성장을 그려가는 방향에 경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다. 꿈꿔왔던 무대에 서는 로망 실현도 경험을 통한 성장이 크나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 이의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제주출신 강상윤(21·전북 현대)의 성장 일기도 마찬가지다. 프로 입단 이후 시행착오와 부침을 딛고 올 시즌 K리그 1 무대에서 범상치 않은 탈랜트로 성장의 날갯짓을 활짝 펼쳐보이고 있다. ‘녹색 군단'의 새 엔진으로 거듭나고 있는 ’폭풍 성장‘은 경험과 성장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운동선수들의 성장과 경험에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 먼저 신체적 차이에 있다. 선수들마다 신체, 기능적 요소 뿐만 아니라 인지 속도, 습득 등이 판이하다. 신체 발육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늦게 트이면서 골격의 완성도를 높이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신체 변화에 따른 훈련과 나이대에 맞는 훈련의 조화로 인지 속도와 습득 등을 꾀하는 방향이 필수 불가결에 가깝다. 이는 기능적 차이로도 연결된다. 운동 입문과 함께 일찍이 탈랜트를 검증받으면서 쌓이는 경험이 가파른 성장세로 이어지는 선수들과 경험치를 착실하게 먹으면서 탈랜트가 늦게 만개하는 선수들의 코드가 흥미롭다. 성장기의 특성이 개개인의 경험 축적과도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부분이다. 다른 상황, 환경 등에서 얻고 행해지는 경험의 차이는 존재하나 운동 환경, 팀 상황, 주변 구성 등과 맞물려 성장과 경험의 두 가지 모토 쟁취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성장과 경험 등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삼다도 제주라는 지리적인 핸디캡과 축구선수의 꿈. 이 두 가지 요소가 어린 나이에 도전 욕구를 저절로 불태웠다. 그러면서 성장과 경험 축적 등을 도모하는 방향은 큰 동기부여나 마찬가지였다. 제주에서 태어난 강상윤의 커리어가 딱 그렇다. 외도초에서 축구와 연을 맺은 강상윤의 싹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외도초 5학년이던 2015년 화랑대기 U-11(5학년) 부에서 팀을 챔피언 타이틀로 이끌고 대회 득점왕을 품에 안으며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뽐냈다. 뛰어난 개인기와 골 결정력 등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폭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5학년 시절 화랑대기 U-11부 챔피언을 거울삼아 이듬해 6학년 진급 이후 칠십리배, 화랑대기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진일보된 모습을 이어갔다.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등을 고루 소화하는 멀티플레이 능력에 테크닉, 개인기, 득점력 등의 특색이 잘 어우러지며 경험치 축적과 탈랜트 성장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했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대회 때마다 보여준 퍼포먼스를 토대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고정시킨 와중에 축구선수라는 꿈을 향한 더 넓은 세상이 강상윤의 도전 욕구를 깨웠다. 외도초 졸업과 함께 K리그 1 전북 현대 U-15 팀인 동대부속금산중(전북 김제)에 보금자리를 틀게 된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이 즐비한 프로 산하 유스팀의 특성과 함께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등에 업은 전북이라는 네이밍은 강상윤에게 크나큰 동기부여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나이에 타향살이에서 오는 향수병과 낯선 환경 적응 등 감내해야 될 조건들이 상당했지만, 오히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며 가치를 뽐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금석배 대회에서 팀의 챔피언 타이틀과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모두 움켜쥔 것을 비롯,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면서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았다. 전국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가진 탈랜트와 특색 등이 단연 군계일학이었고, 다양한 경험 축적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업그레이드되며 성장에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연계 학교인 전주영생고(전북 U-18)로 진학한 강상윤은 고교 1학년이던 2020년 대통령금배 대회와 2021년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 잇따라 팀의 챔피언 타이틀에 앞장서며 ‘미친 탈랜트’를 증명했고, 멀티플레이 능력과 능수능란한 전술 이해도 등을 바탕으로 선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경험치를 충실하게 채워가며 성장 그래프의 우상향을 이어갔다. 이를 토대로 당시 김상식 감독(현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프로팀 코칭스태프들의 레이더망에 자연스럽게 포착됐고, 고교 3학년이던 2022년 전북과 준프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고대하던 프로 선수의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의 애칭)’을 밟겠다는 일념 하에 꿈과 열정을 키워간 강상윤이지만, 역시나 프로 무대는 그리 간단한 산이 아니었다. 전북의 탄탄한 스쿼드는 비집고 들어가기 쉬운 구조가 아니었고, 프로 무대의 템포와 피지컬, 운영 등은 아마추어와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한다. 뿐만 아니라 백승호(버밍엄 시티)를 필두로 동 포지션에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경험치와 내공 등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험 축적과 성장의 두 가지 모토를 향한 열망은 멈출 줄 몰랐다. 데뷔 시즌이던 2022년 15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2023년 K리그 2 부산 아이파크로 임대돼 18경기에 나와 도움 1개를 보태며 경험치와 내공을 더욱 키웠다. 2023년 시즌 이후 부산과 임대 계약이 종료된 강상윤은 곧바로 수원FC에 재임대되며 칼날을 묵묵히 가다듬었고, 29경기에 나와 3골-1도움을 기록하며 수원FC의 K리그 1 첫 상위 스플릿 진출에 힘을 보탰다.

2번의 임대 생활을 통해 성장의 큰 동력을 얻은 강상윤에게 각급 국제대회 출전은 성장에 확실한 날개를 달아줬다. 2023년 아르헨티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발군의 활약상을 뽐내며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대회 2회 연속 4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탰고, 왕성한 활동량과 뛰어난 축구 센스, 개인 테크닉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탈랜트를 십분 발휘하며 무한한 포텐을 한껏 과시했다. U-20 월드컵에서 해외 각국의 뛰어난 피지컬과 파워, 템포 등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면서 견문이 확대된학습 효과는 대표팀 ‘월반’으로 이어졌다. 2024파리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2~3살 위의 선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기어코 엔트리 한 자리를 꿰차며 남다른 아우라를 증명했다.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로 져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위업 작성이 무산됐음에도 대회 내내 중원의 한 축으로 고군분투하며 뽐낸 퍼포먼스는 선배들에 뒤질 것이 없었다.

2차례 메이저대회 출전과 2번의 임대를 거치면서 쌓인 면역력과 내공 등은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연령대에 큰 자산이 됐다. 올 시즌 원 소속팀 전북으로 돌아온 강상윤의 ‘포텐’은 제대로 폭발했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왕성한 활동량은 팀 밸런스 유지에 큰 오아시스와 같고, 중원에서 끈질긴 투쟁력과 커팅 능력, 빌드업 관여, 수비 과부하 최소화 등을 입히는 축구 센스도 ‘마에스트로’ 향기를 철철 풍기게 한다. 이어 예리한 문전 침투와 묵직한 슈팅력 등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공격 롤도 극대화하며 팀 플레이의 무게감을 입히고 있고, 중원 파트너인 박진섭, 김진규, 한국영, 이영재 등 나머지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들인 선배들의 내공과 경험치 등을 흡수하면서 가진 롤과 특색 등을 그라운드에 접목시키는 학습력은 경험치가 빚어낸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명가(名家)’의 타이틀 회복에 분주함을 나타내고 있는 전북 플랜에서 강상윤의 가치가 더욱 치솟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20대 초반은 한국 나이로 어엿한 성인이다. 한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성인기는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 환경 등의 요인에 의해 각자 발전적인 방향의 로드맵을 그려가는 주기다. 이 중 20대 초반은 꿈과 열정이 넘쳐흐르는 연령대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시나리오에 맞게 ‘라이프’를 하나하나 구현해가는 스타트 지점이다. 각자 전공이나 적성, 특색 등에 따른 힘찬 날갯짓이 성장의 큰 동기부여다. 이를 위한 과정에서 경험치 축적은 개인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뿌린 만큼 거둔다고 한다. 씨앗을 착실하게 뿌리면서 농작물이 화려한 빛깔을 내는 것처럼 경험치 축적은 성장을 넘어 개인 커리어와 삶의 페이지를 더 풍족하게 채워준다. 공과 사를 막론하고 다양한 경험치 축적이 성장 과정에 그래서 중요한 이유다. 어차피 모든 일에 경험은 실과 바늘과 같다. 20대 초반 운동선수들 뿐만 아니라 동 나이대 일반인들에게도 다양한 상황과 환경 등에서 경험치 축적이 각자 성장의 핵심 수단이다. 그게 좋든, 나쁘든 말이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 경험치 축적이 성장의 날갯짓을 활짝 펼치게 해줄 수단이라는 것이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뭍으로 나와 동경의 터전에서 성장의 날갯짓을 펼쳐보이고 있는 강상윤의 성장 일기가 그래서 흥미로운 바이며, 이 땅에 많은 20대 초반 청춘들에게도 경험치 축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