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혈육의 선의 경쟁…상호 동기부여의 자양분
[스포츠와 세상] <48>
LG 조상현 감독-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
챔프전 길목에서 ‘쌍둥이 더비’ 빅뱅 관심
가족 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보면 공통점이 하나 존재한다. 다름아닌 같은 핏줄 간의 충돌이다. 이는 형제 혹은 자매, 남매지간의 가족 ‘애(愛)’가 남다르더라도 서로 원하는 바가 공통될 때 주로 빚어진다. 핏줄을 넘어서고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가혹함은 작품의 재미, 스릴 향상과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이는 비단 영화나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핏줄의 연으로 형성된 관계에서 핏줄을 넘어야 하는 광경이 운명의 장난처럼 형성된다. 실적 장만을 필두로 상호 충돌을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들도 광범위하다. 이처럼 같은 핏줄이라도 서로를 넘어서려는 욕구는 한 인간으로서 본성과도 같다. 스포츠는 같은 핏줄이라도 다른 소속으로 필드에 나서는 순간 경쟁자로 돌변하는 분야다.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각자 동기부여, 소속팀의 지향점 등의 충돌은 ‘전투 게이지’를 한껏 드높인다. 서로에 칼날과 총구를 겨누는 광경이 흔한 이유다. 프로농구 대표 쌍둥이 형제인 조상현(49) 창원 LG 감독과 조동현(49)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쌍둥이 더비’도 챔프전 길목에서 많은 관심도를 집중시킨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형제 혹은 자매, 남매 지간에 아무리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도 핏줄의 연은 질기다.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는 물론, 터울이 있는 핏줄에게도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존재만으로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유대감과 소중함 등을 더 고취시킨다. 힘들고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핏줄의 존재는 크나큰 동기부여로 자리하기도 한다. 동종 업계 종사라면 더 그렇다. 동업자 신분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것은 물론, 상호 정보 공유 등까지 일생에서 든든한 동반자나 다름없다. 그런데 스포츠는 유독 같은 핏줄 간 경쟁 구도가 많은 이들의 큰 관심과 재미를 집중시킨다. 가족 ‘애(愛)’를 접어두고 다른 유니폼을 입으면서 피 터지게 싸우는 광경은 스토리 연출의 핵심이다. 같은 핏줄이라도 성격이나 성향, 특성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 당연히 업계 시장성은 물론, 포지션 롤 부여와 집단 내 비중 등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같은 핏줄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마주하는 상황에 포지션 롤의 차이는 하나의 백미다. 같은 핏줄을 넘고 팀 승리와 개인 시장성 향상 등의 각기다른 지향점 속에 서로를 필히 막아야 되는 숙명은 가족 애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눈빛 또한 ‘이글아이’처럼 활활 타오른다. 이러한 부분은 가족애와 비즈니스의 상극이 절로 성립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프로농구 유일의 쌍둥이 형제인 조상현 감독과 조동현 감독 두 쌍둥이 형제 감독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란성 쌍둥이인 두 형제 감독(조상현 감독이 형, 조동현 감독이 동생)이지만, 그간 걸어온 길은 너무나 대조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비유하면 늘 주연과 조연의 타이틀이 고착화된 것처럼 말이다. 형 조상현 감독이 학창시절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주연이라면 동생 조동현 감독은 묵묵히 기여도를 높이는 조연에 가까웠다. 형 조상현 감독은 폭발적인 외곽슛과 득점력 등을 바탕으로 국내 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주가를 높였고,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필두로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으면서 정상급 스코어러의 면모를 뿜어냈다. 동생 조동현 감독은 형 조상현 감독의 그늘에 가려진 면이 짙은 와중에도 악바리 같은 근성과 투지 넘치는 수비 등을 통해 나름 영역 확장을 도모했고, 쏠솔한 득점력으로 플레이의 내실을 더하며 공헌도를 높였다.
1999년 연세대 졸업할 때까지 늘 함께하며 발전을 그려간 두 형제 감독이지만, 199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조상현 감독이 전체 1순위로 광주 나산(現 수원 KT), 조동현 감독이 전체 8순위로 인천 대우(現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각각 부름을 받으면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으로 매치업을 벌이게 됐다. 두 형제 감독의 프로 데뷔 시즌인 1999-2000시즌부터 다른 유니폼을 입은채로 서로를 뚫고 막아야 되는 숙명은 형제 매치업의 흥미를 고취시켰다. 이러한 두 형제 간 자존심 싸움은 팀으로서 매치업의 맛소금을 팍팍 뿌렸고, 매치업 결과에 따른 희비가 교차되는 일 또한 두 형제 감독의 현역시절 매치업을 관통해왔다. 코트 안에서 피 터지는 자존심 싸움을 숱하게 벌인 산물은 프로 무대에서 30대 후반까지 현역 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하나의 잣대로도 자리했다. 조상현 감독은 신인 시절이던 1999-2000시즌 청주 SK(現 서울 SK) 소속으로 챔피언 반지를 쟁취한 것을 비롯, KBL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올렸고, 조동현 감독은 수비와 궂은 일 등에 기반을 둔 플레이 특색으로 질긴 생명줄을 자랑하며 가치를 입증했다.
2013년 나란히 현역 은퇴와 함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두 형제 감독의 자존심 싸움은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오랜 코치 생활을 토대로 지도자 수업을 착실히 받은 두 형제 감독에게 2022년 LG 감독(조상현 감독), 현대모비스 감독(조동현 감독) 취임은 ‘2막’을 암시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 취임과 함께 감독으로서 지략 대결은 많은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촉매제였다. 오리온 코치, 남자 국가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거쳐 LG 사령탑에 취임한 조상현 감독은 이전까지 하위권에 맴돌던 LG를 3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이끌며 감독으로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현대모비스 코치와 KT 감독을 거쳐 현대모비스 사령탑에 오른 조동현 감독은 3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함께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에 3-0 셧아웃 승리로 감독 데뷔 첫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를 맛보며 지난 2년간 6강 탈락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참 운명의 장난이다. 플레이오프에 합류한 6개 팀 모두 대권 쟁취에 강한 야심을 내비치지만, 야속하게도 진정한 왕은 단 하나다. 정규리그와 달리 집중력과 임기응변 등에서 승부를 넘어 시리즈 전체가 급격하게 요동치는 단기전의 특성을 고려하면 압박감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시리즈 패배가 곧 시즌 끝을 의미하는 가혹한 운명 속에 2024-2025시즌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흥미로운 대진이 성사됐다. 바로 정규리그 2위 팀인 LG와 정규리그 3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정관장을 3-0 셧아웃으로 돌려세운 현대모비스가 오는 24일부터 펼쳐지는 5판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로 챔프전 진출을 타진하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즉슨, 두 형제 감독의 지략 대결이 달아오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간단하다. LG와 현대모비스 모두 대권 쟁취에 대한 야심이 가득한 팀이라는 것에 있다. 1997년 팀 창단과 함께 아직 챔피언 타이틀이 없는 LG는 지난 2년간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도 탈락의 쓰라림을 맛봤고, 현대모비스 역시도 최근 계속된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두 형제의 감독 취임과 함께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 용호상박의 대혈전을 거듭한 두 팀의 4강 플레이오프는 벌써부터 긴장 기류가 가득할 수 밖에 없으며, 두 형제 감독의 지략 대결에 시선이 고정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더군다나 두 형제 감독 모두 감독으로서 챔프전 진출과 챔피언 타이틀이 모두 없기에 한 팀의 수장으로서 동기부여가 충만하다. 서로를 넘어야 되는 운명이 말 그대로 가혹함 그 자체다.
같은 핏줄이라도 각자 관심도나 흥미 등까지 일치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성향이나 특성 등에서 차이가 빚어지는 주요 현상과도 같다. 같은 핏줄의 동종 업계 종사도 마찬가지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업계 종사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지만, 걸어온 길과 환경 등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같은 핏줄이 어느 분야의 제도가 법제화된 테두리 안에서 선의의 경쟁은 분명 상호 보완성을 띠면서 건강함을 입힌다. 서로를 통해 업그레이드의 자양분을 삼으면서 발전적인 방향 구현에 동아줄을 잡을 수 있고, 동기부여 확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과 사를 막론하고 최근 같은 핏줄 간의 갈등이 각기다른 요인들로 심화되는 사회다. 가족 애가 아닌 상호 이기주의로 일관하면서 각자 원하는 바 쟁취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탐욕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어느새 사회 현상의 한 축으로 자리할 정도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법제화된 제도와 선의라는 경쟁의 상관 관계는 서로를 넘어야 되는 가혹함 속에 하나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1976년생 용띠로서 올해 한국나이로 지천명에 들어선 두 쌍둥이 감독의 챔프전 진출을 향한 지략 대결이 그래서 특별함을 더하게 되며, 이 땅에 많은 핏줄들에게도 건강한 경쟁과 법제화된 제도가 욕심이 아닌 발전을 더 깨워줄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지 않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