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은 살아 있는 현장 교육엔 ‘깜깜’
[미디어 窓] 윤석열의 헌재 탄핵 심판 선고를 보며
10개 시도교육청 4월 4일 생중계 권고
제주도교육청은 아이들에게 선택권 안줘
“민주 시민교육을 할 좋은 기회를 놓쳐”
[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1980년대 교실 풍경은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초록색을 띤 칠판과 분필이다. 교실은 분필가루를 흡입하는 장소였고, 교실에 앉은 이들의 복장은 교련복 일색이었다. 그와 같은 풍경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옛 모습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교련 시간 때는 얼차려가 일상이고, 양팔을 뒷짐 지고 머리를 땅에 박은 ‘원산폭격’을 하고 나면 굵은 비듬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던 그런 때이다. 상상하기도 힘든 학교의 풍경임에도 ‘내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현장증명’을 해준 때가 있다. 바로 1983년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다. 라디오에서 들려온 아나운서의 목소리. 신연호 선수의 골인 장면. 라디오의 음파는 학교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가장 바쁜 고교 3학년 때 풍경이 그랬다. 고교 3학년은 그 장면으로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된다.
교육은 교과서의 글자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교과서를 통해 앎을 배우는 게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교육 현장은 아이들에게 참된 자아를 찾아주는 현장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교과서로 배우는 학식이 최고일까? 오히려 학식을 갖췄지만 배우려 하지 않는 태도는 ‘무학(無學)’에 가깝다. 그래서는 참된 지혜를 얻지 못한다. 참된 지혜를 지니지 못한 상태에서 안다고 하는 경우는 ‘무지(無智)’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3일은 끔찍한 날이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내란을 일으켰으니.
그날 전남 나주시에서 현장을 지켜봐야 했던 기자는 다음 날이 걱정이었다. 기사를 쓸 수 있을지라는 걱정.
다행히 탄핵이 결정되고, 대통령 자리에 있어야 되는 지를 판가름하는 4월 4일이 됐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죽도록 이야기될 날이다. 아쉽게도 제주의 학생들은 교과서와 씨름을 한다. 텔레비전은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이야기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책과 마주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다.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는 1987년 6.10 항쟁 현장에 없었다는 점이다. 다들 그 순간 거리에서 일어난 장면을 떠올리는데, 그 장면은 내게 없다. 군 복무 중이던 대학교 84학번 남자들은 다들 그랬다. 제주의 우리 아이들도 커서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를 떠올릴 텐데, ‘현장 증명’을 하지 못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를 생중계하도록 안내한 시도교육청은 10곳이라고 한다. 제주는 여기에 없다. 역사적인 날, 역사적인 순간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보수 교육감’이라고 자랑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는 자연스레 민주시민교육을 받을 기회다. 교과서를 통해 욉고, 또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문장들이 자연스레 외워지는 기회다. 탄핵 절차를 깨달을 테고,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뚜렷하게 기억할 테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제주 아이들은 그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았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다른 시도교육청 10곳의 아이들과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를 이야기할 때 뭐라고 할까. ‘현장 증명’의 순간에 우리 아이들은 ‘현장 부재증명’을 해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