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보니, 쓰레기 더미 위가 집이었다.”

2025-02-21     길현영

글 = 탐라중학교 3학년 길현영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가 밀려왔다. 필리핀 한복판, 쓰레기 마을이라 불리는 곳. 곳곳에 널브러진 폐기물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신발도 없이 맨발로.

“이곳에서 몇 년이나 살았어?”

아이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태어나 보니 여기였어.”

쓰레기 더미 위에서 태어나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그들에게 학교는 사치고,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능이다. 부모님조차 초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쓰레기를 뒤져야 한다. 그렇게 번 돈이 하루 단돈 2,500원. 우리가 친구들과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사는 돈이면, 이들은 하루를 버틴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필자인 길현영 학생. ⓒ미디어제주
쓰레기 마을 아이들에게 공책 등을 나눠주고 있는 제주 청소년. ⓒ미디어제주

나는 이런 현실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그 현실 속에 서 있었다.

악취도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 쓰레기 더미 사이를 뛰노는 아이들에게서 악취에 대한 불평은 들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이 냄새는 일상이었다. 나는 마스크를 껴도 숨쉬기가 힘들었는데,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 공기를 마셨다.

우리는 이곳에서 집을 짓고, 아이들과 춤을 추고, 한국에서 가져온 학용품을 나눠줬다. 하지만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단발적인 기부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갖고 싶은 게 뭐야?”

아이들에게 물었다. 에어팟? 아이패드? 새 옷? 대답은 너무도 단순했다.

“공책, 연필, 볼펜.”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매일 무언가를 더 갖고 싶어 하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이들에게는 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 번 찾아와서,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부 물품을 던져주고 떠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들과 함께하는 것. 지속적인 교류와 지원이 없으면 이 아이들은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여전히 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이들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 혼자서는 어려워도, 우리가 함께하면 변화는 가능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이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