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책임의 한 주체이면서 제주항공 뒤에 숨어버린 국토부
[미디어窓] 행안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용어 사용 협조 요청에 묵묵부답 대형참사 때마다 논란 반복, 해묵은 지역감정 자극까지 …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돼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명칭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제주도가 행정안전부에 사고 용어에 대한 사용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제주도의 협조 요청이 정부에서 거절당했다는 취지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제주>가 직접 확인한 결과, 제주도는 아직 행안부로부터 해당 공문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도가 행안부에 공문을 보낸 시점은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발생 후 6일째인 지난 1월 3일이었다.
제주도는 해당 공문에서 “국제관광도시인 제주는 항공기를 이용해 방문하는 입도객이 대부분”이라면서 “언론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일부 국민들은 제주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 수정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사유를 적시했다.
도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 통화에서 아직 행안부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다른 사고 명칭과 관련한 사례를 모두 뒤지다시피 했다”면서 다만 항공기 사고의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관례적으로 항공사와 항공편명을 조합해 여객기 사고를 분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강력하게 정부에 건의하지 못했던 부분을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토부가 사고 발생 당일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라는 표현을 썼다가 ‘제주항공 2216편 사고’라는 명칭으로 바꿔 쓴 사실(미디어제주 1월 3일자 보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명칭 논란, 국토부가 키웠다’)은 이미 <미디어제주>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언론 보도 내용도 제각각이다.
도내 한 일간지에는 제주도가 행안부에 여객기 참사 명칭 변경을 요청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사설이 실렸고, 하루 전 다른 지역의 한 일간지에는 ‘제주항공 vs, 무안공항’ 사고 … “홍길동이 따로 없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다른 지역 일간지의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경우 조류 충돌 이슈와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 문제가 중요한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사고 발생 전부터 항공기 정비 이슈가 내부에서 불거져나왔던 제주항공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 책임의 한 주체인 국토부가 ‘제주항공 참사’라는 명칭 뒤에 숨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심판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이같은 사고가 특정한 명칭으로 불려짐으로써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