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학교 폭력과 체벌, 그리고 인권
학교 폭력과 체벌, 그리고 인권
  • 강영봉
  • 승인 2010.08.15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강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최근 교육계는 학생인권 보장과 체벌금지가 이슈화되자 교원단체는 이를 교권침해라 주장하며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교육현장에서 이런 유·불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고 진정한 교육의 장이라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필자가 보기에 조선시대 풍미를 장식했던 주자학의 폐쇄성에 비유하고 싶다. 주자학은 배타성이 매우 강한 학문이다. 상대방을 배격해야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 받는다. 조선조 사색당파의 권력투쟁은 더욱 이분법적 사고를 심화시켜 상대방을 사문난적(斯文亂賊:교리를 어지럽히는 사상이나 사람)으로 몰아붙여 정당한 당위성마저 묵살하는 험난한 시대를 경험한 바 있다.

비유컨대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체벌에 대한 옳고 그름의 논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논리의 쟁론은 사고의 옹졸함과 교조적인 경직성과 편협성에서 그 시대와 거의 일맥상통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글로벌 사회의 공존과 통합에 장애물은 아닌지 스스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지난 8일 교원을 대표한 교총회장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일선 학교에서 체벌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며 민주주의의 미성숙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자기성찰의 기회가 필요한 대목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생체벌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동법 시행령 제31조에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규정과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 체벌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31조와 형법 제20조는 필자가 보기에는 체벌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용하는 것도 아닌 매우 모호한 규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인권을 무시하고 학생체벌을 정당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사회는 체벌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서, 군대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 속된 말이지만 여자와 명태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하는 등등 여전히 체벌과 인권유린의 횡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니, 요즘 군대나 교도소, 경찰 등에서조차 오래 전에 금지된 체벌이 유독 학교에서 정당화하려 함은 필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학교 폭력과 교사가 학생에 대한 체벌이 뭐가 다른가? 학교폭력은 학생 간에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체벌은 교사가 학생에게 가해지는 여타의 수단으로 체벌을 받아들이는 학생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띨 수 있다. 그리고 각 학교의 학칙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물리적이건 정신적이건 학생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이라면 학생 간의 학교폭력 시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모멸감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학생체벌도 행위자가 다르고 내용이 다를 뿐 일종의 폭력으로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호한 법을 근거로 학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체벌의 범주를 정하고 학칙화 한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안부재에 있다. 교원들 스스로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고 체벌 행위자로써 학생의 입장에 한 번 쯤은 서봐야 한다. 어떤 조직이나 규칙은 있게 마련이며 규칙이 있어야 조직이 유지되듯, 학교 안에도 학칙이 필요하다.
지금의 교사위주의 권위주의적 학칙 말고 민주사회에 걸맞은 학생과 교사가 상호 인격을 존중하면서도 각 자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참여한 합의제 학칙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메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수직문화(권위주의 문화)에서 수평문화(보편적 평등문화)로의 변천은 자기중심적 정신세계의 전환을 가져왔다. 본질적으로 교육현장의 교육 분위기와 생활지도 개념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권위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 소위 이분법적 사고를 허물고 상호 공존하는 교육의 장소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이기 전에 학생인권과 교권 보호 차원에서 학생체벌과 관련하여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학생체벌과 관련한 학칙을 재정립해야 한다.

<강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 외부원고인 '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