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부어라! 마셔라!" 산지천...취객무리에 신음
"부어라! 마셔라!" 산지천...취객무리에 신음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8.13 08: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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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산지천 분수광장 몰려드는 취객에도 '속수무책'
경찰 "길거리 음주 제재할 수 없다"...만취 행패 이어져

제주시 동문로터리 인근의 산지천 분수광장은 매일 밤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더위를 날려보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몇해전 깔끔하게 단장된 산지천 분수광장은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로 청소년들이 찾아오거나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종종 방문한다.

이른바 도심지 안의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명소로 각광받는 산지천 분수광장의 이면에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자주 연출된다. '술취한 사람'들의 소란이 그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새벽이 다가올때까지 일대 벤치를 메우고 매일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부터, 취객들의 말싸움 소리, 심할 경우 주먹다툼 까지도 불사하는 이들에 의해 소란은 끝이없다.

이로 인해 시민들과 관람객들의 불평 또한 줄을 잇는다.

고등학생 A양은 "귀가길에 한 취객이 빈병이라도 들고 있으면 근처에 지나갈 수가 없다"면서 "그럴때에는 일부러 길을 건너 한참을 우회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지역마다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은 있지만 주로 역이나 항만에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특이하게 도심지 한복판에 몰려있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근을 지나던 한 일본 관광객 일행은 취객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경찰 "길거리 술판, 제지할만한 법적 규정 없다"

산지천 일대 지역은 제주시 자치경찰대와 제주중앙경찰의 '협약상호지'로 지정됐다. 기초질서 위반사범이나 경범죄는 자치경찰대가 담당하고, 그 외의 폭행이나 절도 등의 형법위반 사안은 중앙경찰이 담당하는 식이다.

실질적인 산지천 일대의 순찰을 맡은 것은 지역구 자치경찰대 소관. 하지만 이들만으로 일대 지역을 커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제주자치경찰대 한 관계자는 "물론 보기에 좋지 않은 광경이지만, 길거리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를 제지할만한 법적 규정이 없다"며 사정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관광지에다 탁트인 광장이다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안좋아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설득할 뿐이지 법적인 제재를 가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계도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이곳에 상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취객이나 이곳을 자주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노숙자들도 있는데, 이러저러한 상황을 설명하면 어느정도 수긍하고 자리를 뜬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자치경찰대가 계도활동을 펼치면 이 일대를 어슬렁거리던 무리들은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그도 잠시, 떠났던 무리가 다시 자리를 채우는 시간은 채 한시간이 지나지 않는다.

#취객의 행패...실랑이 끊이지 않아

산지천 분수대 부근 한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B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만취한 한 남자가 가게에 다가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말리다가 상대방이 덤벼드는 통에 낭패를 본 것이다.

그는 "협박을 당하기도하고 목이 졸리기도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위험한 상황이 오가자 이를 지켜보던 누군가 신고했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덤벼든  그 남자는 인계됐다.

B씨는 경찰서에 가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조서를 꾸미는 등의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구류돼 있을줄 알았던 그 남자가 바로 다음날 버젓이 거리를 활개치고 있는 것을 목격한 B씨는 부아가 치밀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시에 처벌을 원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다"며 격한 감정을 표했다.

그는 "협박을 당하고 목이 졸리기는 했지만 크게 다친곳은 없어 진단서를 끊지는 않았다. 진단서가 없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건가?"라며 취재진에 되묻기도 했다.

그래도 분을 삭히지 못했는지 "아무리 만취상태였다고 하더라도 하루만에 나와 있는 것을 보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 '오리지널' 노숙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죽돌이'처럼 매일같이 분수대 주변을 오가는 이들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들을 노숙인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모여있는 사람들 중 '노숙인'이라고 단정지을만한 인원은 많지 않다. 무리지어 있는 이들의 70-80%는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라고 상인들은 전한다.

물론 이들 중 노숙인도 일부 섞여있다. 정말 갈 곳이 없어 자리를 깔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귀띔이다. 특히 육지부에서 밀려오다시피 갓 내려온 이들 중 정말 갈 곳이 없어 자리를 튼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그 외의 무리들은 대부분 용역일이나 쓰레기 수거 등으로 셋방살이하며 머리를 뉘일 수 있는 곳 정도는 마련한 이들이라 한다. 행색이 초라해 노숙인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뎃잠을 자는 것을 뜻하는 '노숙'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들이 산지천 일대를 장악하는 이유는 그저 어울릴 무리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값 비싼 술집을 가느니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한잔 하는게 훨씬 싸게 먹힌다" 무리중 잔뼈가 굵다는 이의 설명이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니 자연스레 친해지고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무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숙인들을 위한 행정기관의 시책은 이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이도저도 아닌 이들의 위치는 복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문제를 더하는 실정이다.

일부는 기초생활수급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 보장금이 나오는 수급일이 되면, 한 뭉텅이씩 돈을 들고 나와 그들만의 축제를 연다고 한다. 그러나 흥청망청 써대는 통에 3-4일내에 술값에 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일쑤다.

문화의 공간인 산지천 분수대 시원한 물줄기의 뒷편에 드리워진 어두운 단면.

노숙인인지, 단순 취객인지, 한바탕 몰려다니며 술판을 벌이는 '산지천 아저씨'들의 문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알려져 온 일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행정적 지원책은 없는 것일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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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ulberry bags 2013-08-06 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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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 2010-08-15 15:36:55
현장에서 이렇게 문제점들을 꼽아주는 기사들 맘에 드네요
앞으로도 이런 현장에서의 좋은 기사들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