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입안에 살고 있는 300종 세균...'어찌하나'
입안에 살고 있는 300종 세균...'어찌하나'
  • 강철흔 객원필진
  • 승인 2010.01.15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철흔의 건강상식]<3> 치주질환이란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성인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치주질환 즉 풍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치과에 내원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치주질환에 대한 지식이 너무 모자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치주질환은 과연 어떤 질환일까요?

잇몸이 자주 붓는다. 잇몸에서 피와 고름이 나온다. 치아가 흔들린다. 치아 사이가 벌어진다. 음식을 씹을 때 불편하다. 입안에서 냄새가 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이 치주질환의 대표적인 증상들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위의 모든 증상들은 잇몸의 염증에 의한 것입니다. 이 염증이 나타나는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입안에 살고있는 300여종의 세균

우리 입안에는 300여 종의 세균들이 살고 있습니다.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서 24시간에서 48시간 정도 지나게 되면, 이 세균들이 타액 및 음식과 섞여서 치아에 부착되어 끈끈한 무색의 얇은 막을 형성합니다. 이와 같이 세균들이 덩어리져 치아면에 부착한 얇은 막을 치아면에 달라붙은 이끼와 비슷하다고 하여 치태(Plaque)라고 부릅니다.

치아를 제대로 닦지 않으면 치태가 그대로 굳어져서 딱딱한 돌처럼 되는 것을 치석(Calculus)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치석의 표면에는 세균들의 부착이 더욱 쉬워져서 점점 더 번식함으로써 잇몸의 염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잇몸에만 염증이 국한되어 나타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염증이 더욱 심해지면서 나중에는 치아 주위의 구조, 즉 치조골이나 치주인대 등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치아의 지지가 약해지게 되면서, 치아가 점점 흔들리게 되고, 저작이 불편하게 되는 것입니다. 
 
2007년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구강검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73.9%였습니다. 연령별 치주질환 유병률은 19-29세가 62.0%, 30-39세가 65.6%, 40-49세가 78.9%, 50-59세가 82.0%, 60-69세가 88.5%, 70세 이상이 82.5%로 분석됐다. 40대 이후에는 치주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40세 이상 성인 중 13%는 치조골이 파괴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전실질환과 밀접한 치주질환...'남성보다 여성에 많이 발생'

'치아가 흔들리면, 나중에 뽑고 임플란트 하면 돼지, 무슨 치주치료를 받느냐고?' 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전신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 치과계에서 가장 연구비를 많이 지원받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이 치주질환 관련분야입니다.

최근에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의 여섯 번째 합병증으로 치주질환을 언급하였습니다.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당뇨병에 잘 걸리며, 당뇨병이 있는 경우 치주질환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당뇨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등 치주질환과 당뇨병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또한, 옛말에 얘를 한명 낳고 치아 하나를 뽑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치주질환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치명적인데,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몸 안의 호르몬 변화로 치주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진행속도도 엄청 빠르게 진행됩니다. 치주질환이 있는 임신부는 조산과 저체중아의 출산 확률이 2.66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은 굉장히 악성 세균입니다. 치주질환이 있는 분과 없는 분들의 입안을 조사하여 보면, 세균조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치주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의 입안에는 굉장히 악성 세균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악성 세균들이 잇몸속의 혈관으로 침투하여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심장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농양 같은 폐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췌장암을 유발한다고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고들은 모두 최근에 보고된 것들로, 점점 더 치주질환과 전신질환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 질환이 심하면 나이와 성별에 불구하고 모두 뽑아햐 하는 경우도...

너무 학술적인 내용만 적은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치주질환으로 고생을 하시지만, 증상이나 치료 방법은 유사하며, 매일 같은 설명을 해야만 하는 저도 가끔은 곤혹스럽습니다.

오늘 저희 병원에 나이가 50대 초반이신 아주머님이 처음 내원하셨습니다. 치과에 내원하신 이유는 입 냄새와 잇몸에서 피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오른쪽 위아래의 치아들이 흔들려서 식사가 불편하다고 하셨습니다.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고, 구강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오른쪽 위의 1,2 대구치, 아래 1대구치는 이미 염증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 빼야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치아들도 대부분 치주질환에 이환되어 있어서, 약간씩 흔들리고, 잇몸의 염증이 매우 아니 엄청나게 심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빼야하는 치아는 빼고 나서, 치료할 치아를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솔직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치아를 치료하러 왔지, 뽑으러 오지는 않았다면서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십니다. 특히,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여자분들인 경우 폐경에 의한 우울증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여러 개의 치아를 냉정하게 빼야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학병원 수련의 시절, 환자분들과의 관계 형성에 서툴러서 당연하다는 듯이 여러 개의 치아를 뽑아야 한다고 쉽게 얘기하다가 쓰러지는 환자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몇 개의 치아는 뽑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치주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일단은 치주치료부터 시작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동의하시고 치료를 받으시게 되고, 치료하는 도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씀드려서 하나씩 뽑게 됩니다.    

대학병원 수련의 시절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나이는 20대 초반에 키고 크고, 얼굴도 잘 생긴 총각이 내원하였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오셨는데, 멀리서 찾아온 분이셨습니다. 개인 병원에 갔었는데 증상이 너무 심하여서 대학병원으로 의뢰된 경우였습니다. 방사선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 검사를 하는데 저도 너무 놀랄 정도로 증상이 심하여, 과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결론은, 28개의 치아 모두 발치였습니다. 환자분과 보호자께서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내원하였을텐데, 저도 설명해 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자, 어머님은 쓰러지셨고, 아버님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사람 목숨도 아니고, 그깟 치아 몇 개 뽑는다고 울기까지야 하겠느냐고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참으로 답답하였습니다.

개업하고 나서는 어느 날 친구가 부인과 함께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치아가 많이 흔들리고, 위의 앞니 1개는 저절로 빠졌다고 하였습니다. 방사선 사진을 찍고 나서 검사를 하는데 마땅히 살릴 수 있는 치아가 1개도 없었습니다. 친구는 뺄 치아 몇 개 빼고 나서, 보철물을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인과 같이 들어오라고 하여, 차분히 설명을 하면서, 남은 치아를 모두 빼야겠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결론은 틀니였는데, 30대 후반에 완전 틀니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쉽게 받아들이지를 못 합니다.

위의 경우들은 매우 심한 경우들입니다. 조기 유년형치주염에서 나타나는 경우들로, 전체 인구의 약 0.5% 정도에서 발생하며, 사춘기 때부터 치주질환이 시작되어 심한 경우 20대부터 다수의 치아들을 발거하게 됩니다.

# "증상이 있다 싶을 경우 빨리 내원해야"

대부분의 경우, 치주질환으로 내원하시게 되는 분들의 나이는 40대 이후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심한 경우 여러 개의 치아들을 빼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치아가 흔들리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시는데, 솔직히 그런 치아들은 대부분 치료가 어려울 정도까지 진행된 경우입니다. 해당 치아는 빼야하는 경우가 많고, 나머지 치아들을  치주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주질환의 증상이 있다 싶을 경우, 빨리 치과에 내원하여서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 몸의 다른 부분들에서는 아주 작은 염증이 발생하여도 큰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얼굴에 나는 뾰루지나 손이나 발의 작은 염증들을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잇몸은 어떻게 된게 계속 피가 나고, 고름이 나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 합니다. 그것이, 치주질환을 악화시키는 큰 원인중의 하나입니다.

 수련의 시절 과장님이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잇몸은 악어 가죽 보다 더 질기다. 아무리 자르고, 꼬매고 해도 흉터도 안 생기고, 참 잘 아문다’.  

치주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분들에게 치주질환의 원인에 대해 저는 3가지로 요약하여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위에서 말하였듯이 세균 즉 치태입니다.

둘째는 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 유년형치주염과 같은 경우 유전적인 요인들이 굉장히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치질을 잘 안 해도 치아가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게 버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셋째는 교합입니다. 교합이 뭐냐고 간단히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금니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앞니와 작은 어금니들이 빨리 망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한쪽으로만 식사를 한다던가, 이를 가는 경우에도 치주질환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치주질환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담배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당뇨병과도 깊은 관련이 있지만, 담배도 치주질환의 절대적인 적입니다.

담배의 유해성은 굳이 따로 언급을 안 하겠지만, 심한 치주질환일 경우 치료의 첫 번째 단계는 금연입니다. 특히, 조기유년형치주염의 경우 담배를 피게 되면, 저는 치료를 포기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치주질환이 심하실 경우 제발 부탁드리건데, 담배를 포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지금까지는 치주질환에 대해 알아보았고, 다음편는 치주질환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이 이어집니다.         
 

제주시에서 개인 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철흔 씨.

그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3년동안 치과대학병원 치주과에서 수련한 후 개원하기까지 과정에서 만난 환자들과의 진료를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특히 치과의 3대질환인 치아우식증(충치), 치주질환(풍치), 부정교합 등을 위주로 해 치과상식을 알기쉽게 설명하는 등 구강건강 길라잡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철흔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강철흔 객원필진/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