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1:28 (금)
친환경급식, '100%' 수치에 안주하지 말자
친환경급식, '100%' 수치에 안주하지 말자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12.06 14: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학교급식의 분명한 '성과', 그러나 당면한 '과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농민의 땀방울을 소중하게 여기며 제주의 희망을 일구어 낸데 이어, 2010년 친환경 학교급식 식재료 지원 100% 실현의 의미는 매우 소중합니다."(10월10일 제2회 친환경급식 한마당행사에서, 배옥병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내년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이 제주도내 모든 학교로 확대돼 시행되면서 2005년 첫 시행 후 5년만에 '100%'의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의 100% 전면 시행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가히 '모범'이라 불릴 만큼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2005년 10억원을 투자해 29개 학교에 처음 실시한 친환경 학교급식은 2006년 97개 학교, 2007년 197개 학교, 2008년 225개 학교, 그리고 올해에는 253개 학교에서 시행됐다.

내년에는 병설유치원과 특수학교를 포함해 제주도내 전체 학교인 267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9만6223명의 학생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재료로 한 학교급식을 제공받게 된 것이다.

제주의 친환경 학교급식은전국 수범사례로 평가된다. 2006년 7월31일 방영된 KBS 1TV의 스페셜 <식탁안전 프로젝트>에서는 전국 최초로 친환경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제주의 학교급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 관심을 끌었다.

당시 육지부 학교급식에서 대형 급식사고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던 때여서, 제주의 친환경학교급식은 위기의 급식문제를 해결하는 그 대안으로 제시됐다.

"제주는 100% 급식전용식당, 100% 직영급식, 30% 친환경우리농산물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학생 3천여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상 최대의 학교 급식 파동을 지켜본 제주도민들의 반응은 의아하다."

#제주 친환경급식, 첫 시작에서 '100% 성과'의 과정은?

물론 제주가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산물'이란 키워드를 두고 학교급식을 추진하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주에서 첫발을 내디딘 2003년에는 '친환경 우리농산물'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2003년 3월, 아라중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진희종씨(현 제주대 강사)가 친환경유기농산물 급식을 추진할 것을 처음 제안하고, 학교차원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5월 아라중학교의 '초록빛 학교'가 출범한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 우선'이라는 가치가 정립된다. 아이들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우수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으며, 어른들은 그것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해 10월에는 고병수 신부 등을 상임대표로 하는 친환경급식 제주연대가 출범하고, 곧바로 '친환경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서명운동이 시작된다.

이 조례제정 서명운동의 결과는 이듬해인 2004년 1월, 고병수 신부를 청구인으로 해 제주도의회에 제출되었고, 2004년 7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의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는 성과로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농산물'이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농산물'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동시에 2004년에는 당시 기초자치단체인 제주시가 재정적 후원을 통해 아라중학교와 한라초등학교 두곳에서 제주도교육청의 급식시범학교 운영이 이뤄진다. 드디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이 첫 시작의 포문을 연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은 2005년 10%, 2006년 30%, 2007년 70%, 2008년 75%, 2009년 90%, 그리고 내년 100%의 빠른 진척도를 보였다.

#전국 수범사례, 제주 친환경급식의 성과는?

제주가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사업을 추진하면서 '100%' 성과를 거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시민단체, 제주도, 교육청, 의회, 학교 영양교사, 학부모 등 지역사회가 전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일구어낸 결실이라는데 많은 의미를 갖게 한다.

지역사회가 초협력적 연대 속에서 만들어낸 '합작품'은 요즘 수많은 지역사회 갈등 구조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시민사회와 행정, 의회가 상생의 정책협력 모델을 창출했다는 평가도 곁들여지고 있다.

두번째는 제주에서 처음 준비하고 시작한 이 사업이 전국적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방송에서의 소개는 물론 각 지자체마다 제주의 이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해마다 많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세번째는 이를 계기로 해 제주의 친환경농업이 '핵심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당위성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친환경 학교급식이 시작되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유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고, 제주특별자치도 핵심산업 육성의 한 분야로 설정되는 고민의 폭이 넓어졌다.

#친환경학교급식, 앞으로의 과제는?

하지만 '100% 실현'으로 이제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물론 100%라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러나 내년 100%라는 타이틀은 표면적 수치에 불과하다.

진정한 '100%'가 되기 위한 내용적 측면의 끊임없는 보완과 발전이 전제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혹, 표면적 수치에 만족해하거나 안주하다가는 다른 지자체로부터 추월을 당하는 것은 둘째치고, '속빈강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표면적 100%에 '내실화'를 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급식이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식단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재정의 투입이 필요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해마다 꾸준히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구어온 소중한 결실을 생각한다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긴장하고 이의 사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두번째는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및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지난 10월10일 열렸던 제2회 친환경 학교급식 한마당 행사의 일환인 토론회에서는 학교급식 행정의 이원화 문제,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 체계의 문제, 식(食)과 농(農)의 거리 확대로 인한 문제, 학교급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구 부재 등이 당면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학교급식지원센터'다. 2006년 이후 많은 지자체 조례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명문화하는 추세인데, 제주에서도 이러한 법적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식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고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급식지원센터 당위성이 핵심이다. 즉, 생산자, 학부모, 영양교사, 지자체, 교육청, 지역사회 인사 등 급식과 관계된 제반 주체들의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이 속에서 지원센터의 운영방식과 물류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켜 나가자는 주문이다.

이밖에 농어촌지역 학교에 대한 무상급식문제, 친환경농업을 제주의 핵심산업으로 설정하는 문제, 사설 유아교육기관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 등도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젠 '양(量)'이 아니라 '질(質)'로 나아가야"

이러한 과제들은 2010년 제주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100%에 즈음하여, 이젠 '양(量)'이 아니라 '질(質)'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제 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친환경 학교급식과 관련하여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제주도당국과 제주도교육청, 그리고 제주도의회가 이젠 '질'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다시한번 거듭된 고민을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대표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친환경급식 2009-12-08 14:06:53
이 기사에 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