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안전사고 없는 벌초로 즐거운 한가위를
안전사고 없는 벌초로 즐거운 한가위를
  • 김선진
  • 승인 2009.09.10 15: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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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선진 동부소방서 표선 119센터

새벽이면 나도 모르게 얇은 이불을 끌어당겨 서늘함을 달래는 날이 많아지는 걸 보니 어느덧 길던 여름날의 끝자락에 와있음을 느낀다. 언제나 그렇듯이 9월이 되면 뜨거운 햇볕도 따스하게 느껴지면서 이제 슬슬 조상님들을 찾아뵈라는 조물주의 배려가 참으로 경이롭기만 하다.

예년에 비해 추석이 늦기는 하지만 이미 산과 들에는 부지런히 벌초를 하는 가족단의 성묘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상님의 묘를 가꾼다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가족, 친지와 함께 묘역을 찾지만 여전히 갖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는 그런 의미가 퇴색되는거 같아서 사고현장을 출동해서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든다.

실제 음력 8월 초하루인 지난해 8월31일 오전 11시9분쯤 서귀포시 모슬봉 인근에서 벌초를 하던 강모씨가 예초기에 의해 좌측다리에 자상을 입었고 같은날 오전 11시 41분쯤 서귀포시 안덕면 모 골프장 인근 야산입구에서 벌초하던 강모씨가 뱀에 물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조상의 묘를 찾는 벌초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벌초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물론 우리소방대원들 입장에서는 사고발생 시 신속한 구조와 응급처치가 우선이지만 그전에 성묘객 스스로가 조상님에 대한 마음 못지않게 철저한 대비로 안전사고 예방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벌초를 하는 환경이 어쩔 수 없이 자연에 노출되다보니 벌이나 뱀 등에게 무방비 상태이다.

우선 벌의 경우 원색의 옷이나 자극적인 향수나 화장품을 멀리하고 벌집이나 벌떼를 발견하면 자극하지 말고 벌이 공격을 해온다면 스프레이 방식의 모기약을 준비해서 벌에게 집중분사를 하고 벌에 쏘이는 경우 환자를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꽉끼는 옷이나 허리띠를 풀어주고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벌침을 밀어서 제거 후 얼음찜질이나 쥬스 등을 환부에 발라 응급조치를 한다.

뱀의 경우 수풀이 길게 자란 곳은 막대기를 이용해 헤쳐나가면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며 뱀에게 물릴 시는 환부에서 5cm정도 높이에 헝겊 등으로 묶어서 독이 심장으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며 독을 제거한다고 입으로 상처부위를 빨아낼 경우 구강 내 상처를 통해 제2의 중독으로 이어지므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행동이다.

예초기 사용에 있어서도 철저한 정비점검은 물론이고 작업 중에도 반경 15m이내에는 항상 사람의 접근을 통제하고 돌담주변을 작업할 때는 칼날이 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초기 칼날에 다쳤을 경우 깨끗한 물로 상처부위를 씻고 수건으로 감싸 병원으로 즉시 이송을 해야 한다.

그 외에 가을철 풀숲이나 야생동물에 기생하는 털진드기가 벌초중인 사람에게 달라붙어 체액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오한, 복통, 고열 등을 유발하는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나 가을철에 야외 나들이나 벌초 시에는 함부로 들판에 눕지말고 야외활동이 끝나면 반드시 샤워를 하여 청결함을 유지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과 들뜬 기분에 마신 한 잔의 술도 결국은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단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벌초시기가 아니더라도 백번 강조해야하지만 다수가 함께 움직이는 때이니 만큼 운전자 본인 뿐 만 아니라 가족 및 무고한 피해자가 없도록 반드시 음주는 자제해야 하겠다.

하루가 다르게 선선해지는 바람결이 피부를 스쳐가고 높고 푸른 하늘에 눈이 시원해지는 가을이다.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상님의 묘역을 가꾸기 좋은 시기인 만큼 안전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타인을 배려하여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웃는 모습으로 벌초를 마무리 한다면 진정으로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는 즐거운 추석이 될 것이다.<미디어제주>

<김선진/동부소방서 표선 119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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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교 2010-11-18 18:10:59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