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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순이 삼촌', 크랭크 인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순이 삼촌', 크랭크 인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1.3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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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이 삼촌' 내년 제작 돌입...예술성.대중성 '초점'

암울했던 시절, 제주 4.3의 아픔을 대신 말했던 '순이삼촌'.

현기영의 '순이삼촌'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학생운동가를 중심으로 널리 읽혀졌다.

1978년 9월 계간 문학비평지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1949년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학살과정에서 순이 삼촌의 삶이 어떻게 황폐화되는지를 보여주며 4.3의 참혹성을 고발하고 있다.

 4·3사건을 민중적 시각에서 조명해 역사적 사실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최초로 문학의 영역에서 논의함으로써, 문학사적.역사적 의의가 큰 소설로 꼽힌다.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하는 암울한 시대의 공권력에 짓눌려, 4.3의 비극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시절이기에, 이 책은 제주4.3 진실규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4.3영화를 일반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4.3영화로서는 올해 김경률 감독이 제작한 '끝나지 않은 세월'에 이어 두번째다.

총 20억원에서 2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영화는 제주영상위원회 부위원장인 임원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지난 25일에는 현기영 작가로부터 '순이 삼촌' 제작 관련 동의를 얻었다.

현재 김수열 제주민예총 지부장이 3개월간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내년 4.3일에는 크랭크인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4.3영화가 지나치게 예술성을 강조해 대중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 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예술성과 대중성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제작될 영화는 해외 유명 영화제에도 출품될 계획이어서 관심을 사고 있다.

임 감독은 "투자자들을 끌여 들여 대중들이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전국의 극장에서 4.3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4.3영화와는 달리 큰 포부를 갖고 시작되는 만큼 제주도민들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번 영화는 전세계에 제주4.3의 아픔과 역사를 알리는 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모금된 제작비는 사업 투자자 위주일 뿐 정부의 지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임 감독은 "제주 4.3이 제주도민들의 큰 아픔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 만큼 제주도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4.3영화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끝나지 않은 세월'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게 되는 4.3 영화  '순이 삼촌'.

하지만, 임 감독은 이번에 제작하게 될 영화 '순이 삼촌'은 '끝나지 않은 세월'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를 봐줄 것을 주문한다.

'순이 삼촌'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소설 '순이 삼촌' 줄거리

제주도를 떠나 서울에서 지내던 나는 음력 섣달 열여드레인 할아버지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8년 만에 고향인 제주 서촌마을을 방문한다.

거기서 나는 순이삼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30여 년 전의 참혹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순이삼촌은 작년 한해 서울의 우리집에 와서 식모노릇을 하던 분이다.

그녀는 아내와 쌀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되어 제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녀를 데리러 온 사위 장씨로부터 순이삼촌에게 환청증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순이삼촌은 몇 년 전에 이웃집에서 메주콩을 잃어버린 일로 시비가 벌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이웃사람이 경찰서로 가자고 말하자 아무말도 못하고 주저앉아버리는 바람에 범인으로 오해받으면서 환청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순이삼촌의 파출소 기피증은 30여 년 전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여 년 전 그해 음력 12월 19일 국군에 의해 학교운동장에 소집된 마을사람들은 자세한 영문도 모른 채 무참하게 참살당했다. 군경측의 무리한 작전과 이념에 대한 맹신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 학살현장에서 두 아이를 잃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순이삼촌은 그후 경찰에 대한 심한 기피증이 생겼고, 메주콩사건으로 결벽증까지 생겼으며, 나중에는 환청증세도 겹치게 된 것이다.

평생 그날의 사건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순이삼촌은 자식이 둘이나 묻힌 그 옴팡밭에서 사람의 뼈와 탄피 등을 골라내며 30년을 과부로 살아오다가 그날의 일을 환청으로 듣게 되고, 마침내 그 살육의 현장에서 꿩약을 먹고 자살을 하게 된다.

나는 마을사람들이 30년이 지나고도 그 일을 고발하지 못하는 것은 심한 레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한달 전에 자살한 순이삼촌의 삶은 이미 30여 년 전의 시간 속에서 정지해버린 유예된 죽음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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