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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케치프레이즈 속에 감춰진 '엽기'
화려한 케치프레이즈 속에 감춰진 '엽기'
  • 부종일 시민기자
  • 승인 2005.11.28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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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눈] 포털사이트 무분별한 '수능마케팅 전략'

요즘 수능이 끝난 이후로 수험생을 공략하려는 각 포털사이트의 마케팅 전략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수험생들 고생이 많았다'는 케치프레이즈를 걸고 제시하는 마케팅 방법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여행, 쇼핑, 만화, 게임, 콘서트, 블로그, 포토, 영화 등 수험생이기만 하면 각종 상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크리스마스까지 동안에 매상고를 올리려는 포털사이트들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 사이에 '엽기'코드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엽기적인 사진을 올리면 뮤지컬 티켓을 준다'는 마케팅 기법이 그것이다.

한 때 모산부인과 간호조무사 L양이 '엽기사진'을 찍기 위해 간염에 약한 신생아들을 입맞춤하게 하는가 하면 매직펜으로 이마에 흉터를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비닐가방에 넣어 '엽기'가 '학대'수준이라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었다.

사실 엽기신드롬은 작년 인터넷과 CF를 통해 불기 시작해 그동안 여러 가지 소재들을 갈아 치우면서 우리들의 지배적인 문화정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엽기라는 말에 나타난 것처럼 기괴한 것을 수집한다는 사전적인 의미와, 일반적인 상식과 도덕적 감정으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 사건이라는 관용적인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흉하고 일그러지고 기괴하다는 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의미를 기본적으로 가진다.

가뜩이나 심신이 피곤한 수험생들에게 엽기 사진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정신적 피로'다.

이런 사진들을 봐서 웃어야 할 지 동정심을 베풀어야 할 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지만 시험준비만을 위해 살아온 수험생들에게 '엽기사진'이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일각에서는 엽기문화의 단면은 하드코어적 이어서 강렬하고 비판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는 면이 많은데, 반면에 다른 면은 반대성격인 발랄, 경쾌한 면이 부각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면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엽기의 기본적 속성상 그것은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것일 뿐이다.

재미있는 것과 호기심을 끄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결국 각 기업들의 '엽기' 수능마케팅은 좀더 강렬한 것을 추구하도록 하는 소비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 청소년들을 '소비하는 인간'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물신화(物神化)하는 자본주의 특유의 현상이 짙게 드리워진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그대로 노출된 것의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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