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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 강정마을 민박, '마침점'은 언제?
김 지사 강정마을 민박, '마침점'은 언제?
  • 원성심 기자
  • 승인 2009.07.12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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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민박생활 22일째, 김 지사 "당분간 더 머물겠다"

며칠 없어 끝날 것 같아 보였던 김태환 제주지사의 '민박 생활'이 2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소환운동 서명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서귀포시 대천동 주민대표들과의 대화를 가진 후, "갈등 해결 기미를 보일 때까지 강정에서 출퇴근을 하겠다"고 밝힌 지, 벌써 22일째를 넘기고 있다.

당초 소환운동본부에서 선관위에 서명부를 제출하면, 그 시점을 계기로 해 '민박생활'을 청산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두드러졌었다. 당시 김 지사 역시 선관위에 서명부가 제출될 때까지 최대한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서명부가 제출될 때까지 최대한 대화를 하고, 대 타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서로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는데, '민박생활'은 예상외로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서명부가 제출되던 날에도 소환운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서는 강정마을 민박은 그대로 하겠다면서 출퇴근지를 옮기지는 않았다. 서명부 열람, 이의신청,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대대적인 소명을 할 것이란 예측도 빗나갔다. 이 때문에 소환운동 서명부의 열람 및 이의신청과정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열람건수가 총 33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의신청 건수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김 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2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열람이나 정보공개 청구 등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소환운동 반대단체에서도 김 지사의 뜻에 따라 행동을 의식적으로 자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민박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도청 공무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지사가 민박집을 근거지로 해 사람들을 만날 때면,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언제 그만 둘 것이냐. 떠날 때가 되지 않았냐?"라는 질문이라고 한 수행공무원은 귀띔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12일에도 "아직 갈등이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라며 "당분간 더 머물겠다"고 말했다.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문제 외의 다른 시급한 현안에 차질이 빚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아침시간과 저녁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만큼 현안업무 추진에는 종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서귀포시'가 행정의 포커스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서귀포시 관내에서 소집되는 제주도 단위 회의도 많아졌다. 12일 아침에는 감귤 감산정책 보고회가 서귀포시에서 열렸다. 서귀포시가 주산지라는 점도 감안된 것이지만, 김 지사의 서귀포 민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밤시간대 김 지사는 민박집을 근거지로 해 대천동 기관.단체장이나 주민들을 만나 주민갈등 해결을 위한 의견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시의 한 공무원은 "물론 아직 해군기지 반대측 주민들과는 소통의 물꼬를 트지 못했지만, 그렇지만 대천동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고, 설득을 하려기 보다는 의견을 많이 듣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그만 가실 때도 되지 않았는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때면 김 지사는 특유의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신다"면서 "웃고는 계시지만 지사 역시도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강정마을 민박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김 지사는 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주 제주도청 기자실에 두번 들러서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러는 것인데, 아직 민박생활을 마무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자들에게도, "지사가 민박생활을 하고 있는데, 기자들도 한번 그곳에 와서 취재도 하고 대화도 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민박생활의 장기화에, 공무원들도 현재의 생활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앞으로 언제까지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답답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 자체가 공무원들에게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한 간부공무원은 "민박생활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켜 보려는 '승부수'를 띄웠다기 보다는 '돌파구' 내지 '실타래'를 찾아보려는 것 아니냐. 최소 지역주민 갈등이 불거진 현장에서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묘안이라도 찾았으면 좋으련만..."이라며 민박생활 청산시점에 대해서는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 역시, 김 지사가 '장기 민박'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 분이 제주시장 시절부터 현장행정을 오죽 많이 하신 분이냐. 그 분이 갖고 계신 생각을 바로 밑에서 보좌하는 참모 공무원 역시 헤아리기 어려운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22일째 민박생활, 그리고 당분간 계속 더 머물겠다고 밝히는 김 지사. '민박생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만의 생각은 무엇일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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