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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어긴 교수, 밀고한 교수, 그 해악의 경중은?
법을 어긴 교수, 밀고한 교수, 그 해악의 경중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7.05 11:35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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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비열함이 판치는 교수사회의 암울한 이면

초등학교 어린이회장 선거에서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선거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을 것이다. 설령 투표결과에 문제가 있거나, 당선된 후보자의 약력사항 등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이의를 신청한다.

스포츠에서도 심판의 판정에 일단 승복하고, 경기가 끝난 후 정상적인 루트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스포츠정신'으로 통한다.

가장 존경받고, 덕망을 인정받는 사회의 최고 지성인으로 일컫는 대학 교수사회에서 '룰(rule)'과 '정도(正道)'는 벗어날 수 없는 '자존의 라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가 아니라 변칙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룰과 정도를 이탈했음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지 않고, 뒤꽁무니에서 몰래 남의 잘못을 밀고하는 행위는 치졸하고 비열하고 조직을 분열시키는 해악의 극치다.

물론 '익명'의 투서 혹은 제보가 정상적으로 허용될 때도 있다. 공공기관의 감사나 기업이나 특정조직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익명의 제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절차의 한 영역 속에서 '익명'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지난 1월 제주대학교 총장선거가 끝난 후, 교육과학기술부의 임용심사 절차를 전후해 보내어진 익명의 투서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이 익명의 투서는 사실관계에 상관없이 1순위 후보자가 임용되는 것을 눈뜨고는 못보겠다는 치졸한 '물귀신 작전'에 다름없다.

1순위 후보자를 끌어내리고 재선거를 통해 제2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 방법상 행태를 봤을 때 비열한 수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태환 제주지사도 최근 기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최근 지방선거와 관련한 '괴편지'가 나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얘기하며, "요즘 제주대학교 총장임용 문제도 익명의 편지가 발단이 됐는데, 그런 행동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1순위 후보자인 강지용 교수가 프로빌 사업추진 위원장 및 (주)프로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 교수가 총장선거 후보로 등록했을 때 이미 공공연히 알려졌던 사안이다.

후보등록을 했을 때, 그리고 두차례에 걸친 교수회와 총장추천위원회의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는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또한 투표가 실시되고 강지용 교수가 1순위 후보로 선정되고, 며칠 후 총장추천위원회가 선거결과에 따라 1순위와 2순위 후보자를 최종 결정할 때만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교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선거를 전후해 학내 교수들의 전자게시판에는 교수들의 활발한 문제제기와 답변 등 토론이 오갔지만 이 문제가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학내 전자게시판을 통해서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얼마든지 떳떳하게 문제제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모든 절차가 끝난 후, 교과부에 은밀히 투서를 내민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

총장임용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숱한 절차적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았던 것은 그 사안의 중대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를 두고 문제의 프로빌에 거주하는 상당수 교수들은 ‘투서’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투서를 보낸 이가 ‘프로빌 입주자 일동’이라는 쓰여 있지만 이는 입주자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정체불명의 투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절차가 진행될 때에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던 문제가, 정작 총장추천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하여 교과부로 보낸 후에는 비밀리에 투서를 통해 ‘밀고’가 행해진 것이다.

물론 교과부가 부적격 판정의 사유로 삼은 겸직행위금지 원칙을 위반했고, 주식회사란 그 자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관련 법률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좀더 숙고해볼 필요는 있다. 교수회에서는 입주예정자의 권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겸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어떠한 영리도 없었다며, 설령 이 점이 실정법에 위반된다면 이는 ‘부적격’이 아니라 ‘견책’정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법리의 논쟁을 떠나 논하고자 한다. 교과부의 입장이 옳은지, 교수회의 입장이 옳은지는 차후 법리논쟁을 통해 결론이 나겠지만, 일련의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어 추천된 임용후보자를 끌어내릴 목적으로 행해진 ‘투서’는 어떠한 명분으로 용납될 수 없는 비열하고 치졸한 행위다.

특히, 이 투서를 보낸 측이 지난 제주대학교 총장선거 당시 특정후보측과 연관된 교수들의 소행이라면‘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동이다. 교수답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도 부끄럽다. 또한 1순위 후보자를 끝내 낙마시키고 재선거를 통해 학내 운영권을 쥐겠다는 그 발상도 3류 정치발상이다. 그런 부류가 대학운영을 맡는다면 제주 유일의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제주대는 이미 지난 2005년 총장선거에서도 ‘치욕’을 당한 바 있다. 선거과정에서 특정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 문제로 2명의 졸업생이 구속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에도 이런 문제 등으로 총장임용이 크게 지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만한 선거가 치러지고, 총장추천위원회의 최종 회의를 통해 결정된 후보자를 끌어내리기 위한 모종의 암투 때문에 대학이 갈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정상적으로 완료된 선거의 판을 뒤엎으려는 그런 시도는 누가 보더라도 떳떳치 못한 행동이다. 제주대의 한 교수가 지난 3일 학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전 총장을 비롯해 차기 총장 출마 예정자들을 상대로 공개질문을 한 것은 특정측에서 모종의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꼬집는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와 교수회의 법리논쟁을 떠나, 이른바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련의 파문과 관련해, 한번 자문해본다. 진정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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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2009-07-09 09:06:47
만일 강교수가 총장에 임용되지 못한다면,
강교수가 행정소송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이번 문제에서 뭐가 진실인가를 알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스스로 그리 한다고 얘기 했었으니까...

못한다면, 이 신문만 바보가 되는 거지뭐.

진실은 2009-07-09 09:04:25
만일 강교수가 총장에 임용되지 못한다면,
강교수가 행정소송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이번 문제에서 뭐가 진실인가를 알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한다고 얘기까지 했었으니까...

허~참 2009-07-08 01:09:34
누가 강교수가 프로빌 이사한 것을 투서했기 때문에 부적격 처리되었다고 하는가? 각종 투서가 들어간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것이 더 큰 모함과 관련되었을 계연성이 있으나, 교과부는 분명 투서와 관련없다 밝혔다.
허나, 이글은 프로빌 이사에 대한 고발로 인해 부적격 처리된 것으로 논하고 있지 않나? 이 논단을 미디어제주가 자발적으로만 썼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전총장을 대놓고 겨냥하고 있잖나?

허~참 2009-07-08 01:06:36
누가 강교수가 프로빌 이사한 것을 투서했기 때문에 부적격 처리되었다고 하는가? 각종 투서가 들어간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것이 더 큰 모함과 관련되었을 계연성이 있으나, 교과부는 분명 투서와 관련없다 밝혔다.
허나, 이글은 프로빌 이사에 대한 고발로 인해 부적격 처리된 것으로 논하고 있지 않나? 이 논단을 미디어제주가 자발적으로만 썼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진실을 정말 알고있을까? 글쎄이다.

2009-07-07 16:17:20
강 교수가 (주)프로빌 대표이사를 역임한 것이 사실상 총장 부적격에 해당하는 영리행위인가 아닌가 하는 법적 문제와 논쟁을 떠나서 총장 선거 과정이 아무런 문제제기 하지 않고 다 끝난 상황에서 익명으로 교과부에 투서하는 등 솔직히 이런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 같네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선거과정에서 겸직문제에 대해 이의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