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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 부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 부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1.25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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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란 미국수출 사업..판매할 수 있는 시설 제대로 없어
많은 논란 끝에 재추진하기로 결정된 제주도의 호접란 사업이 이번에는 현지농장의 부실운영이 문제가 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총 사업비 133억원이나 투자됐지만 집행예산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내부적으로 잡음마저 감지되면서 이를 둘러싼 책임론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책임경영을 맡은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지난 8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의회 강호남 부의장과 김병립 의원, 호접란 수출참여 농가 등과 함께 LA 현지농장을 방문한 결과, 현지농장의 실태가 심각할 정도로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시찰단에 따르면 LA 현지 농장은 호접란을 배양해 판매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하우스가 단 한 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현지에서 호접란을 키우고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은 지난 2000년 공사에 착공한 이후 4년이 넘도록 완료되지 않고 있다.

당초 현지 1만평 부지를 매입할 때 함께 매입한 하우스시설 가동은 태풍으로 천정 반쪽이 날아가 버려 현재 플라스틱으로 임시방편으로 가린 상태이나 각종 먼지 등으로 햇빛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이 곳에 재배 중인 25만본의 생육상태가 극히 불량한 실정이다.

더욱이 호접란 재배의 필수적인 시설인 난방보일러는 물론 환풍기조차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립 의원은 “현지에서 중간재배 중인 15만본의 호접란 대부분이 생육이 너무나 불량해,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호접란은 30% 정도 밖에 안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준공허가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밝힌 나동과 다동 시설도 엉망으로 방치돼 있어 미국정부의 준공허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오는 3월부터 제주도내 농가가 배양중인 호접란 2차 입식분 25만본을 현지에 수출해야 하나 현지농장의 부실운영으로 수출할 수도, 그렇다고 안하자니 제주도가 전량 매수해야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김병립 의원은 “제주도와 제주교역이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주도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도의회 차원에서 특위를 구성해 전면조사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제주도와 지방개발공사, ㈜제주교역 등은 최근 호접란 사업과 관련해 회의를 갖고 LA 현지농장내 추가 하우스시설은 포기하고 현재 완공된 3개동만 운영키로 결정했다.

이는 제주도가 지난해 11월 사업 재추진에 있어 4개동을 시설해 제대
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완공된 하우스시설인 경우 준공검사는 받았으나 아직 건축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로 설계 변경을 통한 3개동에 대한 건축허가 가능성 여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000년 11월부터 공사에 착수한 이후 아직까지 사업비 집행에 따른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현지에 파견된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의 내적인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접란 대미 수출기지의 전진기지인 LA현지농장 부실공사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문제의 부실공사 마무리를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제주도지방개발공사와 제주도, 제주교역은 지난 21일 긴급회의를 갖고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설문제를 개발공사 책임 하에 마무리 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는 고계추 개발공사 사장과 현재현 제주도 농수축산국장, 홍오성 제주교역 사장 등이 참석해 호접란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LA 현지농장 시설 공사를 이달 중으로 착수키로 했다.

이들은 또 당초 계획했던 라동 신축은 포기하기로 하고 설계변경을 통해 나동과 다동만을 미국 LA 주 정부로부터 준공허가를 받기로 했으며, 준공허가는 개발공사 책임 하에 받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 또한 '땜질 처방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133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수년간 논란만 되풀이 해온 호접란 사업.

이 사업을 중도에 멈추는 것이 더 이상의 예산 손실을 막는 길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할 것인지, 지방관가의 의견은 분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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