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장애인에게도 신나게 놀 권리가 있잖아요!"
"장애인에게도 신나게 놀 권리가 있잖아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6.20 15: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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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15> 장애인 밴드 허당보난의 '희망 속삭임'

"그 순간만큼은 제가 최고였으니깐요..."

첫 공연 때 느꼈던 가슴 벅찬 감동이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듯, 송창헌(29.지체장애3급)씨의 얼굴엔 엷은 미소가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29일 사단법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상임대표 고현수)에서 주최하고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주장애인야간학교가 주관한 '2008장애인문화예술제'에서 그는 중증장애인 5명으로 구성된 밴드의 메인 보컬을 맡아 심영섭씨가 작사를 하고 박대봉씨가 불렀던 '건아들의 젊음미소'와 '라이너스의 연' 등의 노래를 부르며 공연했다.

관객의 함성과 박수소리..., 그는 설레었다. '다시 이런 무대에 설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엔 그의 이같은 감정은 더욱 지배적이었다.

베이스 기타를 맡았던 김원필(42.지체장애1급)씨도 그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때 공연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장애인 관련 행사에서 장애인들이 그렇게 신나하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장애인들의 마음 속 응어리의 일부분을 풀어줬다는 느낌, 너무 행복했어요."

그 이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드럼, 키보드와 더불어 노래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19일 오후7시 제주시 건입동 제주청소년수련관 지하연습실. 연습실 문틈사이로 거친 전자 기타음과 묵직한 베이스 소리가 번져나와 청각을 자극했다. 연습실은 제법 넓은 곳이었다. 드럼 한대와 음향기기, 의자 등이 있고도 텅 빈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이 곳에선 김원필씨와 송창헌씨 그리고 변종호씨(40)가 일렉기타와 베이스기타를 치며 한창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노래밴드 '허당보난'의 멤버들이다.

"밴드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냐구요? '허당보난'은 말그대로 허당보난(어떻게 하다 보니깐) 만들어진 밴드에요.(웃음)"

밴드의 리더인 김원필씨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소 장난어린 표정으로 이같이 말을 한 뒤, "어떻게 하다 보니깐 자신도 모르게 이 길로 가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죠. 마음이 끌리니깐..."라며 말끝을 흘렸다.

'허당보난'은 지난해11월29일 '2008장애인문화예술제'에서 공연했던 장애인 밴드의 멤버를 주축으로 제주도내 최초로 결성된 노래밴드다. 그 당시 밴드공연을 통해 받았던 감동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문화활동에 제약을 받아온 모든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의지로 결성된 밴드이기도 해요. '제약'이라는 단어쯤은 이젠 우리 스스로가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인들에게도 신나게 놀아야 할 권리가 있는만큼 신나게 놀아야죠."

그래서 일까. 연습을 하는 내내 이들의 표정은 즐거움과 행복함, 진지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초기밴드라 어려움도 만만찮다. 현재 허당보난 멤버는 4~5명이지만, 키보드와 드럼 부분의 정식멤버를 구하지 못해 다같이 모여 연주를 해본 적이 없다. 정식멤버가 부족하다 보니, 한 사람이 두가지 악기를 배우고 있다.

또, 연습실 문제도 이들에겐 시급했다. 장애인들이 밴드연습을 할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밴드 연습 공간만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그는 전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제주장애인야간학교의 '2009 소외계층 평생교육프로그램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연습실을 지원받게 됐지만, 접근성 등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이들은 매주 화.금 오후7시만 되면 연습실로 모인다. 하루 일을 끝마치고 연습을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들에겐 단 한가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린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기위해 모였어요. 우리에겐 신나게 놀 권리가 있는데도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장애인 뿐만아니라 비장애인들도 함께 편하게 부르면서 신나게 놀수 있도록 유도하는 그런 밴드가 될꺼에요"

장애를 안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 의해 '제약'을 받아왔던, 혹은 스스로 '제약'에 맞춰 살아왔던 간에 이들은 이러한 '제약'의 의미를 버리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음악을 그려나가고 있다. 오늘도 이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며 희망을 속삭이고 있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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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2009-06-20 21:48:01
장애인들 못놀게 방해한다는 이야기는 첨 듣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