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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제약 심각..."외출하기 싫어요!"
'이동권' 제약 심각..."외출하기 싫어요!"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1.18 09: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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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민주노동당, "교통약자 이동편의를 위한 정책 마련 시급"

 "이거 화북으로 가요?" 오늘도 김영자 할머니는 버스를 놓쳤다.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김 할머니는 친절한 버스기사가 나타날때까지 버스정류장을 지킨다.

버스를 타다보면 버스시간에 채어 또는 교통혼잡을 이유로 몸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들을 태우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버스 방향을 물어봐도 버스기사들은 무성의하게 설명하거나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버스기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임산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 '이동권' 제약 심각

이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겪는 대상은 장애인.노인을 비롯해 임산부, 어린이,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사람 등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이동권'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이동권이 단순히 공간에 대한 이동을 보장하는 권리라면 '접근권'은 이보다 한 단계 나아가는 개념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주거공간에 대한 접근, 도시공간에 대한 접근, 교통시설에 대한 접근, 문화.예술.통신 등 정보에 대한 접근, 복지서비스에 대한 접근 등 장애인의 활동을 위한 재원이나 시설에 대한 실체적 접근을 포함한다.

그러나 실제로 제주사회에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접근권은 물론 이동권에 대한  많은 문제가 있다.

# "중증장애인 52.5% '대중교통수단 불편' 호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0)이 장애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중 64.5%가 '집밖 활동시'불편을 느끼고있으며 이중에서도 52.5%가  '대중교통수단의 편의시설 부족'때문이라고 대답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심각함을 보여준다.

또 2003년 제주시에서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외출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이 39.9%, '보행시 도로상태'가 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공중화장실 이용, 공공기관 이용, 횡당보도 이용 등으로 인해 중증장애인들이 외출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당국의 시책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거나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적 측면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상 버스 1대 운영 고작...이동편의 정책 '전무'

현재 제주사회에서 교통 약자들을 위해 시행되는 각종 시책을 살펴보면 극히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외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책 또는 형식적 운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통 약자들을 위한 시책들이 제대로운 시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교통약자에 대한 시책이 다른 행정기관에 비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제주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의 문제점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실제 제주시는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의 단차 제거 △저상버스를 도입△특별운송체계서비스 시행△휠체어 보급△ 공영주차장 주차 50% 할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책들은 실질적인 교통약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된 일회성시책에 머물고 있다.

예를들어 저상버스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2004년 도입된 저상버스인 경우만 하더라도 대화여객 면허취소 등으로 인해 현재 삼영교통에서 운행 중인 1대가 전부이다.

사실상 저상버스 운행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교통약자들이 고작 1대의 저상버스 시간에 맞춰서 생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고현수 제주장애인자립생활 환경연대 대표는 지난 2일 차별없는 제주만들기 공동행동이 주최한 내부워크숍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2004년 도입된 저상버스인 경우만 하더라도 대화여객 면허취소 등으로 인해 삼영교통 1대가 전부인 점을 감안한다면 저상버스운행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 정부가 주도하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특별운송체계를 보면 장애인의 이동 욕구를 시민의 보편적 욕구가 아닌 복지수혜자로서 보는 관점이 크다고 할수 있어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원봉사적 특별운송은 별도로 장애인 당사자 욕구를 현장에서 측정해 이를 환류하거나 교통자원봉사자에 대한 개인적 관리가 가능한 비영리공익법인 등에 그 운영권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시를 제외한 다른 시.군의 경우에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및 접근권 보장이 한낱 '구호'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교통약자 이동편의를 위한 정책 마련 시급"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한대책 마련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을 잡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마련한 이 조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제주도의 교통약자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과 특별교통서비스의 이용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위원회에 교통약자 과반수 이상 참여

조례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사업 추진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위원회' 설치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위원회'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계획의 수립 및 평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계획 사업의 기본방향 및 정책에 관한 시행계획 수립 △이동지원센터의 설치, 운영, 감독에 관한 사항 등을 관장하게 된다.

증진위원회는 15인 이상 30인 이하로 구성하며 위원회의 과반수는 반드시 교통약자를 포함시켜 구성하도록 했다.

이는 정책수립과정에 있어 교통약자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저상버스 운영활성화 시책 '의무화'

조례에서는 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시행하기 위해 제주도지사는 이 계획시행을 위해 필요할 경우 관련부처 및 부서를 신설하고 필요한 인적자원과 예산을 확보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저상버스의 운영활성화를 위해 제주도지사는 운송사업주를 우선 선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한편 버스정류소 및 보도를 정비하는 것을 의무규정으로 신설했다.

또 제주도지사는 매년 교체되는 버스차량의 일정비율을 저상버스로 대체해야 한다는 규정도 명시됐다.

저상버스 운전자들의 의식개선을 위해 운전자 및 운송사업주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도 실시된다.

#장애인 전용택시 등 특별교통서비스 시행규정 명문화

조례에서는 또 '특별교통서비스'규정을 마련해 저상버스 장애인 전용택시 휠체어 사용자의 승.하차가 가능한 차량, 기타 장애인 등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을 설치한 차량을 뜻하는 특별교통서비스를 시행하는 내용도 명문화하고 있다.

특별교통서비스의 경우 이용자를 목적지가지 이동지원하는 한편, 이용요금은 일반 버스 요금에 준하도록 하고, 예약제 및 장기이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의 이번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조례가 입법화될 경우 앞으로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 및 접근권은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조례 제정 추진과 관련해, 고현수 제주장애인자립생활 환경연대 대표는 "이동권은 사회적 약자들이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배우고, 일하고, 노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 할수 있는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례는 상징적 의미가 아닌 직접적 개선 명령을 행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보완 더불어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절실

그러나 이의 시행에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즉, 제도적 측면의 보완도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 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다.

교통약자에 대해 한발 다가선 생각, 그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및 접근권 향상을 위한 조례제정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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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약자 2005-11-18 22:02:21
맞습니다.버스를 전부 없애고 전 제주도민이 걸어다니도록 해요
그래야만 비만도 줄어, 건강해질수 있잖아요...버스 없애기 운동, 자가용타기 운동 적극 추진...제주도에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날을 위하여...

교통약자 2005-11-18 13:22:36
잘 읽어슴다.
앞으로 더욱 조은기사 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