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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농민들, '마지막 돌파구 찾아 삼만리'
[e-취재파일]농민들, '마지막 돌파구 찾아 삼만리'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1.16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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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성산지역으로 농촌활동(농활)을 다녀온 적이 있다.그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농사를 '도박'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농민들은 로또 번호를 적어내듯 행운을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무시무시한 태풍 매미가 제주도를 덥쳤다. 농민들의 '대박 번호'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농민들은 농업개방이 아니더라도 신경쓸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비료값은 폭등하고 농산물 가격을 떨어지고, 농사일 하나만으로는 살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태풍에 가뭄에 농사일도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 농민들은 가슴이 탄다.

2005년 11월 11일. 농업인들의 생일날(농업인의 날)이었다. 그러나 농민들은 즐겁지 않았다. 이미 전국적으로 농민들의 시위가 한창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쌀협상을 반대하며 이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농성 기자회견을 갖는 동안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뿌렸다.

비를 맞으며 단식 투쟁을 선언하는 이들의 모습에는 결연한 의지가 가득했다.

이들은 "제주지역에서는 쌀농사를 짓지 않지만 쌀농사가 무너지면 다른 농사들도 무너진다"고 장담한다. 뿐만이 아니다. 농업이 사라진 나라는 살아남을 수없다고 말한다.

15일 전국에서 모인 1만여명의 농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18일에는 부산에서 또한번의 규탄시위를 가질 예정이다.

그나마 자급자족이 가능한 쌀농사 만이라도 지켜내고 싶은 농민들의 마음은 폭발직전이다.

그래도 정부는 쇠심줄이다. 쌀협상 비준안 본회의 처리를 앞둔 정당들은 숫자 계산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따름이다.

농활에서 만난 농민들은 농촌사회를 '마지막'이라고 표현했다. 더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더이상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쌀협상이 무사히 통과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농민들은 마지막 돌파구를 찾기 위해 더욱 거센 시위를 벌일 것이다.

 진정으로 농민들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이상 어떠한 '사탕발림'에도 농민들은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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