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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뻥뻥 도의회가 갑자기 웬 '약한 모습'?
큰소리 뻥뻥 도의회가 갑자기 웬 '약한 모습'?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5.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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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도의회, 해군기지 관련 '3가지 요구사항' 돌연 철회
강경 기류 사라지고 '따스한 5월 햇살' 얘기로 전환

제주도당국과 도의회간 감정적 충돌까지 예견됐던 제260회 임시회 개회식을 전후해 제주도의회가 돌연 180도 태도를 바꿨다. 그동안 강경한 대응을 천명해왔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듯, '요구사항'도 스스로 거둬들였다.

결국 도의회가 한 입 갖고 두 말하는 '약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날 임시회 개회식에 앞선 오후 1시 전체 의원회의를 갖고 제주도당국이 해군기지 기본협약(MOU)를 일방적으로 체결한데 따른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당초 '김 지사의 사과'와 'MOU의 불인정' 2가지를 요구하고 선언했던 의회는 이날 전체 의원회의에서는 3가지 요구사항을 꺼내들었다.

즉, △알뜨르 비행장 부지는 반드시 무상양여 되어야 한다 △공군탐색구조부대는 도민의 합의와 도의회와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용역에 따른 정부의 예산지원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등 3개 입장이 제시됐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가 끝난 후, 김용하 의장 개회사까지 포함됐던 이 3가지 입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실제 임시회 개회식이 시작된 후, 김 의장의 개회사에서는 이러한 도의회의 입장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할 것으로 예상됐던 개회사는 '따스한 5월의 햇살'과 '감귤꽃이 많이 피어 걱정된다'라는 말로 온화해졌다.

다만 '소통의 부재'라는 원론적 차원의 지적만 있었을 뿐이다.

김 의장은 "김태환 도지사가 정부와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양해각서 체결과 관련해 우리 도의회가 꾸준하게 사전에 의회와 충분히 협의한 후 체결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전격적으로 MOU를 체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도지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도지사에 대한 사과요구만 그대로 유지됐을 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없었던 일'로 한 것이다.

결국 그동안 강력한 성토를 해온 도의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을 바꾸고, '약한 모습'을 노출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냈다.

회의가 끝난 후 김용하 의장은 "이번 3가지 사항을 제시할 경우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내용과 상충될 소지도 있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과 함께 여러 의견들이 나오면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결국 의장인 제가 직권으로 개회사에서 이들 내용을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련의 상황을 놓고, 도의회는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크다. 행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큰 소리만 쳐 왔던 셈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의회의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과는 달리 각론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경기류가 흐르고 있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안건 2개를 상정거부하는 초강수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개회식 및 제1차 본회의가 끝난 후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도지사의 공식적 사과와 아울러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전체 의원들의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각자의 길'로 가는 혼선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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