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사장님이 나쁘다고요? 블랑카와 전 달라요"
"사장님이 나쁘다고요? 블랑카와 전 달라요"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4.30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이야기]<13> 스리랑카 청년 루완씨의 '즐거운 한국생활'

몇 년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블랑카 이야기' 코너가 한창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어떤 한 코미디언이 나와 자신이 스리캉카에서 온 블랑카라고 소개하고 어눌한 한국말로 웃음을 선사하는 코너였다.

그의 멘트는 항상 '사장님 나빠요'라고 시작된다. 그 멘트가 우습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을 짐작케해 마음 한켠으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오늘 만나 본 루완(31)씨는 블랑카와는 정반대였다. 

"사장님 좋아요. 여기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지난 2005년 고향 스리랑카를 떠나, 제주시 세화리에 위치한 제주양계영농조합(사장 오맹국)에서 농장일을 하고 있는 루완씨. 3년의 계약이 끝난 그가 다시 재계약을 통해 이곳에서 5년째 일을 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사장님이 좋아해서 오라고 했어요. 또, 저도 사장님이 좋으니까 다시 왔죠"라고 말을 꺼냈다.

루완씨에게도 한국생활에 처음 적응하는 일은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의 문제였고 이제는 못하고 못 알아 듣는 한국말이 거의 없어 훨씬 편해졌다고 한다.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땐 한국말을 하나도 못했어요. 그래서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말도 안통해서 힘들었어요"라며 "하지만 6개월동안 한국말을 많이 배웠고, 한국말 다 할 수 있어요. 이제는 정말 편해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이젠 내가 모르는 일이 없어요"라고 뿌듯해했다.

특히, 그는 3년동안 일하고 모은 돈으로 고향에 새집을 장만한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한다.

3년동안 모은 돈으로 루완씨는 고향에 새 집을 샀고, 지금 어머니 혼자 그 집에서 살고 있지만 3년이 계약이 끝나 고향으로 가면 결혼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 계획이라고 한다.

"스리랑카에 있는 친구의 10배를 벌어요. 그래서 이번에 스리랑카에 있는 친구에게 디카를 선물로 보내줬어요" 이 또한 그가 타지에서 일을 하면서도 항상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한국음식 중에는 김치찌게가 가장 맛있다는 루완씨.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농장일을 하고, 그 외에 시간에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기도 하고, 가끔은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기도 해 한국 사람이 다 된 듯했다.

"내가 할일은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만있는 것보다 일하는게 더 재밌고 좋아요."

양계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오맹국씨에게도 루완은 각별히 애정이 가는 친구다.

"루완은 정말 착하고 성실한 친구예요. 벌써 5년이 다돼 가는데, 한국말도 엄청 잘하고, 각별히 정이 가는 친구죠."

그는 "저희같은 고용주야 무엇보다 성실히 일해주고 약속을 지켜 믿음을 주는게 최고죠. 그런면에서 루완 그 친구는 정말 솔직하고 믿음이 가요"라며 "특히 루완은 잘못된 점과 불평들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편이라 제 입장에선, 더욱 좋죠. 고용주 입장에서도 고쳐나가야 할 점들이 많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오는 5월1일은 '근로자의 날'로,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세계적인 기념일이다.

가끔 뉴스를 통해 임금체불과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리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을 접하게 되는 현실에서, 오늘 만나 본 루완씨의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의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향을 떠나, 낯선 한국땅에서 적응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 루완씨야 말로 이 날에 주인공이 아닐까. <미디어제주>

<좌보람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