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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자치도 3년! 그리고 남은 1년
‘실험’자치도 3년! 그리고 남은 1년
  • 강호진 객원필진
  • 승인 2009.03.23 0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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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실장

# 껍데기뿐인 특별자치 반납하자?

‘제주특별자치법’ 개정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월 23일.

‘의회가 바지저고리냐’는 의원들의 성토가 나올 정도로 특별자치도 법 개정과정에 있어서는 사실상 김태환 도정으로부터 ‘왕따’ 수준이었던 제주도의회 지도부가 서울로 상경했다. 김용하 의장 등 도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영리학교 허용 문제 등이 난관에 봉착하는 흐름을 보이자 제주특별법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김용하 의장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2월 중 특별법 원안통과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한다.

“껍데기뿐인 ‘특별자치’는 반납하자는 것이 100만 내·외 도민들의 공통된 여론”이라며 “제주도의원들도 이러한 도민들의 뜻을 따라 특별자치도 반납과 함께 4개 시·군의 폐지된 자치권 부활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비장함마저 들게 한 일종의 ‘배수의 진’인 셈이다.

물론 이날 도의회의 기자회견 내용 중 ‘특별자치도 반납추진 결의선언’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3월 국회에서 교육분야의 과실송금 조항과 의료분야 조항이 대폭 삭제되긴 했지만 영리학교 허용조항이 포함돼 통과되면서 단순 ‘기자회견’으로 막을 내렸다.

#무늬뿐인 자치도 

‘고도의 자치권 보장’, 지방분권정책의 ‘백미’(白眉)라고 자화자찬했던 제주특별자치도. 외교, 국방을 제외한 파격적인 권한의 이양이라고까지 선전.선동했던 ‘특별자치도’로 변모한지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김용하 도의회 의장이 주장처럼 “껍데기뿐인 특별자치를 반납하자는 것이 100만 내외 도민들의 공통된 여론”이 객관적인 것인지 확인 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체제에 대한 도민사회의 회의론은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제주도가 실시한 조사를 제외하면 지역 언론사들의 창간기념 등을 계기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한 것에 대해서 잘못된 정책이라는 도민들의 의견이 과반수를 훌쩍 넘고 있다. 주장하는 정책내용은 다르지만 우파진영이든 좌파진영이든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를 내준 혜택이 고작 이것인가”에 대해서는 일부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특별자치도’라고 하면서 행정계층문제 등에 대해 주민들 스스로 선택권이 있어야 마땅하나 ‘법률’로 원천봉쇄해 놓고 있어 ‘무늬’만 자치도에 그치고 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기초단체 폐지로 법률적으로도 생활정치의 토대가 상실됐다. 대동제 도입 검토, 주민자치위 기능 강화, 읍.면.동 기능강화 등도 도차원에서 주장되어 왔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반영된 것이 없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도지사 1인 독점체제로 인해 정서적으로는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듯 하다.

압수수색의 적법성 문제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선거법 위반에 연루돼 김태환 지사와 함께 줄줄이 법정에 섰던 공무원들이 인사철마다 ‘왕의 남자’로 분류되면서 승진하는 것을 보면 비애감을 느낀다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제도적으로도 권한이양은 분야별로 이뤄지고 있긴 하나 ‘영리학교’를 제외하면 파격적인 내용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작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그 통제 하에 권한을 넘겨주는 수준이다. 자치재정권 등 핵심적 권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태환 도정 입장에서도 출범초기부터 명운을 건듯했던 법인세 인하, 항공자유화, 전도면세화 등 소위 ‘빅3’ 정책은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 ‘실험’자치도로 전락해가나 

제주는 실험용 대상으로 전락해하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 전국적인 정책적용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 섬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제주를 ‘정책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와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인 영리학교, 영리병원 문제다. 그러나 시민사회진영 입장에서는 이런 정책들은 전국화를 위한 잘못된 ‘테스트 베드’에 불과하다.  선점효과도 오래가지 못할 처지다. 이미 외국인학교는 제주에서 시작해 경제자유구 역으로 옮겨갔다. 외국영리병원허용은 이미 경제자유구역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대자본 등에 대한 세제혜택 등도 제주만이 아닌 전국화되어 가고 있다.

영리학교도 도입되기는 했으나 이명박 정부 차원에서도 다시 전국적으로 교육서비스 선진화 방안에 포함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에만 적용됐던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역시 이번 3월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전국화됐다. 세계적으로는 ‘조세피난처’라는 오명을 남기면서 이제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역외금융센터도 일단 정부차원에서는 제주지정을 ‘제외’했지만 김태환 도정은 여전히 10억 가까운 도민혈세를 낭비하면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백록’군과 ‘한라’양을 여론왜곡의 동영상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영리병원 문제 역시 최근 국회 관계자 등의 전언에 의하면 제주만이 아닌 전국화를 위한 영리병원 허용 법안 제출이 임박해 있다고 한다.

#남은 1년 도민을 위한 법개정을…

기초자치권 부활 문제 등은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사실상 추진한 김태환 도정 체제에서는 사실 어렵다. 그럼에도 도민적 요구사항이 존재하는 만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이다.  문제는 소위 4단계 제도개선 문제이다. 다음주인 3월 28일 국무총리가 제주까지 찾아와 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를 개최한다고도 한다.

4단계 제도개선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도민들에 의해 선출된 또 다른 기관인 제주도의회 조차 사전에 ‘보고’ 받지 못했으니 도민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알 길이 없다. 3년간 진행되어 왔듯이 개발중심, 자본중심이라는 제주특별자치법의 기조가 이명박 정부와 김태환 도정에서 크게 전환될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적 갈등이 진행될 영리병원 쟁점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서라도 최소한 2008년 특별법 개정과정에서는 몇 가지는 검토해 주길 바란다.

지면관계상 구구절절하게 쓸 수 없지만 우선 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도지사 공약은 ‘헛공약’이 될지언정 지난 3월 폐지시켜버린 ‘인근주민우선고용조항’은 반드시 부활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또 현재 개발사업위주인 ‘토지비축제도’ 대상 범위를 친환경농업과 환경분야로 확대되어야 하며 토지특별회계에 대한 도의회 감시 및 동의권한도 부여되어야 한다.

도지사도 도의회에서도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수익금 지역 환원 조치도 제대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며 몰락하고 있는 자영업자를 생각한다면 ‘대형유통점’과 ‘SSM’에 대한 합리적 규제 근거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안관리계획에 대한 공공성 확보 조항과 공교육 재정 활성화를 위한 근거도 있어야 한다. 나아가는 구호 뿐인 생태사회, 세계평화의 섬 관련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들도 4단계 제도개선에서는 이뤄지길 바란다.

이같은 내용들은 지난 법개정과정에서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단 한 줄도 반영되지 못한 내용들이다. 

기왕 ‘실험자치도’라면 시민사회와 싸울 생각만 하지 말고 ‘좋은 실험’도 해보고 도지사 임기를 마쳐야 하지 않겠는가?
 

<강호진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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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형^^ 2009-04-02 04:12:22
역시 솜씨 어디 안가네~잉
제주소리의 빈틈을 잘 메워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