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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특별자치 '연방주', 그리고 정부의 의지
[데스크논단] 특별자치 '연방주', 그리고 정부의 의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10.15 14:5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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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연방주(州)'에 가까운 고도의 자치권을 제주도에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제주를 연방주와 같은 특별자치권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제주특별자치도계획은 본격 추진됐다.

계획의 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연방주가 갖는 위상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스위스, 독일,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많은 국가들이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다. 연방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연방헌법을 가지고 있으며, 조약.법률.조례에 따라 연방과 지방과의 법률관계가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직 선례는 없지만 미국 헌법에서는 각 주(州)가 연방의회의 승인을 조건으로 외국과 조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스 연방헌법에서는 연방이나 다른 주(州)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각 주가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외국과 조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연방제 국가에서는 주정부는 교육, 경찰, 주민생활과 직접 관련된 생활전반 등의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지고 행정을 수행한다. 연방정부는 국방, 외교, 사회보장, 국경수비, 고속도로의 건설, 통신, 과학기술 연구 및 학문의 육성 등을 주로 관장한다.

#외교.국방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 부여

그렇다면 연방주에 가까운 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는 제주는 어떻게 구상이 되어지고 있을까.

지난 14일 정부가 확정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은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나머지 전 분야의 권한을 제주로 위임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단 외형적인 틀은 대통령이 천명한 '연방주'에 가까운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자치사무 및 자치입법권을 대폭 확대했고 재정자주권을 강화했다. 교육.경찰자치를 선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고 자치조직.인사자율성 등도 제주로 대폭 이양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의정활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자치도 의회 사무처 직원 중 전문위원이나 별정.기능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은 도의회 의장에게 위임됐다.

강화된 도지사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주민소환제를 도입해 실시키로 했고, 교육자치제의 개선 일환으로 교육감을 지방선거시 주민투표를 통해 직접 선출토록 했다.

어쨌든 말 그대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은 제주로 이양된 셈이다.

#핵심분야 정부의 실제 속내음 '의구심'

하지만 이는 총론적인 외형일 뿐이고, 각론에 있어서는 정부가 다원화된 시각과 잣대로 원칙없는 손질이 이뤄졌다는 뉘앙스를 털어버릴 수 없다. 특히 핵심산업 육성에 있어서 교육산업화와 의료산업화에 대한 애매모호한 입장이 그것이다.

일정한 원칙과 기준 속에 정확히 수용할 것은 물론이고 제외시킬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소신있는 입장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영리법인 의료기관과 영리법인의 교육기관 설립 허용은 재논의 또는 1차적 검토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기본적 골격과 토대는 제주도에서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나감으로써 원칙없는 틀을 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일단 여기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제에 논의하기로 하겠다. 사안별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논의와 도민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육자치제에 있어서 교육위원회의 도의회 특별상임위원회로 흡수하는 문제를 비롯해 민간사업자에게까지 제한적 토지수용권 부여, 주민소환제의 발의요건을 유권자의 20-30%로 높게 잡은 문제 등은 향후 계속적인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수반안된 '고도의 자치권' 행사 가능하나

그러나 여기서는 정부의 의지, 진솔한 속뜻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겉포장은 '고도의 자치권 부여'를 핵심으로 하면서 실제 사안별 내용에 있어서는 일개 지방자치단체와 다를 바 없이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일례로 '연방주'에 가까운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려면 그에 걸맞는 재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예산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도의 자치권은 허울 뿐인 권한으로 전락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고도의 자치권을 준다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사정하고, 부탁하고 하면서 일반 지자체와 다를 바 없는 행정행태도 또다시 재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제주도가 요청한 국세 및 지방세를 특별자치도세로 전환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국세는 빼고, 지방세만 포함시켰다. 국세의 특별자치도세화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가 차지하는 교부세의 일정비율을 법정화하는 등의 국고지원방식의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세의 특별자치도세화와 더부렁 국고지원의 법정률 지원 제외돼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차후 법률제정과정에서 추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계부처에서 이 부분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다고 하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차후 법률 조항에 있어 국고지원의 법정률 지원부분은 '강제규정'화 돼야만 한다. 그래야 실질적 효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제주도개발특별법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서 제주의 경우 국고를 상향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있었으나 큰 혜택이 없었던 전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하겠다. 여기에 법인세율 인하와 제주도 전역 면세지역화 등이 제외된 것도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하다.

말로는 '고도의 자치권' 운운하면서 혹 정부 부처의 생각은 대통령의 '연방주'의 의지에 훨씬 못미치는 생생내기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이빨을 줄이자, 발톱을 줄이자, 몸집을 줄이자 하다보니 강아지 형상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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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2005-10-17 11:58:30
말 그대로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여타 여건들도 마련해줘야하는데....여건은 만들어주지 않고서 '법적'으로만 광범위한 자치권을 준다는 것은 허울 좋은 개살구 일 뿐이죠.

kkhjl 2005-10-15 15:24:07
과거의 경제가 유형의 재산이 자산규모에서 크게 차지한다면 미래는 무형의 재산이자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겁니다. 정보가 전세계에서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고 매매도 가능합니다.. 어디서든지 연극 관람권을 선택 할 수 있듯이 유형.무형의 매매가 가능해집니다. 문화가 상품에 접목되어 얻어내는 이익은 지금보다 더 절실해지고 더 큰 비중을 차지 할 것 입니다. 제주 자치는 수십년 동안 이끌어오고 또 적용 될 현재의 법이 테두리속에 미래의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시작 입니다. 이는 입법,사법,행정 그리고 경제의 새장을 여는 중차대한 일입니다. 앞으로 어려움도 많을거라 봅니다. 여야가 서로 미래의 한국을 생각하며 좋은 선래로 되도록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2005-10-15 15:12:00
식당에 가서 특식먹을지 보통 정식시켜 먹을지 이름놓고 선택하는 수준인것을 놓고 말장난하긴.
특식먹으면 특별자치도, 보통정식먹으면 그냥 지방자치단체지 뭐 다를게 있나.
특식먹을 돈은 안주면서 보통정식에 이름만 특식으로 붙인거지 뭐.

도민 2005-10-15 15:10:10
이러쿵 저러쿵 평은 하고 싶지 않으나 특별자치도가 본래 대통령의 말과는 조금 약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 각론에서 쓸데없는 싸움에 교육시장이다 노동시장이다 하면서 도민의견 집약시켜 내지 못해 언제 자치권에 필요한 재정문제에 신경썼나.

아마도 실무자 몇명이 검토했을테지.

사안별 문제투성이어서 정작 중요한 자치권과 재정에 대해서는 도민들이 너무 소홀했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법 만들면서도 공청회에서 사안별 논란이 터져나올텐데 공감대 형성이다, 합의도출이다 하면서 자치권 재정권 언제 고민하냐

gksakel 2005-10-15 15:06:47
정부 부처가 제주에 탐탁치 못하게하는 점은 분명 이
ㅆ습니다.

차관회의 기사 읽은 다음에는 어제 장관회의 역시 제대로 될까 의문이었는데 생각외로 원만한 안이 나온 것 같습니다.

기자님의 지적처럼 잘 안된 부분 분명히 있스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런저런 고도의 자치권 확보하는게 쉽지 않지 않습니까.

재정분야가 미흡하고 걱정되는 것은 공감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일단 만족하고 내년 재검토한다니까 그때 추가 자치권 확보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