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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꿈꾸고 난 후의 안도, 그리고 허무'
'악몽을 꿈꾸고 난 후의 안도, 그리고 허무'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10.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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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화제 본선진출작 '완벽한 도미요리'예심위원 영화평]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꾼다. 일부는 꿈을 이루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일부는 꿈은 꿈으로 남겨두고 살아간다. 꿈을 꾸는 것은 아름답다.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없는 열정을 간직한 영화가 있다. 이번 '제주 영화제' 본선 진출작에 오른 「완벽한 도미요리」가 그런 영화다.

재능은 없지만 열정이 가득한 요리사가 있다. 그 요리사에게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단순한 도미요리가 아니라 완벽함을 요구하는 도미요리다. 요리사는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들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한다. 양념을 만들기 위해 화학공식을 세우고 비커, 온도계 등 각종 도구들을 이용해 완벽함을 추구해 간다. 심지어 예쁜 모양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눈을 뽑아 도미 위에 올려놓는다.

처절한 몸부림 끝에 완성된 도미요리.

그러나, 요리를 주문한 손님은 기다리다 지쳐 죽은지 오래다. 요리사 역시 너무 늙어 버렸다.

'완벽한 도미요리'를 끝으로 요리사도 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는 악몽이다. 요리사가 꾸는 악몽이고 감독이 꾸는 악몽이다.

영화는 대사없이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다.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공포영화라고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코믹하게 보이면서도 악몽같은 공포가 스며든다.

영화가 남기고 간 것은 악몽을 꾸고 난 다음의 안도와 함께 오는 허무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리사가 만들어낸 도미요리를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사람의 열정은 허무속에 사라진다.

그러나 나는 요리사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영화가 악몽이기를 바라는 건 관객인 내가 아니라 감독일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영화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꿈을 위해 열정을 갖고 나아가는 자, 현실에서 그 꿈이 이루어 질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글은   양동규 제4회 제주영화제 예심위원이 작성한 영화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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