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아담스 애플? NO! 이브의 사과!”
“아담스 애플? NO! 이브의 사과!”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9.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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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화제 본선진출작 '사과' 예심위원 영화평]

사과는 참 보편적인 과일이다. 치약 광고, 동화책에 자주 등장한다. 어릴 때부터, TV로부터 익숙한 과일이다. 전 지구적으로 분포도가 넓다.

게다가 영어교육의 첫 시작은 APPLE 일 정도다. 또한 인류는 사과를 가지고 참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뉴튼의 지구적 발견의 사과이며, 빌헬름 텔의 용맹한 사과이면서, 백설공주의 에로틱 사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오랜 기원의 사과는 ‘아담스 애플’이다.

아담과 이브는 성경에서 해석하는 최초의 역사다. 사과의 메타포는 앞서 말했 듯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영화적으로, 이야기로서도 덜 매력적일 수 있다.

이러한 아담과 이브의 사과 이야기가 한 재기발랄한 젊은 독립영화 감독과 접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가볍고 발랄하게 재구성된 매력적인 작업으로 나타난다!

 김민숙 감독의 <사과>는 남편을 사고로 잃어 상 중에 있는 젊은 과부가 미소년이라는 빛나는 유혹에 맞닥들이는 이야기이다. 그녀가 유혹에 대해 갖는 첫 태도는 어찌하지 못하여 안절부절함 이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욕망의 춤과 노래로 넘쳐난다.

상을 지내며 입고 있던 하얀 소복은 현실에서는 모든 것에 대한 절제를 의미하지만, 꿈에서는 그 실루엣이 노골적으로 에로틱해진다. 음악과 춤으로 환유되는 유혹의 유희는 너무나 달콤하다. 그리하여 유혹은 설득력을 완성시킨다. 꿈이 깨고나면 고압적인 분위기의 제사상 앞이지만,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속에서 등장한 미소년을 향한 욕망은 끝이 없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이후로 인류는 선과 악에 대한 인지가 생겼다고 한다. 보통 아담을 타락으로 이끈 건 이브라 하고, 사악한 뱀의 꾀에 넘어가 결과적으로 인류에 영생을 거둬간 것도 역시, 이브라 한다.

이 상념에는 이상한 선입견의 지점이 있다-유혹과 욕망에 대해 배타적인 시각. <사과>는 이 지점에 반기를 들며 일침을 놓는다. 기꺼이 유혹 당하길 원하며, 그녀는 남편의 제사상에서부터 떨어져 굴러들어온 사과를 받아들어 와작와작 씹는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그리고는 아담에게도 권했다지.. “너도 한 번 먹어봐.  맛이 끝내줘..”욕망에 충실한 여자의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나쁜 여자들은 기존의 영화에서도 많다. <사과>는 좀더 무겁지 않고 발랄하게 주제를 다룬다. 또 하나의 매력은 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만, 촌스러운 동작과 가사로 구성된 뮤지컬로 상업영화에서는 낯설은 독립영화의 영역을 지니면서도, 관객과의 소통을 즐겁게 했다는 점이다. 소통의 여지는 남기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지키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사과>는 코믹, 풍자 코드로 한 데 묶인 ‘웃음의 미학’ 섹션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한 도시에 핵미사일이 떨어지게 된다는 설정 아래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분열들을 다룬 블랙코미디 <핵분열가족>, 생활 속의 남성 픽토그램(신호등, 비상등 등)에 여성 픽토그램이 자리를 찾아가는 애니메이션 <양성평등> 등 독립영화의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 ‘웃음의 미학’을 통해 소개된다.

각 영화마다 웃음의 성격이 다른데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이 글은 이미리  제4회 제주영화제 예심위원이 작성한 영화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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