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하느님 처럼 대접받는 백성들이 모두 책임져라'?
'하느님 처럼 대접받는 백성들이 모두 책임져라'?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1.01 08: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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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을 통해 본 '책임의 소재'

도의회 도정질문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질문과 답변'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도정질문은 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현재 업무를 진단하고 앞으로 개선하거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의사당 내에서 이뤄지는 공식적 의정활동이기에 그 속에서 행하는 질문이나 답변은 공신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연히 만나서 나누는 사적인 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질문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답변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지난 10월30일과 31일 이틀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54회 임시회의 도정질문은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자괴감을 갖게 한다. 의욕 좋게 출발했으나, 결론없이 끝난 '장시간 회의'를 지켜본 느낌이랄까.

도정질문이 계획되면 답변을 해야 하는 제주도당국의 입장에서는 '무난하게 넘기자'는 방어적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제주가 처한 현실을 돌아볼 때, 그것이 옳은 자세인지는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제주의 경제 또한 꽁꽁 얼어붙은채 좀처럼 풀릴 줄 모르고,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수많은 지역현안. 그 속에서 제주도정은 방향타를 잃은 폭풍 속 어선 모양 표류하고 있고, 지역내 주민들간, 주민과 행정당국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가고 있는 제주도의 현실. 여기에 최근에는 행정당국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보조금 횡령 등 공직사회 비리, 공직사회와 연관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비리 등이 터져나오면서 도민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민들은 답답하다. 논란이 되는 현안들은 어느 것 하나 명쾌히 풀리지 않았다. '지방권력'의 중심에 선 제주도당국은 외부로부터 질타를 받을 때면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변명'할 거리와 변명할 논리개발에만 몰두하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대화를 하자면서도, 상대측이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상대의 얘기를 깊이있게 들어볼 마음의 여유는 전혀 배려하지 않기도 한다.

이번 도정질문이 끝난 후, 이런 도정질문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는 회의감을 표출하는 도민들도 많다. 말은 무수히 오간 것 것 같으나 '얻은 것'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도정질문은 첫날 8명, 둘쨋날인 31일에는 서면질문자를 포함해 11명이 했다. 19명이 질문에 나서면서 한 의원이 보통 5가지 내외의 분야에서 질문을 했으니, 그 가지수는 100가지에 이른다.

질문의 가지수로는 100가지가 족히 넘는데, '풍요 속 빈곤'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 수많은 질문과 답변 속에서 여전히 제주도정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것은 무엇일까.

도정질문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는데에는 크게 두가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의원들의 적극적이고 심도있는 질문이 모자란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답변을 하는 제주도정의 지나친 방어적 자세 때문으로 볼 수 있다.

#100가지 넘는 도정질문...그러나 '풍요속 빈곤' 느끼는 이유는?

첫번째, 의원들의 질문에 있어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가지수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질문 내용에 있어서는 새롭게 연구분석돼 제기되는 문제들은 거의 없었으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사회의 각종 현안을 끄집어내고 제주도당국의 명쾌한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또 제주사회의 어두운 단면, 공직사회 비리 문제 등을 제기하는 질문도 많았다. 현재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신경제혁명 등 주요 업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도 많았다.

그러나 질문은 많이 했으나, 명쾌한 결론이 난 것은 거의 없었다. 잇따른 보조금 비리와 관련해 김태환 제주지사가 "도정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과, 일부 정책적 질문에 '동의'를 표시한 것이 고작이다.

나머지는 모두 두루뭉실한 답변이 대부분이다. 혹, 의원들 중에서는 의회 기록에 남기는 차원에서, 질문한 그 자체만으로 자기만족을 하려는 이들이 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제주도정의 현재를 평가하고 앞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도정질문이라면, 의회 차원에서는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는 소기의 성과만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처음 가진 도정질문도 아닌데, 왜 이럴까. 의회나 이를 지켜본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질문의 방법을 꼬집는다. 보충질문의 경우 김 지사와 일문일답식으로 대화를 하듯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니,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오갈 수 있다. 반면, 공식적 질문에서는 주어진 시간에 줄줄줄 원고를 읽어가는 질문들, 그리고 정회시간을 갖고 답변에 나선 김 지사는 '피할 것은 피하고, 대충 넘길 것은 넘기고, 자신있는 부분은 장황하게 설명하는 방법'으로 일관하면서 도정질문이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정질문의 질문답변 방식을 일문일답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도민을 하느님처럼 모셔야지"..."그러나 그건 내 탓 아냐?"

두번째, 제주도정의 답변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도정질문의 답변 중, 이틀에 걸친 김태환 지사의 답변 중 행정책임자로서 일정부분 책임을 동감하는 표시하는 발언은 딱 한차례 나왔다. 앞서 말한 잇따른 보조금 비리와 관련한 문제에서다. 나머지 대부분은 자신은 잘못이 없고, '정당했다'는 자기방어적 답변 뿐이다.

해군기지 문제에서도 그렇다. 도의회 부대의견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천동 종합발전계획 용역을 발주했느냐 하는 문제나, 왜 도의회와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 하는 질타에 있어서도 김 지사의 답변은 모두 '제대로 했다'는 변명 일관이었다. 협의 당사자인 의회에서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섭섭하다고 하는데도 그 부분도 동의하지 않았다.

민주공무원노조 간부공무원에 대한 중징계 처분의 형평성을 제기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다. 그러나 공무원이 법을 위배하면 안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징계의 불가피함을 강조한 반면,'형평성'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형평성 문제 지적은 왠지 모르게 답을 피했다.

질문에서는 또 제주도정에 대해 '독주' '독단' '일방적'이란 수식어가 수없이 나붙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민선시대에 도민을 하느님처럼 모셔야 하지 않느냐"는 말로 이러한 수식어를 부정했다.

김 지사는 도정질문 막바지에 김혜자 의원으로부터 '거짓말하는 도지사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도지사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만약 해군기지와 관련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퇴할 수 있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약속을 지키겠다, 못 지키겠다는 말 대신 김 지사는 "의원님의 질문은 한계를 벗어난 것 아니냐. 이 자리가 어떤 자리냐. 온 도민이 지켜보고 있는 성스러운 자리 아니냐"며 끝내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잘못을 억지로 인정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련의 문제에 대해 제주도정으로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설령 마음 속에는 그 책임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도정질문에서 그 것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크다. 그로인해 소모적 논쟁이 길어지고, 진일보한 발전적 논의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제주의 문제들은, '하느님' 처럼 대접받는 도민들 책임?
 
결국, 이번 도정질문은 100가지의 많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도민들은 '완벽한 도지사'의 변명을 들으며 2일을 허비한 셈이 됐다. 도민들이 듣고자 했던 것은 '변명'이 아니라, 현 제주사회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미래비전 제시를 기대했건만, '잘난 의회, 잘난 도정'만 있다는 것만 새삼 확인하면서 만족해 해야 했다.

지방권력층에서는 '내 잘못이오' 하는 이는 하나 없고, '내 잘못 없소'라는 이만 가득하니,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모두 '하느님'처럼 대접받는 도민들이 책임져야 할 듯 하다. <윤철수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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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2008-11-03 22:14:30
개뿔도 아닌것처럼 막대하더니만 우리가 ㄱ그렇게 높은 존재였구료
하는 모양새는 영 아닌데
충성스런 공무원 양성소가 특별자치도 아니었소???

동인 2008-11-02 23:22:11
인터넷은 머 되냐. 지가 마치 새로운 거 쓰는양 잘난척 하는 꼴이란 ㅉㅉㅉ

kkk 2008-11-01 13:22:08
끝까지 그렇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