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환해장성, 문화유적지 주변관리 '소홀'
[시민기자]환해장성, 문화유적지 주변관리 '소홀'
  • 이동현 시민기자
  • 승인 2005.09.1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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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화북 환해장성를 찾아가다- 가까운 유적지 탐방

과연 자기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어떤 유적지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직접 찾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것에 관심도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때 유적지라는 것은 고궁이나 수원화성같은 크고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지역 유적지라고 해도 제주목관아지 정도를 떠올릴 뿐이다. 이런 곳들은 특별히 찾아가려고 마음 먹지 않은 이상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도 유적지는 얼마든지 있다. 바로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사는 동네에도 유적지는 존재한다.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유적지 중 한 곳을 지금부터 찾아가 보려 한다.

지난 8월중순쯤이었다. 언제나 처럼 운동 겸 하는 산책을 나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디카를 챙겨들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환해장성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걸어서 3-40분 정도 걸리는 거리기 때문에 가깝다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면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다. 차를 탄다면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니까.

환해장성을 쌓은 것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원종이 출륙하여 몽골군에 사실상 항복하자 삼별초는 강화도에서 진도로 거점을 옮기며 저항하였다.

이때 고려 조정에서 삼별초가 제주도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주도 해안을 따라 쌓은 석성(石城)이 바로 환해장성이다.

이후에도 환해장성은 왜구의 침입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 19세기까지도 지속적으로 보수와 정비가 이루어졌다. 현재는 잘 보존된 10개소가 제주도 문화재 지정되어 있다. 이날 찾은 곳은 10개소 가운데 삼양-화북 지역에 있는 곳이었다.

환해장성 근처에는 해안도로가 있으며, 마을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하지만 어디쯤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육지쪽에서 보면 밭 주위에 쌓아놓은 돌담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환해장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다. 환해장성을 찾아가야 겨우 환해장성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문을 볼 수 있다.

환해장성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만약 그전에 한 번 와보지 않았다면 찾아올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환해장성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안내문이 전부였는데, 그나마 바닷가로 가지 않으면 건물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그게 유적지에 대한 안내문이란 것도 알 수가 없다. 그만큼 그 주변은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 조금 걸어가자 그곳이 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육지쪽에서 보면 바다쪽으로 세워놓은 돌담처럼 보이던 것이, 바다쪽에서 바라보면 확실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환해장성은 지난 여름에 찾았던 수원 화성에 비하면 높지도 않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을 사용하지도 않아서 보잘 것 없어 보였다.

높이는 사다리만 있다면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였고, 성벽은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린 것이었다. 그곳에서 웅장함이나 정교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연 이것이 상륙하려는 삼별초나 왜구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멀리 주욱 늘어선 성벽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은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길게 늘어선 성벽은 삼별초나 왜구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어도 상당한 방해가 됐을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바닷가에 바로 붙어 있는 성벽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었으니 상륙하려는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 바닷가 쪽에 서서 성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상륙하려는 적을 향해 군인들은 그 성벽 위에서 활을 쏘았을 것이다. 그러면 피할 곳 없는 바닷가에서 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재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던가 보다. 진도에서 패한 삼별초는 제주도로 들어왔다.

환해장성을 쌓으며 삼별초 침입에 대비하던 고려관군은 삼별초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후 삼별초도 토벌군을 막기 위한 1차 방어선으로서 환해장성은 활용했을 것이다.

삼별초가 토벌되고, 왜구가 자주 출몰하던 때에는 왜구를 막아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환해장성은 보잘것 없는 성벽이 아니었다.

비록 낮고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성벽이지만, 그 성벽에는 역사가 새겨져 있었다. 수백년의 역사를 환해장성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환해장성을 쌓아올리기 위해 흘렸을 백성들의 땀, 적을 막아내기 위해 흘렸을 병사들이 피. 그런 것들을 환해장성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환해장성은 제주도에서 중요한 문화유적임에도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듯 보였다.

돌아보는 여기저기에 쓰레기들이 흩어져 있었고, 무너진 성벽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무너진 성벽은 둘째 치더라도 각종 쓰레기들은 치워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지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잘 관리하고 사람들이 자주 찾을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유적지가 많이 있다. 그런 곳들을 하나 하나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족과 함께 자신이 사는 동네의 유적지를 찾아보고, 내력도 알아본다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당장 가까운 유적지를 한 번 찾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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